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동네에게
이제 2주도 남지 않았다.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이사를 가게 될 날이. 나의 2번째 신혼집의 시작, 내 아들의 고향, 이 동네에서 산지 몇 년이나 되었는지 가늠해 보려고 휴대폰 달력을 열었더니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 합치면 족히 10년이 된다. 추억이 가득한 동네를 두고, 떠나려니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
남편의 이직으로 이사 얘기가 스멀스멀 나오던 작년 9월부터 우리 집 어린이는 매일 밤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서울이 좋다고, 자기는 이 집에 평생 살 것이라고 외치며 울다 잠드는 날이 많았는데, 요즘은 친구들과 송별회 겸 파자마파티를 한답시고 밤마다 노느라 슬픈 기분은 잠시 잊은듯하다. 어젯밤은 그 슬픔이 나에게로 전염된 것 같다.
오늘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동네 산책을 나왔다. 마음만 먹으면 가까운 거리에 한강과 동네 동산이 있었지만, 잘 가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꼭 가고 싶었다. 야심 차게 애플워치에 나이키 운동앱을 켜고 새벽 공기를 마시며 힘차게 걸었다. 나에게 들러붙은 슬픔과 우울이 떨쳐나가게끔 긴 팔다리를 허우적대며 열심히 걸었다.
안 하던 짓을 해서 그런지 길을 잘못 찾았다. 사유지 길 없음. 표시가 나를 반겨주었다. 길이 막혀 있어서 당황했지만, 노선을 변경해 한강러닝이 아니라 등산을 하고 예쁜 하늘과 강과 산을 눈으로, 마음으로 가득 담아두고 내려왔다.
3km나 열심히 걸었다. 뿌듯하다. 모닝루틴에 산책이 추가되자, 내 마음속 온기가 어제보다 많이 올라간 듯하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아니 꼭 시간을 내서라도 동네의 구석구석을 담아 두기 위해 산책을 진행할 예정이다. 내가 우리 동네를 이렇게 많이 사랑했던가. 끝이 있어서 더 아쉬움이 많이 남고, 애정이 샘솟는다. 평상시에 잘하지 그랬어. 나는 꼭 이렇게 겪어봐야 안다. 산책과 함께 매일 적는 일기 또한 소중하다. 나만의 노트에 일상의 기록들을 차곡차곡 쌓아가야지. 이사를 앞두니 지나치게 감성적이 된다. 누가 파워 F인간 아니랄까 봐. 이제 몽글몽글한 감성은 잠시 접어두고 아들이 집에 돌아오고, 재택근무를 시작할 시점이 다가온다. 오늘 또 하루를 알차게 보내봐야지. 이사까지 앞으로 D-13. 매일 새로움으로 가득 채워 선물세트 같은 시간을 만들고 떠나리다 호기롭게 다짐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