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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만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ep.3 유튜브 구독자 1만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정리하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매일 아침 출근을 준비하는 과정은 보통 지루하며 미루고 싶은 마음이 든다. 화장실에 들어가 씻을 때는 '아.. 얼굴이 많이 부었네. 어제 야식을 참았어야 하는데.'  옷을 고를 때는 '다이어트 언제 하지. 점점 맞는 옷이 없는데.'같은 생각들로 약간의 짜증과 불만이 섞인 감정을 겪는다.


매일 같은 마음을 겪으면서도 왜 나는 변하지 않을까? 하는 자책을 하며 출근했다.




어떻게 하면 하루를 시작하는 과정이 기대가 되고 마음이 가벼울 수 있을까?


 준비를 마치면 차로 10분 거리 카페에 출근하면 오픈 준비를 하고 테이블에 앉는다. 노트를 펴고 그날의 TO DO LIST와 일기를 쓴다. 조금 더 여유가 되는 날에는 책을 읽고 그중 마음에 닿는 구절을 노트에 옮겨 적고 감사일기도 쓴다. 손님이 오시면 메뉴를 나가고, 빈 시간에는 유튜브 영상을 편집한다.


요즘 이렇게 사는 삶을 나는 만족하고 있는지 질문을 하는 시간들이 잦아졌다.



나의 삶이 어디에, 누구에게 쓸모가 있는가? 에 대한 고민. '나의 가치'에 대한 불안함이 찾아온 것이다. 이 생각을 하면서 나는 삶의 만족도가 낮고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직업에 만족을 느끼려면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 경제적인 소득이 되는 일.

이 네 가지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얼마나 만족을 느끼고 있을까.

6가지 분야를 위의 4가지 기준으로 정리해 보았다.


 네 가지 기준에 모두 충족하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 사실을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나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일들을 시도하면서 내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던 것 같다.






 최근 1년 동안 '새벽이는 마리야'라는 계정과 채널로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4개에서 많게는 6개의 영상을 편집해서 올리면서, 점점 팔로워와 구독자가 늘었고 현재 인스타그램은 2만 팔로워, 유튜브는 1.2만 구독자가 생겼다.


 




영상을 보는 분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만족도가 높아지고 불안이 떨어질 거라고 예상한 것과 달리 새로운 고민이 날로 늘어만 갔다. 영상마다 악의적인 악플이 달릴 때도 있고, 성희롱이나 공격하는 말들이 종종 달렸으며, 평소만큼 조회수가 나오지 않을 때는 기분에도 영향이 가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유튜브 수익 떨어지면 고양이 유기하겠네.'라는 댓글이 있었다.

억울했다. 새벽이는 마리야 채널은 아직 수익창출이 발생하지 않으며, 숏츠 수익은 조회수 1당 0.16원이기 때문에 수익창출을 한다고 해도, 1만 뷰 영상의 수익은 1,600원 정도로 크지 않기 때문이었다. 원하는 성과에 도달하고 있음에도 기대했던 만족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감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을 찾아 성과를 만들면 사회에 기여하기 어려운 일이거나 경제적인 보상이 따라오지 않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면 내가 원하는 일들을 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나에게는 지혜가 필요했다.



그러다 오늘, 카페에 좋아하는 단골손님이 오셨다. 60이 지난 따듯하고 아름다운 여사님을 나는 편의상 '집사님'이라고 불렀다. 대화를 나누면 기분이 편안해지고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닮고 싶은 분이었다.


메뉴를 나가고 집사님께 여쭸다.


"집사님, 제가 그동안 뵙고 지내면서 집사님은 삶의 만족도가 높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궁금해요."


집사님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하셨다.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럴 것 같아요. 아무래도, 유진 씨랑 내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까 때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이제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삶이고 유진 씨는 펼쳐나가는 때이다 보니까.. 저도 유진 씨 나이 때에는 여유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말씀을 듣고 나는 아직 풀리지 않은 부분들을 재차 질문했다.


"그래도 60이 넘은 분들 중에서도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집사님께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듣고 보니 감사한 게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무릎 수술을 한 이후로 두 다리로 걸어서 여기 카페에 올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유진 씨 만나서 대화하고 커피 마시는 시간도 감사하고, 집에 가는 길에 장을 보고 저녁 준비하는 것도 감사하고.."


 집사님은 누군가 귀찮게 여길 수 있는 일들에도 감사함을 느끼고 계셨다. 과거에 빠져있거나, 미래를 불안하게 여기는 게 아닌 지금 현재의 순간들을 살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니, 나는 "어떻게 하면 만족할 수 있을까?" 질문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는 만족하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나는 지금 만족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을 수도 있음에도 지금 내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은 내가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한 일들을 적어 보고 싶다.


1. 내 손으로 인테리어를 한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서 감사하다.

2. 사랑스러운 반려묘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어서 행복하다.

3. 반려동물 각인 필통이 온라인으로 첫 주문이 들어와서 기쁘다.

4. 오늘 오랜만에 목표 매출에 도달해서 만족스럽다.

5. 혼자 살기에 충분히 넓은 주거 공간에 살고 있어서 편안하다.

6. 날이 점점 따듯해져서 점점 옷을 가볍게 입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7. 브런치 연재 날짜를 지켜 글을 쓰고 있는 게 대견하다.

8. 가게 어항에 사는 구피가 새끼를 낳아서 신기하고 기쁘다.

9. 건강에 큰 문제없이 살아가고 있어서 감사하다.

10. 오늘도 하루를 안전하게 보내서 감사하다.



 이렇게 지금 이 순간의 감사함을 느끼다 보면, 대단한 성과를 이루지 않아도 삶이 만족스러운 날들이 점점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널려있다 보니, 때로는 주눅이 들고 열등감이 찾아오더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나를 사랑하고 기특하게 여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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