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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혜임 Oct 02. 2024

생리전 증후군(PMS)이 뭐길래

어느 날 갑작스럽게 찾아온 감정변화


7년 전 밴쿠버에 도착하고 3달쯤 지났을 때이다. 나는 이민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모든 게 새롭고 재미있었다. 4월에 그날은 오랜만에 비도 오지 않고 날씨도 화창하고 남편의 친구들과 다 같이 만나서 바닷가에 놀러 가기로 한 기대되는 날이었다. 한국에서부터 우리는 종종 우리가 밴쿠버에 돌아가면 친구들과 같이 바닷가에 놀러 가서 축제처럼 놀 그날을 기다렸었다. 몇 년 전부터 계속 기다렸던 날이고 날씨도 화창하고 남편도 나도 기분이 좋게 그날을 시작했다. 우리는 바닷가에 가기 전에 잠깐 쇼핑으로 하러 사람들이 많은 키칠라노 거리에 들렸었다. 남편과 친구들은 상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고 나는 혼자 상점 안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좋은 날씨에 새로운 동네에서 이쁘게 꾸미고 남편과의 외출에 한컷 기분 좋았던 나의 감정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왜인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갑자기 우울해지면서 기분이 안 좋아졌고 남편과 친구들이 웃으면서 좋아하는 모습도 괜히 싫었다. 나는 슬프고 힘든데 즐거워하는 그들의 모습도 조금 짜증이 났다. 그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나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나의 표정이 갑자기 안 좋게 변하자 멀리서 나를 보면서 웃던 남편이 표정이 굳으면서 나에게 급히 다가와서 왜 그런지 물어봤다.


“나 그냥 집에 돌아가고 싶어.”


나는 차갑게 대답했다. 황당한 표정으로 갑자기 왜 그런지 물어보는 남편의 눈을 피하며 나는 몸이 갑자기 안 좋다면서 집으로 가고 싶다고 다시 대답했다. 그렇게 남편의 친구들과 헤어져서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왔다.


“너 진짜 왜 갑자기 그러는 건데?”


집에 돌아오자마자 남편이 물었다. 남편 질문에 나도 뭐라도 대답을 해주고 싶어서 고민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위해 노력했었다. 하지만 정말 머리가 하얗게 멍해지면서 그냥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고 견딜 수 없는 잠이 몰려왔다.


“나도 모르겠어. 그냥 조금만 잘게. “


나의 갑작스러운 감정의 변화에 황당하고 어이없어하는 그를 두고 나는 방에 들어가서 정신없이 잤다. 그렇게 두세 시간쯤 잤을까? 몸이 조금 편해지면서 나의 행동이 나도 어이없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나 때문에 친구들과의 좋은 시간과 우리가 기다렸던 외출을 망쳐버린 남편한테 너무 미안했다.


“나 이제 괜찮아졌어. 나 때문에 친구들이랑 못 놀아서 미안해. “


“너 갑자기 왜 그래? 너 PMS야? 너 PMS 없다고 했잖아? PMS면 티브이에 나오는 아줌마들처럼 사서 마이돌 먹어!”


“PMS가 뭔데? “


“생리전 증후군! 지금 너처럼 갑자기 감정이 이상해지고 짜증 내는 거. 여자가 그것도 몰라?”


난 정말 몰랐다. 생리전 증훈군이 뭔지 그게 지금처럼 잠이 오고 짜증 나는 미친 감정의 변화와 무슨 상관인지. 한국에서 자란 나는 다 처음 드는 얘기었다. 생각해 보니 생리 시작하기 전에 매운 게 당기거나, 잠이 쏟아지고 피곤하면서 몸이 붓긴 했었다. 하지만 그날처럼 롤러코스트 같은 우울하고 짜쯩스러운 감정이 미친 듯이 왔다 갔다 한 적은 없었다. 어쩌면 한국에서는 매일 정신없이 바쁘게 일하며 지냈기 때문에 나의 감정에 신경 쓸 틈이 없었기도 몰랐을지도 모른다.


“난 PMS 있는 여자는 딱 질색이야. 나랑 안 맞아! 나를 위해 찾아보고 공부해서 그렇게 되지 않게 해 줘.”


그가 힘들어하며 부탁했다. 나도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당황스럽고 남편한테 미안했다. 그리고 그날 나의 생리전증후군이란 모든 여자들이 다 겪고 있지만 자세히 알지 못하는 낯선 녀석과의 긴 싸움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남편을 위해 생리 전증후군(PMS) 증세를 알고 노력했지만 알면 알 수록 나를 위해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리전증후군증세에 대해 알 수록 나의 육체적 정신적 상태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약과 남편의 도움으로 증세를 알아가면서 조금씩 컨트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 녀석을 내가 다 안다고 자만하는 순간 생리전증후군은 또 나를 넘어뜨리고 힘들게 하기도 한다. 아직도 나의 상태를 관찰해 가면서 알아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내가 그동안 겪었던 경험들이 비슷한 증세를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왜 이럴까 가 아닌 여자라면 그럴 수도 있구나라고 알고 이해하고 각자의 스타일 대로 도움을 찾고 해결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생리전증후군(PMS)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생리가 시작되기 며칠 전에 여자의 몸에 나타나는 정신적 육체적 불편한 증세를 말한다.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90% 이상의 여자들에게 나타난다고 한다. 여자들을 힘들게 하는 증세들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100가지 이상이라고 한다. 예전에 생리전증후군 때문에 멀쩡한 백인 배우가 백화점에서 도둑질을 하다가 잡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생리 전에 갑자기 도벽이 생기는 극단적인 정신적인 변화를 믿지 못했지만 갑작스러운 감정의 변화를 겪어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생리전증후군의 육체적 증세는 대략 입술 주변에 여드름, 편두통, 변비, 위 장염, 피부발진과 가려움, 잇몸출혈, 치통, 근육통, 무릎관절통, 유방통, 배란통, 배란혈, 요통등이 있다. 정신적 증세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우울증, 갑작스러운 슬픔, 감정폭발, 짜증, 질투, 안 좋은 생각이 계속 나는 강박, 단거나 매운 거 폭식,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숨을 쉴 수 없는 공황장애, 수면장애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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