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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싸인 May 23. 2018

[코싸인의 인지과학 이야기]
기억(2)

기억의 불완전함

완벽하다고 믿고 싶은 우리의 기억력은 사실은 굉장히 불완전합니다.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것’, ‘사고에 대한 목격자로서 증언하는 것’, 그리고 심지어 ‘방금 본 것’ 또한 우리는 정확하게 기억해 낼 수 없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Robert Sternberg의 정의에 따르면 기억은 현재에 사용하기 위해서 우리가 과거의 경험을 꺼내는 것입니다. 먼저 우리는 기억의 종류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억은 크게 의식적으로 알 수 있거나 ‘선언’할 수 있는 사실과 경험의 기억인 외현기억과 의식적인 상기와 관계가 없는 비선언적 기억인 내현기억으로 구분됩니다. 외현기억은 일반적 사실에 대한 기억과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건들에 대한 기억으로 구분되고, 내현기억은 공간, 시간, 빈도에 대한 기억, 운동기억, 그리고 조건형성된 기억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기억과 관련된 뇌의 구조를 살펴보자면, 외현기억은 해마와 전두엽에서, 내현기억은 소뇌와 기저핵에서, 그리고 감정과 관련된 기억의 형성은 편도체에서 이루어집니다.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자 다니엘 섁터 교수는 그의 저서 ‘The Seven Sins of Memory’에서 기억이 범하는 7가지 죄악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억의 7가지 죄악은 크게 1. 소멸의 죄, 2. 정신없음의 죄, 3. 막힘의 죄, 4. 피암시성의 죄, 5. 편향의 죄, 6. 지속성의 죄, 7. 귀인의 죄로 분류됩니다. 




1. 소멸의 죄: 시간에 따른 기억 소멸

2. 정신없음의 죄: 주의 집중의 감소로 인한 기억력 감퇴

3. 막힘의 죄: 일시적 기억 인출 실패. 설단현상

4. 피암시성의 죄: 타인에 의해 무언가를 체험했다고 설득당한다.

5. 편향의 죄: 현재 감정이 우리의 회상에 영향을 미친다. 

6. 지속성의 죄: 어떤 기억은 잊으려고 해도 계속 남아 있다.

7. 귀인의 죄: 사실을 다른 정보에 귀인 시키는 것

 

기억의 오류를 증명해주는 두 개의 실험을 살펴봅시다. 


목격자 증언 실험


Loftus 교수는 150명의 학생들에게 자동차 사고 영상을 보여준 후, 학생들에게 각자 다른 질문을 합니다. 50명의 학생들에게는 ‘자동차들이 서로 부딪힐 때(hit) 얼마나 빠른 속도였습니까?’라고 질문하고 다른 50명의 학생들에게는 ‘자동차들이 서로 추돌할 때(smash) 얼마나 빠른 속도였습니까?’ 그리고, 다른 50명의 학생들은 전혀 질문을 받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뒤, 학생들은 영상과 관련된 10개의 질문에 답변을 하게 됩니다. 랜덤으로 배치된 질문지에는 ‘깨진 유리창을 보았습니까? 예/아니오’와 같은 몇 개의 중요한 질문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 학생들의 답변은 질문에서 쓰인 동사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smash질문을 받은 참가자들은 hit질문을 받은 참가자들에 비해 자동차들이 더 빠르게 달렸다고 답했으며, 깨진 유리를 보았다고 답할 가능성도 더 높았습니다. 심지어 영상 속에서는 깨진 유리가 등장하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이러한 연구는 기억이 질문의 테크닉이나 사건 이후에 주어지는 정보에 의해 쉽게 왜곡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놀이공원 실험


어린 시절 디즈니랜드에 가본 적이 있다고 한 대학생들에게 사람들이 디즈니랜드를 구경하는 장면을 찍은 광고사진들을 보여줍니다. 사진 중에는 한 아이가 벅스 버니의 손을 잡고 있는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뒤 실험 참가자에게 어린 시절 디즈니랜드에서 벅스 벅스 버니를 만났던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보라고 주문했습니다. 실험자 가운데 62%가 벅스 버니와 악수를 했다고 말했고, 45%는 벅스 버니와 포옹을 했다고 기억했습니다. 심지어 한 학생은 벅스 버니에게 당근을 주었던 것을 기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디즈니랜드에는 벅스 버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벅스 버니는 디즈니의 라이벌 격인 워너 브라더스의 캐릭터이기 때문에 벅스 버니가 디즈니에 있었던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는 것이죠.  


기억이 불완전한 이유를 간단히 분석해 보자면 우선, 우리의 기억이 저장되는 방식이 사진 찍듯이 기억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기억한다는 것은 구성에 재구성을 거쳐 머릿속에 기록되어 있는 경험과 조각들을 모아서 재구성하는 작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은 항상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We don’t just retrieve memories, we reweave them!” 
 기억은 기록이 아닌 해석이다.! 


참고문헌

Psychology Myers  

McLeod, S. A. (2014). Loftus and Palmer. Retrieved from www.simplypsychology.org/loftus-palmer.html 

http://m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0706N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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