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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낭돌이 Feb 19. 2018

티베트 여행 프롤로그

내 삶의 일부가 되어 버린 특별한 여행지

인생을 살다 보면 마음 한구석에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생기게 마련이다. 생각만으로도 설레고 웃음이 나는 추억이 깃든 여행지 말이다. 그림 같은 자연 풍경을 가슴에 새겨 놓았거나 특별한 추억이 있어 삶이 힘들 때면 활력소가 되어 주는 그런 곳 말이다.


티베트를 처음 방문한 건 2005년이었다. 지금은 하늘 위 열차라는 수식어가 붙은 칭짱열차가 다니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자동차를 이용해 2박 3일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그야말로 오지 여행지 중 한 곳이었다. 꺼얼무에서 얻어 탄 3륜 자동차 뒷 좌석에 숨어들어 생사를 넘나드는 힘든 여정을 시작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티베트의 심장인 라싸에 도착했다. 

티베트에서 바라본 히말랴야 산맥

평균 해발 3,650m. 히말라야 산맥을 마주하고 있는 티베트의 공기는 차가웠다. 고산인 턱에 다리는 무거웠고 머리는 깨질 듯 아파왔다. 차에서 내린 난 어딘지도 모를 도로에 버려진 채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오래 이동하느라 힘들기도 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이라 움직일 수 없었다. 머리 바로 위에는 하얀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있었고, 구름과 맞닿은 산 중턱에는 하늘 궁전이라 불리는 포탈라 궁이 만년설이 덮인 산맥과 어우러져 신비함을 더했다. 정식으로 입국을 허가받지 못한 외국인 여행자(*티베트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티베트 여유국을 통해 여행허가를 받아야 한다.) 신세이기에 오래 머물지 못했지만 이 강렬한 첫인상만으로도 내 마음에 꼭 다시 가보고 싶은 여행지 1번으로 자리 잡기에 충분했다. 


그 후로 몇 차례 티베트를 방문했지만 20대가 지나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되면서 티베트는 가슴속 여행지로 자리하였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리움은 커져갔고 하루에도 몇 번씩 티베트의 푸른 하늘을 생각하며 서울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습관 아닌 습관이 되어 버렸다.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한번 가보겠다 다짐했지만 지난 7년 동안 실천하지 못한 체 가슴 깊은 곳에 세겨진 여행지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하늘 위 호수라 불리는 남쵸호수

한 여성의 배우자이자 세 아이의 아빠로 지난 7년을 보냈다.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지난 시간은 나열하기도 싫을 정도로 다사다난했지만 그 시간 역시 나의 인생의 한 추억으로 자리매김하였다. 20대의 청년은 어느새 불혹을 세 살 앞둔 나이가 되어 버렸다. 


평범한 어느 날 아침 9시에 출근해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가면서 티베트가 떠올랐고 평소와는 달리 이번엔 꼭 가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처럼 정확하게 형언할 수 없지만 가야 하는 이유보다는 가야겠다는 생각이 앞섰고 그렇게 가슴 깊이 새겨 둔 꿈의 여행지인 티베트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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