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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봄날 May 26. 2020

  '長壽'가 두려워!    

고령의 삶

"어떻게 해~~  예상수명이 104세로 나왔다. 넘 길다 길어~~"

언젠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예상수명 설문지를 풀어본 친구의 하소연이었다. 그가 걸어준 링크를 통해 수십 개의 문제를 풀고 나니 헐~~~

"너 가고 10년 더 어찌 사냐? 끔찍하다."


증조 할머니가 19세기에 84세까지 사셨고, 30년 전, 친할머니가 92세로 돌아가셨다. 현재 친정아버지는 87세로 기저질환이 없으시고 얼마 전까지 주 3회 자원봉사를 하실 정도로 정정하시다. 의사인 제부는 아버지의 100수를 장담하고 있다. 50대 후반에 들어선 나도 건강검진을 하면 특이사항에 '신체활동 부족'이 기재될 뿐이다.


사실, 난 무릎이 자주 붓고, 발바닥과 어깨에 질환이 있다. 그러니 난 내과적 질환은 없지만 관절질환이 있어서 나중에 거동이 불편하면서 오래 살게 될 것 같다.


내가 장수를 걱정하는 것은 요즘의 친정어머니의 상태 때문이다. 엄마는 정정하신 편이지만 마음이 아프시다. 80이 넘으시면서 몇 번의 골절을 겪으면서 경증의 치매가 시작됐다. 기억력이 많이 나쁘지는 않지만 모든 일이 짜증이고 서러워하신다. 자존심이 강한 분이신데 쉽사리 도와달라는 말씀은 안 하시고 그냥 서럽고 화를 내신다. 엄마는 본인이 알뜰하게 살림을 해서 지금까지 돈걱정 없이 살고 있고, 자식들에게 물려줄 게 있는 거라고 굳게 믿고 계신다.  그리고 입버릇처럼 오래 사는 것이 싫다는 말씀을 하신다. 치매가 우울증과 함께 온다는데 약을 드시고 계시지만 크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와 사이가 좋으셨는데 점점 아버지가 힘들어하신다. 


여기에 코로나가 기름을 부었다. 봉사활동과 기원, 영화관 등으로 매일 외출하시던 아버지가 종일 집에 계시면서 엄마는 폭발하셨다. 아버지의 점심까지 챙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마를 힘들게 했을 것이다. 딸 셋이 돌아가며 방문하고 드실 것을 해다가, 또는 사다 드리면서 좀 진정되었지만 그 모습을 보는 딸들도 힘겹다.


시어머님은 4년 전 아버님이 돌아가실 때까지 오랜 병수발을 드셨다. 어머님은 유명하게 살림을 못하시는 분이라 음식은 잘 안 하셨지만, 성품이 고우셔서 아버님께 다정하셨고, 적당히 남의 손도 빌어가며 현명하게 사셨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어머님은 혼자 행복하게 사신다. 85 세지만 성형외과도 다니시고 끊임없이 옷과 신발과 모자를 사신다. 어머님 욕실에 가면 연예인 욕실인 것처럼 많은 화장품이 늘어져 있다. 예쁘게 꾸미고 매일 사람들을 만나고 즐기신다. 집에서 음식은 아예 안 하신다. 그러니 나도 어머님 음식을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어머님은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으시다. 어머님 독자적으로 생활비를 해결하지 못하신 상태에서 소비가 지나치시다. 둘째 아들만 현직에 있는 상황이니 앞으로 어머님의 생계와 아프실 때를 위해서는 집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쉽사리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요즘, 부모님을 보면서 나의 80대, 90대, 그리고 그 이상을 걱정한다. 나는 지금 친정부모님과 가까이 살면서 내가 마트이고 은행이고 기사며 집사이다. 그나마 스마트폰이라는 비서가 나를 돕고 있다. 엄마는 자식이 없었으면 어찌 살까 라고 자주 말씀하시지만 내가 80세 이상이 되었을 때 나의 딸들이 나처럼 할 거라는 기대는 없다.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을 기를 쓰고 쫓아가야 내 일을 내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노년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며 사회의 주역으로 사는 기간이 약 30년이라면 그 이후 노년으로 사는 기간이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그 기간 동안 행복하려면 무엇보다 건강을 잘 챙기고 내 삶을 책임질 돈을 잘 챙겨야 한다. 그리고 건강한 정신으로 내 삶을 긍정적으로 활기차게 살아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자식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 할 텐데, 긴긴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내야 할 텐데....


나의 長壽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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