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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이제 출근 안하는 거야?

카페를 임시휴업했다.

아라보다 공방카페 휴무 공지 영상

https://youtube.com/shorts/4jAWU5vyYzg?si=CZ_2cPR5Qiei7qqC


 출근을 안한지 열흘이 되었다.

매일 같이 출퇴근 하던 새벽이는 갑자기 바뀐 일상이 이상한듯, 아침에 혼자 나가는 나를 보며 같이 나가자고 종종 거렸다. 낮에 잠깐씩 산책을 하고 싶었지만, 집 건물에 유치원이 있어서 새벽이랑 산책을 나가면 애기들 수업에 방해될까봐 편히 다니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새벽이가 오늘은 아침 7시부터 문 앞에서 울면서 나를 깨웠다. 지금은 유치원 등원시간 전이라 같이 다녀와도 좋을 것 같았다. 새벽이도 이걸 알고 일찍 나를 깨운 걸까?




1. 나가자고 보채는 새벽이 2. 리드줄 하고 가자!



 새벽이는 문을 열자마자 뚱땅뚱땅 걸어 나갔다. 꼬리가 바짝 올라간 걸 보니, 간만의 외출에 기분이 들뜬 것 같았다. 아침이라 그런지 습기 머금은 공기가 시원했다. 오랜만에 이른 아침에 나올 수 있게 해준 새벽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산책 나오면 새벽이는 강아지 풀을 찾아 뜯어 먹는다. 비슷하게 생긴 풀도 한번 '앙'하고 물어보면서 맛을 구분하는 것 같다. 산책을 같이 다니면서 새벽이가 좋아하는 풀을 구별하는 눈도 길러졌다 ㅎㅎ 날아다니는 벌레와 새도 구경하고 궁디를 빵실 빵실 흔들며 사냥 놀이를 하기도 했다. 그동안 수 많은 사람들에게 예쁨을 받다가 이렇게 집사랑만 지내는 게 힘들지는 않을까. 집에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혹시 우울해지지는 않을까.하는 걱정들이 스치기도 하고, 신이난 새벽이가 마냥 귀엽기도 했다. 자리 잡고 누워있는 새벽이 옆에 나도 쭈그리고 앉았다. 잠옷에 점퍼 하나 걸치고 나온 터라 옷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스쳤다. 






 요즘 들어 고민하고 결정해야하는 문제들이 줄지어 터지면서, 머리가 온통 시끄러웠다. 책임이라는 게 참 무섭다.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많아질 수록 신중해야하고, 선택에 따른 결과를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지금보다 어릴 때에는 내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행복하고 들떴었는데, 이제는 선택에 대한 무게에 눌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같다.


 카페 운영을 지속할지, 다른 일들에 더 집중할지는 다음주까지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오늘 카페에 잠시 들렀는데 아파트 관리 소장님이 카페 창고를 철거하라고 했다. 옆 가게는 카페에 오는 아이 손님들이 자기네 꽃집 앞에도 다니는 게 불편하다며 내게 한 말씀 하셨다. 카페 테라스에 있는 나무에서 이파리가 떨어진다며 투덜거리셨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를 때 참 마음이 어렵다.


   다들 이런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겪고 어른이 된 걸까. 산 넘어 산이라는 말처럼, 앞으로 점점 더 큰 문제들이 생길수도 있다. 그때마다 헐떡거리며 산을 넘고 나면 더 험한 돌산이 있을 수도 있다. 앞길에 뭐가 있을지 모른다. 고양이 두마리를 키우는 것도 갈등과 고민이 많은데, 나중에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되면 더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겠지. 그래도 너무 지레 겁 먹지 말고, 눈 앞에 있는 산을 하나씩 넘어가보자. 급하게 뛰어가지 말고 천천히 산책하는 마음으로, 옆 사람과 같이 웃고 간식도 나눠 먹으면서 지나다보면 그렇게 고된 여정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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