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코로나로 인해서 예약했던 호캉스도 취소하고, 어디 좋은 곳 가서 외식도 하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셋이 맞는 결혼기념일이라서 더 좋았었다.
저녁때, 우리가 좋아하는 스시를 시켜서 나는 술 한잔, 짝꿍은 웰치스 한 잔을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짝궁은 임신과 수유로 먹지 못하였던 스시를 10달 만에 먹는 시간이었다. 다행히 아기가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 분위기 내라고 일찍 깊은 잠에 빠져주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결혼을 하지 않았었다면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라는 주제가 나왔다.
짝궁과 나는 6년 9달의 연애 끝에 결혼을 하였는데, 우리 집에서 결혼을 반대했었다. 그래서 연애 6, 7년 차에는 참 어려운 시간을 보냈었다. 오랜 기간 만나는 동안 싸우더라도 당일에 사과하고, 장난으로라도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는데 저 시기에는 짝궁이 지쳐서 헤어지자고도 했었다. 지금은 웃으면서 내가 어떻게 헤어지자고 할 수가 있냐고 놀리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둘 모두 참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사실 나도 헤어질까라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다. 이렇게 계속 만나면서 둘이 불행한 것보다 그래도 짝궁은 나랑 헤어지면 더 좋은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아마 짝궁도 그렇게 생각하기에 헤어지자고 이야기했었을 것이다.
어찌어찌 그 어려운 시간이 지나서 우리 둘은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혼 후, 행복할 줄만 알았던 신혼생활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6년 9개월이나 사귀었기에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부부가 되어 매일 함께 지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던 것이다. 초반 6개월 동안은 참 많이 싸웠던 것 같다. 너무 많이 싸워서 친구들한테 결혼하면 원래 이렇게 싸우냐고 물어보기도 했었다(당시 친구들은 너무 오래돼서 잘 기억이 안 난다 등으로 넘어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기들은 안 싸웠다고 이야기하면 내가 결혼을 잘못했나라는 생각을 할까 봐 적당히 잘 넘겨서 말해주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6개월 정도 지나니까 싸움이 사라졌다. 그냥 서로가 다른 존재임을 어느 순간 이해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행복한 신혼생활을 좀 더 보내다가 아이를 임심하게 되었고, 10달 동안 서로를 아끼며 지내다가 아이가 세상에 오고, 지금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로는 아이 때문에도 참 좋지만 그 전에도 내 짝궁은 참 좋은 사람이다(물론 가끔 고집부릴 때는 너무 밉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짝궁이랑 어려운 시간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별했다면 난 지금도 늘 슬퍼하며 술 퍼먹고 있었을 것 같다. 짝궁도 잘 지내지는 못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