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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혜임 Mar 07. 2020

큐레이터가 알려주는 미술이야기 2

나에게 맞는 미술 컬렉션

갤러리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취향과 관심을 가지고 그림을 샀다가 후회하는 사람들을 종종 봤다.

고가의 소비에 대한 그들의 후회는 다시는 그림을 사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큐레이터로서 그림을 잘 몰라서 내린 그들의 선택과 결과를 보면서 늘 안타까움을 느꼈다.

특히 미술품은 공산품과 달리 정해진 가격이 없고 다른 물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기까지 하다.

때문에 컬렉션의 가치를 즐기지 못하면 결국 미술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잃게 된다.

 그래서 미술품 컬렉션 입문자를 위해 알고 사면 후회하지 않을 기본적인 몇 가지 정보를 알려주고자 한다.


01. 미술품은 어떻게 사고 되파는가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다가 마음에 들어서 가격을 물었다가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고가의 미술품들이 경매나 갤러리를 통해

더 비싼 가격에 다시 거래된다는 사실에 두 번 놀라기도 한다.

우선적으로 미술품은 1차 시장인 갤러리 전시로 그림 거래가 이뤄진다. 구매한 그림을

되팔고 싶을 경우엔 다시 갤러리(구매한 갤러리 혹은 다른 갤러리)에 위탁판매를

의뢰하거나 2차 시장인 경매회사에 팔 수 있다.  2007년 이후 국내 미술작품들이 해외 컬렉터들에게

주목을 받으며 국내 서울옥션, K 옥션은 물론이고 크리스티(Christie)나 소더비(Sotheby)와 같은 해외

경매회사에서도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거래되고 있다. 이렇듯 작품 판매 시장이 넓어지면서 있며 투자로서 미술의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술품은 그 가치 기준이 애매하고

고가 상품이고 되파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선택을 위해서는 많은 정보와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크리스티 홍콩 경매 김환기 작가 작품 경매 전경

김환기, 천경자, 이우환 등 고가의 유명 작가 작품은 희귀하기도 하지만 이미 큰 시장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잘 소장하면 구매 가격보다 비싸게 되 팔 수도 있다. 투자 가치가 있기 때문에 경매회사나 개인 딜러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되 팔 수 있다. 어려운 건 갓 대학을 졸업하고 전시 경력이 많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이다. 경력이 많지 않고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소장하기에 좋은 가격이지만 작가의 경력과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되팔고 싶어도 경매회사나 갤러리에서 받아주지 않아 재판매가 어려울 수도 있다.

작품이 정말 마음에 들고 본인이 충분히 즐기고 있기 때문에 되팔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라면 좀 더 신중하기를 권한다.

정말 좋은 작품은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때문에 즉흥적 구입보다는 안목 있는 전문가의 추천이나 정보와 시간을 가지고 자료를 찾고 전시를 보고 작가를 알아가면서 그림 컬렉션 시작하기를 권한다.


02. 내 취향에 맞는 소품 컬렉션 시작하기

비싼 작품 가격에 망설이고 있다면 미술관 아트샵이나 작가들 공방에서 판매하는 작은 아트

상품부터 시작하길 권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소품들을 모아 집안 인테리어로 활용하는

것이다. 자신의 공간에 좋아하는 작품을 즐기다 보면 공간을 보고 꾸미는 시각과 작품에 대한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자신의 취향을 찾고 공간에 맞는 좋은 작품을 찾고 소장할 수 있다.

서울 혁신파크에서 판매했던 작가 공방  <보수하는 잡화점>  아트 상품  (출처: 보수하는 잡화점)

서울 서교동에 있는 전시공간(展示空間)은 신진작가의 미술품부터 아트상품까지 다양한 장르에 걸친 작품들을 전시하며 판매하는 공간으로  흔히 볼 수 없는 아트상품을 소장하며 전시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작은 엽서와 아트 상품으로도 취향껏 꾸민다면 작은 공간도 갤러리처럼 근사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

김용관 작가의 아트상품과 다른 작가들의 소품 등으로 꾸민 집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존에서는 종종 작가들과 협업하며 100만 원대 미만의 에디션 작품을 판매한다. 미술관에서 인정받고 비교적 가격이 쉽게 살 수 있는 작품 소장을 원한다면 아트존을 추천한다.

미술품은 대개 작가의 전시 및 수상 경력이 작품성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서 전시 경력이

많고 수상 경력이 있으면 미술 시장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한다. 때문에 몇 천만 원이 넘는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처음 작품을 사는 사람들은 쉽게 살 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미술관에서 작가들과 협업하여 만든 에디션 작품이나 아트상품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인테리어를 하면서 소장할 수 있으므로 추천할만하다.

https://beomsikwon.com/?page_id=1697

특히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존에서 판매했던  ‘원범식’ 작가의 사진 소품들은 가격 대비 소장가치가

좋아 추천할 만하다. 필자가 일우 스페이스에서 일할 때 원범식 작가의 전시를 보던 외국인이 바로 작품 구매를 원했을 만큼 독특하고 가격 대비 소장할만한 작품이다.

신진작가 작품에 관심이 많다면 유니온 아트페어를 추천한다. 유니온 아트페어는 신진작가들이 모여 기획한 아트페어로, 10만 원대부터 몇백만 원대의 다양한 가격대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한 번에 다양한 작품을 보며 취향에 맞는 작가 혹은 작품을 찾을 수 있어서 좋다.

유니온 아트 페어 전시 전경 (출처: 유니온 아트 페어 페이스 북)


03. 좋은 작품 컬렉션 하기

좋은 작품에 첫눈에 반했더라도 그에 이끌려 바로 구매하기보다는 이왕이면 그 작가의 개인전까지

기다려보길 추천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과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 주는

설명을 듣는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작가들은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한 번에

보여 줄 수 있는 개인전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개인전에서 더 좋은 작품을 출품한다.

때문에 단체전보다는 개인전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초대

엽서나 홍보 기사에 사용된 작품은 전시를 대표하는 작품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즉 나름의 정보와 취향을 고려해 작품을 구입해야 후회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비싼 게 좋은 작품이라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전시 경력, 수상 경력, 경매 기록, 작품 소장처 등이 있다. 보통

작가는 갤러리와 협의하여 가격을 정한다. 그리고 해외 아트페어나 미술 전시 경력이

많을수록, 유명인이 소장한 이력이 있을수록 작품 가격은 상승한다.

미술시장 호황기였던 2007년에는 몇몇 신진작가의 작품은 천만 원을 훌쩍 넘기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2010년 미술시장은 안정을 찾으면서 거품이 형성되었던 일부는 가격이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작품이 없어서 못 팔던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경매에서 유찰되고 전시도 이뤄지지 않아 조용히 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

때문에 몇 년 전만 해도 비싸게 거래되던 작가의 작품을 생각지도 못한 비용으로 제안받는다면

한 번쯤 재고해 보는 것이 좋다. 그렇게 어떤 고객은 경매에서 유찰된 작품인지 모르고 싸게 나왔다는 소리에 혹해서 구매했다가 절반도 못하는 금액으로 파는 경우를 본 적이 있다.

또 어떤 경우는 유명 작가의 비싼 작품을 구매했지만 크기 때문에 집에 소장할 수 없어

다시 위탁판매를 맡겼지만 쉽게 소장하기 어려운 크기 때문에 여러 갤러리를 돌다가 결국 팔리지 않던

경우도 보았다. 그래서 작품을 사기 전에는 갤러리를 통해 작가에 대한 정보와 작품이

어떻게 시장에 나왔는지 그 과정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나만의 익숙한 공간이 갤러리처럼 꾸며지면 공간에 머물떄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홍성용, 서상익 작가의 소품들과 한스 올젠 작품으로 꾸민 다이닝 룸

자신의 취향이 아닌 비싼 작품을 걸어도 공간에 맞지 않으면 만족이 높지 않을 수 있다. 반면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몇만 원짜리 아트 상품이라도 공간에 적절히 걸어 놓으면 공간을 빛나게 할 수 도 있다.

김용관 작가의 아트 상품으로 꾸민  침실 벽

그림은 나의 일상 공간에 걸리는 것이다. 따라서 나의 취향에 맞고 매일 내가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친한 고객이 한참 미술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던 신진작가의 작품을 샀다. 본인이 산 후에 작품의 가격이 더 오르지 않아 속상하다고 유태인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남편이  ‘그림도 소모품이니 구매가에서 하루에

500원씩 감상비로 가격에서 빼면 마음 편히 작품을 즐길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었다고 한다.

큐레이터로서 남편의 위트 있는 답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입한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크지도 않고 팔리지도 않아서 걸어서 즐기는 작품을 수장고에 넣어놓고 방치하다가 미술에 대한 애정마저 잃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봤다. 그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내가 매일 걸어 놓고 매일 감상하는’ 그리고 ‘그 가치를 즐길 줄 아는’ 작품을 사야 한다.

예술작품이라면  공간에 걸어놓고 그 가치와 작품을 즐겨야만 그만큼의 충분한 값어치를

얻을 수 있다. 때문에 컬렉션을 시작했다면 지속적으로 작가와 전시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소장 작품

작가의 다른 전시도 참가하고 친분을 쌓고 응원하다 보면 작품은 물론이거니와 미술로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04. 작품의 소장과 관리

작품을 구매했다면 작품을 보존하고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선 액자 제작을 해야 한다.

액자는 작가에게 문의하면 작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액자를 제작해 준다. 작품의 액자

제작과 운송 설치는 구매한 갤러리에서 부담해 주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한 번 문의 해보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작품 보증서는 반드시 받아야 한다. 작고한 작가의 경우

한국미술품감정협회에서 발행한 작품 보증서를 받으면 된다.

좌) 베르나르 브네 작가 발행 작품 보증서 우) AES+F 작품 갤러리 발행 보증서


갤러리에서 일할 때에 가끔 유명한 작가의 위작을 본 적이 있다. 국내의 유명 작가는 물론 해외 유명 작가의 작품도 위작의 위험은 있기 때문에 보증서는 작품과 함께 받아서 잘 보관해야 한다. 작고 작가의 경우 보증서를 받기가 쉽지 않지만 살아 있는 작가의 경우라면 전시한 갤러리에서 발행한 보증서나 작가가 직접 만든 보증서 중 하나는 꼭 받기를 권한다. 작품 보증서에는 제작연도 재료 등 작품의 세부사항도 적혀있어 추후 되팔거나 물려줄 경우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작품이 실린 도록도 함께 받아 보관한다면 작품의 진품을

확인시킬 뿐만 아니라 가치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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