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고(=붕장어)는 무릇 잘게 썰어 탈수기에 돌려서 물을 빼서 회로 먹는 것으로 알았다. 부산식은 더 잘게 썰고 물기를 더 많이 빼어 아나고 회가 마치 빵부스러기, 혹은 눈 쌓인 것 같다. 접시에 하나 가득 쌓여 있는 아나고 회를 양배추나 무 채친 것을 넣고 초고추장이나 막장에 비벼 먹는다. 먹음직스럽게 보이기는 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다. 회 보다는 양념 맛으로 먹는 것이지 싶었다. 나는 그냥 잘게 썬 아나고의 고소한 맛을 즐겼다.
'먹는 방법'에 옳고 그름은 없다. 그저 맛있으면 그만이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회를 썰어 탈수기에 짜서 먹으면 붕장어 기름에 들어있는 각종 영양소는 모두 날려 버리고 먹는 것이라는 설명에는 이견이 없다. 사실 붕장어는 회 보다 구이나 튀김 탕이 더 맛있다고들 한다. 지난번 일본 여행 때 붕장어 튀김을 먹었는데 과연 맛이 기가 막혔다. 붕장어를 탈수기에 짠 회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먹는 법을 익혀야겠다 싶어서 구이에 도전했다.
'도전'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초간단 조리법이다. 시장에서 아나고를 손질해 주니 그냥 구우면 된다. -_-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아나고를 사면 이렇게 깔끔하게 손질해준다. 1Kg에 3만 원. 아나고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4-5마리 정도이다. 한 마리를 두 도막을 낸 모양. 여기에 소금을 살짝 뿌려 둔다.
절반은 간장 소스를 발라 그릴에 구웠고 절반은 팬에 버터를 녹여 구웠다. 기름 많은 생선을 왜 버터구이를 했느냐고? 그냥 내 맘이다. 아나고 맛이 담백하여 버터 향을 더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 승자는 예상했던 대로 그릴 간장구이였다.
너무 정신이 없어 플레이팅에 신경을 못썼는데 보기보다 맛은 훨씬 훌륭했다. 고소하면서 담한 맛! 일부 레시피에는 여기에 고추장 양념을 곁들여 양념구이로 하면 더 맛있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내 취향에는 아나고 고유의 맛을 살리는 것이 더 좋았다.
[조리법]
재료 : 아나고 500g / 간장소스 (물, 간장 2:1의 비율로 섞고 생강 다진 것과 설탕을 조금 넣는다)
1) 아나고는 적당히 칼집을 넣고 소금을 뿌려 둔다
2) 그릴에 예열을 한 후 아나고를 초벌로 굽는다.
3) 초벌구이 한 아나고에 간장소스를 앞 뒤로 발라 조금 더 굽는다
4) 먹기 좋게 썰어 접시에 담는다
보통 아나고나 장어를 여름에 많이 먹지만 붕장어는 겨울이 제철이라고 한다. 맛과 영양이 더욱 좋은 시기이니 꼭 한번 도전해보시길!
조리법 참고 : '아빠, 생선요리를 부탁해' (낚시춘추 편집부 지음 / 황금시간 발간) 23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