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랜만에 구글 캠퍼스 재오픈 행사에 참석했다.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의 수도라 할 수 있는 강남 삼성동까지 머나먼 길이었다.
구글 캠퍼스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서울에 오픈하고 그곳은 창업을 꿈꾸는 직장인들의 핫플레이스였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구글 캠퍼스 수수 커피에는 퇴근 후 사람들을 만나고, 사업계획서를 다듬는 직장인들로 넘쳐 났었다. 아마 그들 중 많은 수가 실제 창업의 용기를 내었으리라.
스타트업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 코로나로 운영을 하지 않다가 어제 다시 문을 열게 된 것이었다. 그 와중에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의 파트너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하게 되어, 무척 영광이었다. 지난 1년여, 구글과 함께 했던 일들을 자랑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발표 전, 여성 창업가들의 글로벌 진출을 주제로 '언리미트' 민금채 대표님과 SBVA 진윤정 상무님의 패널 토크를 듣고 있었는데 옆 자리 또랑또랑 한 젊은 여성이 말을 걸었다. 본인은 교대를 졸업했는데 프로그래밍을 배웠고 지금은 개발자로 일하면서 지속적으로 창업의 꿈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 뭔가 당찬데 과하지 않고 자신만만하고 싱그럽다. 부스럭 명함을 찾아 건네며 창업을 하게 되면 꼭 연락하라고 했다. 네트워킹 행사의 묘미란 이런 것이지. 다른 이의 경험을 들으며 인사이트도 얻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도 얻고.
짤막한 발표가 끝나고 열명 남짓 스타트업 대표들이 명함을 교환하기 위해 나를 찾아왔다. 놀라운 사실은 그렇게 온 사람들은 모두 스퀘어브릿지 인천을 알고 있더라는 것. 심지어 S 대기업에 다니며 사업계획서를 쓰고 있다는 예비창업자는 창업하면 스퀘어브릿지 인천을 오고 싶다고 했다. 앗,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신났다.
어제 발표의 요지는, 우리나라처럼 모든 인프라가 서울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지난 2년간 고민했던 사안이다. 일반적으로 지역에서는 그 지역 스타트업을 집중 지원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는다. 물론 그것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그 지역만의 특색 있는 문화와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인천은 아마 지방 도시들 중에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스마트 시티' 인프라 구축에 힘써왔다. 최근에는 바이오 기업들을 송도에 유치해서 바이오 클러스터를 만들었고 K-바이오 랩 사업을 펼치는 등 바이오테크 분야에도 적극적이다. 그런 인천의 노력들이 스타트업 생태계와 접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와 처음 파트너십을 논의할 때 가장 좋았던 것은, 구글도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통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다양성을 확대하는데 적극 나섰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구글과 우리 신한 스퀘어브릿지 인천은 '스마트 시티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게 됐고 1년여 지나면서 서서히 성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한 가지 인천의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들의 (모두라고는 할 수 없겠으나 대다수의) 공통된 화두이자 꿈인 글로벌 진출을 돕는 것이다. 인천은 '개항'의 도시다. 역사적으로 해외와 우리나라를 연결하는 곳이었다. 송도는 국제도시로 계획되고 발전되었다. 학교와 기업 등 좋은 인프라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부터 우리가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의 글로벌 파트너가 되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구글이 가진 글로벌 스타트업 지원 네트워크를 적극적을 활용할 수 있다.
집(파주)과 송도 사무실을 오가는 평온한 '로컬' 일상에, 서울 강남을 오가는 일정으로 번잡하기는 하였지만 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하루였다. 구글 캠퍼스가 다시 한번 창업 열풍을 응원하는 좋은 사랑방의 역할을 해서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기차게 움직이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세상을 혁신하기 위해 땀과 눈물을 쏟고 있는 스타트업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