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내전근 파열을 시작으로
나는 올해 9월까지 총 네 번의 크고 작은 파열과 재파열을 겪었다.
분명히 의사 선생님께서
무게도 들어도 된다(물론 처음부터 원래 무게를 들 수는 없겠지만)라고 하셔서,
오히려 운동을 시작하는 게 더 좋다고 하셔서
헬스장을 다시 등록해 다니기 시작했는데,
무게를 최대한 낮췄음에도,
절대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운동을 했다고 생각했음에도,
세 번째로 파열이 되었을 때는 원인을 알 수가 없어 너무나 답답했다.
파열의 원인을 파악해서 해결하자.
라는 프로세스의 첫 단추인 '원인'을 파악할 수가 없으니,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를 안고 나는 운동을 모두 손에서 놓은 채
일단 다시 찢어져버린 다리 근육이 붙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완치 판정을 받은 이후,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5년간 함께 했던 PT쌤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동안의 내 이야기를 묵묵히 듣던 쌤은,
정말 예상치도 못한 한 마디를 던졌다.
"상체가 문제인 것 같은데요?"
그러고보니, 다친 건 다리 근육임에도 나는 통증과 불안감을 핑계로
상체 운동도 모두 쉬고 있었고,
원래부터 약했던 상체 근력은 갈수록 빠지고 있었다.
코어와 상체 근력이 약했던 내가
바벨을 들고 스쿼트를 하거나 데드리프트를 할 경우
상체에서 제대로 무게를 버텨주지 못하니, 무게가 아무리 가볍더라도
하체가 받는 비중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스쿼트를 할 때 바벨을 상체에 제대로 견착하지 못했던 게 생각났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고보니,
예전에 프로덕트 매니저 수업을 들을 때 '문제 정의'가 제대로 선행이 되어야,
좋은 솔루션을 만들 수 있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났다.
비단 사업이나 제품을 만들 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가끔 사람들 사이에서도 서로 오해하며 사이가 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도 서로에게 갖는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각자가 생각하는 문제에 맞춰 해결을 하려다 보니
'나는 이렇게 생각해서 해주는데 왜 알아주지 않지?'
'나는 이게 문제인데 왜 자꾸 딴짓만 하는거지?'
하며 오해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 간의 관계나, 제품, 사업 모두 제대로 된 '문제 정의'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사람 사이에서는 소통을 통해서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고,
제품이나 사업, 서비스 등은 내가 타겟으로 삼는 소비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문제 정의'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