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길을 찾아봅시다.

정말 서로에게 더 좋은 길이 찾아올 수 있기를....

참 가슴아픈 일이기는 하지만 회사에서 근무하다보면,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물론 내 입장에서는 능력과도 상관없이)권고사직을 받을수도 또 권고사직을 제안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어떻게 보면 참 냉정하게도 느껴질 수 있고, 말도 안되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생각될 수 도 있다. 또 남과의 비교의 과정에서 상처를 받기도 또 상처를 주기도 할 것이다.

예전에 내가 영화관련 기업에서 근무할 때 내가 운영하는 마케팅 팀이 있었는데(10년도 전 이지만 아뭏든) 그 당시에는 마케팅 팀을 나는 최대한 가족적인 분위기로 즐겁고 행복하게, 또 앞으로도 부족한 부분을 함께 채워주고 밀어주며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하고자 했다. 그때는 나도 의욕이 넘치고 있었고 또 새롭게 옮겨간 곳에서 전체적인 문화를 개선하라는 지시에 따라 내가 맡게된 팀이어서도 그럴 수 있었다.

내가 새롭게 옮겨간 곳이어서 한참 정신이 없고 새로운 일들을 세팅하느라 너무 바빠 보였기 때문에 그랬을지는 모르지만, 어느날인가 내 위에 계시는 모 본부장께서 "김팀장, 그 팀 인원중 A군과 B군은 빨리 정리하는 것이 어떻겠나?"라고 나를 불러 이야기를 하는것이었다..  "나는 김팀장과 함께 성과를 내야하는데 그 두명을 데리고는 내가 볼 때에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래.. 어차피 김팀장이 내는 성과가 내 성과기도 하니까 말이야" 라고 했다.

나는 좀 의아했다. "왜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는걸까?" 나를 떠보는건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아닙니다 본부장님, 제가 잘 데리고 해 보겠습니다. 잘 가르치면 될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본부장은 떫떠름 한 얼굴로 "그래요? 알겠습니다. 뭐 김팀장이 그러시다면 그렇게 하시죠, 하지만 저는 성과평가는 확실하게 하겠습니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 두 친구는 사실 팀을 급조하다보니 영업팀에서 근무를 하다 마케팅팀으로 발령이 나서 온 친구들 이었는데 인성도 태도도 그리고 회사의 운영방안에도 근무년수가 좀 되다보니 내가 물어보는 데 대해서 잘 설명해 줄 수 있었기에 나는 사실 크게 불만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기에 본부장이 이야기하는 것을 더 이해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런데, 소비자에 대한 분석을 하고, CRM 자료를 구성하고, 인지도를 점검하고, 포지셔닝을 보는 등의 일이 마구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준비가 안된 친구들과 함께 일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 지는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친구들의 인성과 태도 그리고 역량은 훌륭하나 바쁘게 진행하고 알아서 어느정도 해 줘야 하는 세부적인 일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기가 벅차지기 시작했다.

사실 그 영화관기업에서는 아주 짧은시간 있었기에 마케팅업무를 제대로 세팅을 하지도 못한채 그만두게 되었지만 그 때의 일이 지금와서 돌아보면 만약 내가 다시 그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했을 때 어떻게 판단을 하는 것이 좀 더 적절했을까? 라는 질문을 해보게 된다.

물론 그 때 나는 그 친구들을 끝까지 지켰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안부도 묻고 가끔 OB모임을 하기도 하면서 인생의 좋은 기억으로 함께 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야기 하는 것은 그런 개인적인  인생의 좋은 기억이 아니다. 그 때 내가 맡게 되었던 책임과 성과의 관점에서만 이야기 해본다면 나의 결정은 잘 못 했던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함께 일했던 그 친구들은 내가 그 영화관기업을 떠나자 마자 다들 다른 회사로 옮겨갔다. 아무도 마케팅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다. 뭐 경험적으로 좋은 경험일수는 있었겠지만 그들에게도 마케팅업무는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의 나는 내가 다른길을 찾아보자고 이야기를 하는것에 머뭇거린다면, 그 분의 커리어에도 어쩌면 해가되는 일을 방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회사의 입장에서도 그분의 역량이 오롯이 녹아서 회사의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는 상태로 계속 있게 된 다는 것은, 전사적인 비효율과 경쟁력 저하라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는 점이 동시에 분명하게 발생한다.

매번 고민이 든다. 인간적으로야 너무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늘 옆에서 같이 웃고 고생하던 사람들에게, 이제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라고 이야기 해야 하는 상황이 남겨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 이 일은 하는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안 맞는 옷을 너무 오래 입고 있으면 원래 그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더 오래 못하게 된다는 문제와, 자존감 자신감의 하락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단순히 우려가 아니고 대부분 그렇게 반드시 된다는 점이 무섭다. 당장은 가슴아프고 슬프고 마음이 먹먹해도 지금 그들에게 이야기를 단호하게 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우리의 인연은 여기 까지인것 같다. 당신이 더 잘하는 부분을 찾아줄 회사로 옮겨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이다.

우리회사는 당신을 키워줄 그릇이 못되는 것 같다라고 말이다. 둥그런 수박을 네모난 박스에 넣어 키우면 네모난 수박이 된다. 그것이 옳은가?

네모난 수박은 수박이지만 그 온전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그가 더 잘하는 달콤함을 뽐내는 상큼한 과육을 희생하면서 네모가 된 수박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내가 잠시 잔인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더 옳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글을 쓰며, 어쩌면 내 상사도 나에게 지금 내가 다른 친구들에게 하고 있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회사의 생활이고 프로세셔널의 세계인걸. 나는 프로로 살고 있다. 그저 그렇게 지내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당연한 일이다. 성과가 없으면 자리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