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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선 Jan 04. 2021

40 vs. 50

나이를 먹으며 얻는 것들

'새해'라는 설렘도 있었지만 정말 오랜만에 재택에서 벗어나 출근한다는 반가움이 컸다.


첫날, 역시 재택보다는 사무실 근무가 덜 힘들다며 느끼게 된 것은, 중간중간 동료들과 함께 나눴던 대화와 웃음 때문이리라.


점심을 먹는데 이제 (우리 나이로) '사십 대'에 들어 선 후배가 물었다. '40대가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이에요?'. 새삼 세월의 무게를 느낀다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머뭇거림 없이 대답했다.


"인생의 전성기에 들어섰다는 얘기지"


그는 마치 내가 사십 대에 접어들어 시무룩해하는 자신을 위해 위로의 말을 건넸다고 생각하는 듯했지만 사실이었다.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목이 뻣뻣해져 눈길을 위로만 향하던 삼십 대의 패기가 이런저런 삶의 경험들로 인해 누그러들고 알맞게 숙성되어 삶의 지혜로 쌓이되, 아직 열정을 잃지는 않은, 그야말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런 나이가 사십 대이다.


<사십대를 절 설명할 수 있는 사진을 찾다가...>


나의 사십 대는 실로 파란만장했다. 노년의 유학에서 돌아와 다시 회사를 시작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도전하고, 그러나 세상이 녹녹지 않다는 것을, 실패를 통해 겸허히 받아들이는 견디는 세월이었다. 뭘 모르면서 앞서기에는 나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또 잘난 척하는 사람도, 그 나름의 강점으로 보아줄 여유도 생겼다. 세월을 거슬러 전해 내려오는, 미덕이라 일컫는 것들이 -예를 들어 착하게 살아야 하느니라, 혹은 매사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등등 - 왜 힘을 갖는지도 어렴풋이 배우는 나이다.


비록 사회적으로 큰 성취를 얻지는 못했을 망정, 엄청난 삶의 지혜를 배우고 삭일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후배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도 있다. 오십이 되면 훨씬 더 마음이 편해지고 여유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비록, 열정도 식어가고 몸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지만, 더 이상 오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며, 잘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는 사실이 주는 위안이 제법 크다는 사실을, 나이 먹는 게 두려운 시절에는 결코 알 수 없었다.


정말 슬픈 일은, 내려가야 하는데, 자꾸 오르려 애쓰고 좌절하고, 그렇게 마음을 다치는 일이 아닐까. 이미 나는 무대에서 내려왔는데, 아직도 무대 조명이 나를 비추는 줄 알고 연기에 몰두하는 것만큼 힘 빠지는 일이 없을 게다.


아직도 오르던 기억은 남아 있다. 가끔씩은 조금 더 갈 수 있지 않을까 조바심이 날 때도 있다. 하지만, 하산 길에 속도 조절을 잘하는 것도 삶의 지혜이니... 기억은, 기억으로 두고 내 앞에 놓인 길을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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