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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어 Aug 29. 2022

0829

어딘가 결핍된 느낌이 들었다. 단 하루, 아니 단 1분 1초라도 무언가 모자란 느낌 없이 ‘완벽’한 느낌을 받을 수는 없는걸까? 어쩌면 그런 날이 없지 않았을 수도 있겠으나 너무나 찰나였기에 이쯤 되면 전혀 기억 나지 않고 결핍 속에 사는 삶에 대한 불만만 늘어간다.


어떤 날은 곡기가 부족했고, 어떤 날은 애정이 부족했으며, 어떤 날은 알콜이 부족했다. 어떤 날은 친구가 부족했고, 어떤 날은 이성이 부족했으며, 어떤 날은 털이 복슬복슬한 동물이 부족했다. 무엇 하나가 채워지면 나는 또 다른 결핍을 찾아 나섰다. 콩쥐팥쥐에 나오는 밑 빠진 독처럼 부어도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그런 게 내 장기 어느 틈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았다.


결핍을 채우려고 경주마처럼 달려 나가다가도, 어떨 때는 결핍 때문에 온 몸이 굳어 제 자리에서 머리를 쥐어 뜯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날도 있었다. 침대 위에 마치 가위 눌린 듯 옴짝달싹 못하고 누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날. 깜깜한 어둠 속에서는 시간조차 흐르지 않고, 그럴수록 결핍은 몸 속 곳곳에서 침잠해 나를 더욱 더 짓눌러 댔다. 그런 날은 하루로 끝나지 않고 며칠 내내 나를 괴롭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마치 하나로 이어진 듯 전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특히나 결핍이 애정과 같은, 그래서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것이라면 그 밤은 더욱 더 고통스러웠다. 어둠 속 나 홀로 누워 시간을 죽이다 보면 내가 혼자라는 사실이 그 어느 때보다 깊고 진하게 느껴져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차라리 만물이 활동하는 아침이라도 되면, 내가 혼자라는 느낌이 덜할텐데. 나는 모든 것이 고요하게 숨어버린 밤에 오롯이 혼자가 되어 외로움 속에 짓눌렸다. 숨이 막힐 것 같아 해가 뜨는 시간만을 기다리지만, 혼자서는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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