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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호 Jul 27. 2020

어떻게 이야기는 사람을 잠식하는가

생각으로서의 '이야기'


어떤 사람이건, 자신이 관심을 갖는 분야에는 '몰입'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된다. 그게 진정한 의미의 '몰입'인지는 결코 깨달음을 얻기란 쉽지 않겠지만, 개개인은 한 곳에 출중한 무언가를 갖게 되는 듯하다. 그게 전문적으로 발현된다면 (이 세상의 긴 역사로 볼 때는 개인이 들일 수 있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지만), 혹은 개인적인 투자를 많이 하게 되면 결국에는 이 '몰입'하는 것이 외부로도 발현되어 보이기 시작한다.



나의 경우에는 그 '몰입'할 수 있는 분야가 몇 가지 있었는데 (그렇다고 내가 이야기를 잘 다루는 사람은 아니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였다. 역사를 통틀어서, 혹은 지금 우리는 이야기 속에 살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개인의 서사는 기존에는 영웅적인 인물을 통해서 발현됐지만, 흔히 말하는 초연결시대와 네트워킹시대 사이의 오늘날에는 영웅적인 이야기들은 흐릿해지고, 개인이 서사에 중심에 서게 되었다. 


 사람이 만든 것에는 '이유'가 담기게 되는데, 그 이유나 의도가 이야기를 만든다. 그것을 억지로 짜 맞추던(이 경우에는 다른 이에게는 잘 안 와닿는 서사가 될 것이다만), 아니면 심사숙고해서 본인을 담은 그릇이 되건, 이야기는 만들어지게 된다. 



장황하게 풀어봤지만, 이 글도 역시 "내가 어떻게 이야기에 잠식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때 거의 모든 컨설턴트들이 스토리텔링을 이야기하듯, 나 역시 그렇게 스토리텔링에 대해 주요점을 설파하고 그게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으나, 이건 어찌 보면 '개인의 서사'에 대한 에세이일 뿐이다. 브랜드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스토리텔링이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주 기꺼이 다룰 필요가 없다. 



그게 의도되었든, 의도되지 않았든 좋은 이야기나 서사는 자연스럽게 사람들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게 된다. 이야기들이 결국에는 다수의 청중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에게 '이미지'로 남는 것이다. 그래서 '각인(Brand)'인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유튜브가 흥행한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하지 않았나 싶다. 모두는 모두의 이야기꾼이다. 각자 개인의 서사를 가지고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이는 각자의 '몰입'과 어느 정도 관계되어 있다. 다시금 말하지만 이 글은, 어떻게 이야기가 인간들을 잠식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디지털 바운더리 안에서 움직이던, 고대 파피루스에서 움직이던 이야기는 그대로 있었다. 다만, 그 범위와 퍼지는 속도가 변한 것뿐이다. 



길게 보자면, 내가 어떤 서사를 만들어가는가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그 속에서 어떤 '각인(Brand)'와 '몰입'에 들어설지 선택에 기로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순간에 대해서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 내가 무엇에 몰입할지를 정하는 것은 사실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억지로 쥐어짜서 만드는 이야기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잠식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있을 것이다. 어떤 누군가의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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