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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는데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마음과 실행력, 아이디어가 앞설 때 일어나는 일


 이전에 멘토링을 했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고등학교 끝무렵을 지나고 있는 학생이었다. 가끔 우리집에 데려와 함께 잠 들기도 하고, 버스시간에 맞춰 정신없이 운전해서 데려다주었던 기억을 나눈 하얗고 작은 여자친구였다.


 처음에 말문을 트는게 참 어려웠다.


"오는 데 힘들지 않았어?"

"네."

"한 주 어떻게 지냈어?"

"잘 지냈어요."


오랜시간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할 때면, 열댓번 말을 붙이다가 이내 음악을 틀고 가게되는 경우가 많았다.

 



 만난 시간들이 하나 둘 쌓여가자, 친구는 내게 자신의 가정 이야기를 나누어주었다. 

이렇게 똑부러지고 바르게 자란게 신기할 만큼 얼룩진 지난 날들.

부당함을 참고 견디는 게 익숙한 친구에게 쉽게 얻을 수 없는 단단함이 있음을 보았다.


최근에 이사를 하고나서 한번도 찾아가지 못했는데, 친구는 용기를 내어 내게 연락을 주었다.



 여기 저기 수소문을 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리자,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 중 한 분이 연락이 오셨다. 


자신도 도울 의지가 있으며, 주위에 마음이 있는 분들을 함께 모아보겠노라고.

바쁘고 빼곡한 일정 사이사이 어렵게 소통하며 우리는 작은 문화지원금 장학금을 기획하게 되었다.


장학 지원 형태를 갖추는데에는, 같이 활동하는 마이리얼멘토단 지희님의 도움이 있었다.




"친구들이 경제적 지원을 해주면, 그거를 발판 삼아 미래를 준비해야하는데,
그대로 나오는 돈 쓰면서 안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돈으로 지원하는 거 반대에요."





작년에 <숨김없는 말들> 에세이를 출간하면서, 글쓰기에서 오는 회복과 치유를 경험한 내가

독서 후 소감문 제출시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을,

문화활동을 통한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신 장두원님께서 문화활동 지원금 아이디어를 냈고

바로 카드뉴스를 만들어 홍보하기 시작했다.






효과는 놀라웠다. 올린지 하루만에 24명이 지원.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지원자가 늘어나곤 했다.


5명의 청년을 지원할 계획이었던 장두원님께서는 이런 질문을 꺼내셨다.

"근데, 만약에 예상보다 지원자가 많으면 어떡하죠?

박탈감을 주고 싶지 않은데."



그러면, 제가 기아대책에 지원 요청해볼게요.
원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공유하면 더 설득력이 있을거에요.


두원님의 예상은 적중했다. 장학규모가 작아 신청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염려했던 것과는 다르게,

직접 전화로 문의가 와서 자신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며 읽고 있는 책을 알려주는 청년.

지역이 마산인데, 장학식 참가시 교통비 지원이 되는지 묻는 친구.

자신이 간호사로 근무 중이라 저녁에 행사를 진행하면 꼭 참석하겠다는 청년까지.




나는 이 사실을 빠르게 기아대책 간사님께 공유했다.



공유한지 30분만에 지원을 결정해주셨다.

지원규모 5명에서 25명으로, 교통비까지 지원해줄 수 있는 기획으로 넓혀져갔다.

벅찬 마음을 다스리며 기아대책 카드뉴스를 빠르게 제작했다.




 프로그램에 기획되어있는 멘토링은 1인당 2회.

총 50회를 내가 혼자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현재 기아대책에서 활동 중인 멘토단에게 멘토링을 요청하자, 바로 지원멘토가 나왔다.


이로써, 3일만에 장두원 장학금과 기아대책 장학금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럼 추천도서는 어떻게 선정할까.



 올해 하반기, <상냥하고싶어> 동화를 출판하게 될 우주북스 박현민 대표님께 연락을 드렸다.

갑작스런 요청임에도 대표님은 흔쾌히 책을 추천해주시기로 하셨다.


바로 다음 날, 대표님은 책을 선정해주셨다.


도서 비용의 일부를 우주북스에서 지원하겠다는 내용과, 저자 토크 및 강연 기획까지 제안해주셨다. 

그러자 나는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장학 대상자 친구들과 멘토링을 할 때 함께 글을 쓰고 엮어서 책을 출판하는 것을.

그렇게 된다면 참여 청년들은 모두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무모한 기획력과 빠른 실행력이다.

애초에 안되는 이유부터 찾는 것이 아닌,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익숙했다.

생각보다 세상은 원리 원칙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 사이에 기회를 만들어낸다면, 내가 꿈꾸던 일들을 하나씩 이뤄갈 수 있을거라 믿는다.

그리고 나는 그 꿈을 현실로 만나고 있다.


이 기회는, 먼저 장학 지원에 대한 마음을 표현해주신 장두원님과, 

지원을 빠르게 결정하고 함께 해주는 기아대책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마음을 갖고 돕기 위해 연락을 주셨던 우주북스 박현민 대표님께서 만들어주셨다.



나는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로서,

아이들과 청년들이 겪고 있는 상황과 필요를 전달하고 문을 두드릴 것이다.





청년들을 위한 강연에 다닐 때 나는 종종 이렇게 이야기 한다.


세상이 차갑고 삶이 퍽퍽하다고 믿는다면, 내 믿음대로 될 것이다.

나는 그런 세상에 살고 싶지 않다.

세상에는 우리를 도울 마음을 가진 이들이 분명 있다. 그것도 많이.


다만 내가 이 세상에 살아가고 있는지 모를 뿐이다.








지원 문의는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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