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프 스프링즈>
내 남편이 나랑 의리로 산다고 하면 기분이 어떨까?
사랑의 본질은 나이와 상관없이 변하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이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중년 부부들은 흔히 “정으로 산다, 의리로 산다.”와 같은 말을 하며 부부의 스킨쉽이나 애정표현은 가치가 없는 것이나 남사스러운 것처럼 이야기하고는 한다. 배우자가 없어서 쉽게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위와 같이 거의 동성에 가까워진 관계를 내버려 두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가족끼리 왜 이래?”라는 말을 정말 싫어하는데, 이 말이 “당신은 이제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로 들리기 때문이다. 또한 부부 관계를 더 이상 소중히 하지 않으며,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겠다는 말로 느껴졌다. (물론, 정과 의리만으로 산다는 의미로 말한것은 아니겠지만..ㅎㅎ)
하지만, 호프스프링즈에 나오는 아놀드와 케이 부부를 보면서 부부가 20년, 30년을 신혼부부처럼 사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는데 바빠서 관계에 소홀해진 아놀드와 케이의 모습이 다른 부부들과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호르몬의 유효기간은 2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생물학적으로도 한 여자, 한 남자와 몇 십년을 살면 더 이상 이성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놀드가 케이의 눈을 보자마자 섹스를 멈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도 배우자와의 충분한 대화와 서로가 원하는 관계의 모습을 알고 맞춰가는 과정을 가진다면, 변함없는 부부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놀드와 케이가 섹스를 하지 않고 살았다고 해서, 더 이상 설레이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케이는 아놀드를 사랑했고, 자신의 전부라고 말했다. 아놀드도 케이와 섹스를 하고 싶었지만, 케이를 위해 참았고, 오직 섹스를 원해서 매춘부를 찾아가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인내한 것을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사는데 바빠서 같은 방향으로 걸으면서도 서로를 더 바라보고 더 이해하려고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상담사의 도움을 받았지만, 케이가 원했던 부부의 모습은 서로 조금 더 노력하고 조금 더 진솔했다면 만들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또한 영화에서는 사랑의 표현중 섹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지만, 개인적으로 그 외에도 나를 위한 봉사, 헌신, 인정해주는 말을 해주는 등의 모습도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은 굉장히 다양함을 알고, 서로 어떠한 모습에서 사랑을 느끼는지 알고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며, 서로 소통하고 맞춰가는 과정은, 시간이 지나도 항상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줄 것 같다.
아놀드와 케이의 상담과정을 통한 성찰
아놀드와 케이는 부부끼리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하지 못해 속앓이만 하다가 케이의 용기 덕분에 처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제3자의 입장에서는 참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무를 수도 없는 결혼을 한 부부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생길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의 답은 상담사가 아놀드에게 던진 질문에 있다.
“본인의 자존심보다 상대가 중요한가?”
특히 연인관계에서는 자존심 문제가 다른 관계에 비해 크게 두드러지는 것 같다. 상대에 대한 자신의 기대를 ‘알아서’ 충족해 주고 맞춰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인 것 같다. 내 마음을 바르게 바라보고 바르게 표현하는 것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순간의 자존심을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자존심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