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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상업적 아이템? 집사한테 그게 무슨 막말이애옹

초면에 조언은 안 듣고 싶습니다!




여기는 고양이가 한 마리밖에 없어요?
하남에 보니까 고양이 수십 마리 있는 고양이 카페 있던데,
그런 카페 차리시는 건 어때요?


 아이 손님과 처음 방문한 엄마 손님이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래요? 그런 곳이 있는지 몰랐네요."라고 대답하며 자리를 치우러 가는데 엄마손님은 내게 다시금 제안하셨다. "진짜 좀 넓은 곳에서 고양이 많이 데려다 놓고 운영하세요. 거기 가면 아이들 엄청 많아요. 업적으로 대박 날 것 같아요."


제안은 감사하지만, 나는 거절의 의미를 담아 말씀드렸다.


"저는 지금 키우는 고양이 두 마리로 충분할 것 같아요 ㅎㅎ"


그러자, 아이엄마는 내게 자신의 생각을 재차 말씀하셨다.

"키우는 거야 그렇죠. 사업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괜찮은 아이템인 것 같아요."


손님의 지나가는 말로 들을 수도 있지만 이상하게 이 대화가 마음에 며칠 동안 남아있었다.







 만약 유기된 고양이나 아픈 고양이들을 돌보는 목적으로 공간을 꾸려 놓고, 유지하기 위해 손님을 받는다면 괜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려면 아이 손님을 받으면 곤란하다. 고양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나 지식 없는 상태의 아이는 고양이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해 물릴 수 도있고, 고양이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다.


 

 새벽이는 처음에는 몸을 피하는 걸로 거절의사를 표현한다. 그래도 못 알아들을 때는 발로 스윽 밀어낸다. 그래도 멈추지 않을 경우 살짝 깨문다. 만약에 이런 신호들을 알아듣지 못하고 고양이가 싫어하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점점 예고 없이 바로 물어버리는 고양이가 될 수도 있다. 이렇듯, 반려동물은 한 마리를 키우는 것도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그런 고양이를 사업적? 아이템이라고?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는 가정에서 한 번씩 고양이를 보러 카페에 가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수십 마리의 반려묘를 케어할 자신도 없을뿐더러 많은 아이들이 찾아오는 카페라면 더더욱 신경 쓸 부분이 많기 때문에 내가 먼저 수명이 짧아질 것 같다. 그러니 나는 대형 고양이 카페를 운영할 깜냥이 안된다.






 이렇게 카페를 운영하다 보면 손님들에게 조언을 꽤 많이 듣는다. 간혹 정말 도움이 되는 조언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원하지 않는 조언들이 많다. 카페에서 앞치마를 팔아보라며 쿠팡에서 목록을 뽑아 주신다거나 대형 고양이 카페를 하라고 조언해 주시는 것. 생각하는 마음에서 제안해 주시는 것을 알기에 적당히 반응하고 지나가지만, 여러 차례 말씀하시면 거절하는 것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내가 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거절 표현을 하면 기분 상해하신다.)

 



그러니, 조언은 먼저 구하는 사람에게 하면 좋겠다.


 상대가 조언을 요청하지 않았을 때도 너무 쉽게 조언을 건네는 사람이라면, 누군가 "제가 지금 고민하는 부분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먼저 요청하고 물어볼 조언을 꺼내면 좋겠다.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는 알아보고 먼저 조언을 구할 테니 말이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그 말이 필요한 타이밍이 있다. 학업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에게 살을 빼라고 조언한다거나, 대뜸 카페 앞에 자판기를 놓으라고 조언하거나 하는 말들을 꺼내기 이전에, 그 사람이 현재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먼저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지랖은 다른 말로 관심과 사랑이다. 필요한 곳에 쓰인다면 누군가를 살리기도 하고 세우기도 하는 좋은 성향이 될 수 있다. 필요한 사람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도 사실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그러니 필요로 하는 이에게 조언을 하며, 보람과 기쁨을 느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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