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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운 Aug 30. 2018

발리-대만 대가족 여행 09> 예스허지 투어4_지우펀

2018.1.5


지우펀!
예스허지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싶다. 
기대가 너무 컸나? 생각보다는...
그렇다고 별로 였다는 건 아니고. 역시 명소 여행은 배경지식없이, 기대 없이 가야 제맛이라는...

센과 치히로를 몇 번이나 봤던 꼬맹이들 반응도 그렇고...
하야오 영감님의 영화 배경이 되었던 야쿠시마의 '모노노케노 모리'가 너무 좋았던 경험때문일까? 그의 작품 배경이 된 곳은 뭔가 특별할 거라는 기대심리가 있었는데, 야쿠시마와 비교가 되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걸 지도...







여행기간 : 2018.1.4~1.13
작성일 : 2018.8.7
동행 : 대가족 3대, 11명
여행컨셉 : 가족 여행






지우펀으로 가는 길은 통영철인대회 때 자전거를 타고 돌던 딱 그런 길을 굽이굽이 넘어간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닷가 근처가 지우펀은 아니고 좀 못 가서 언덕 위에 있는 마을이란다.



여기도 주차장과 마을 사이는 제법 멀다.



"9분"?
동네 이름 짓기 귀찮았던 건지... 총 몇 개로 분할 한 건지는 몰라도 최소 9개 이상 나눈 이 동네 지명 중에서 아홉번째 마을인가 보다^^
구부러진 길가 산비탈에 있는 바다 근처 마을이다. 
들어선 모양새가 이쁘긴 하지만, 그렇다고 통영의 동피랑이나 영도의 흰여울마을, 감천 문화마을 보다 더 멋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쯤 도착하니 이미 짧은 겨울 해도 떨어지고 날씨 탓에 이미 시커멓다.



가이드가 일자로 난 길이니까 잃을 염려는 없다고, 다만 어디어디까지만 갔다가 다시 되돌아나오면 된다고 주의를 준다. 자기는 입구쪽 찻집에 앉아 있을 거라고... 
나중에 다 둘러보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차를 좀 팔아야 보람찬 하루가 된단다^^ (정서방도 하나 사긴 했다. 가만 보고 있음, 가이드 참 잘한다)


 


좁은 골목에 사람이 많다. 
어차피 따라 들어가도 버스에 탄 수십명을 몰고 다닐 수 있는 골목 폭도 아니다. 우리 식구 11명 간수하기도 여간 고달픈 게 아닌... 인파에 밀려서 들어갔다가 밀려 나오면 된다.



일자로 난 골목은 작은 가게들이 촘촘하게 붙어 있다. 오카리나나 작은 소품들을 판매하는 곳들도 있고, 

 



갖가지 주전부리들도 부지기수.



가이드가 맛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들 두어 가지 소개해 줘서 그걸 사 먹는다. 멧돼지 고기로 만든 꼬치구이도 그 중 하나. 맛은 나쁘지 않다. 



앞 사람 머리만 보고 다닐 정도로 좁은데도 한 번씩 차가 지나가기도 한다. 대단들 해~



골목이 외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직선은 아니다. 구불구불 이어져 있는데, 어느 정도 들어오면 이렇게 홍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홍등이 보이기 시작하면 계단으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라는 게 미션이었지?



길이 아까보다 더 좁아진 건지, 계단이라서 속도가 정체되는 건지, 딱 홍등이 보이는 지점부터는 도무지 앞으로 가질 않는다. 



정말 조금씩 앞으로...
좁은 골목이 꺾이는 지점에 이르자 홍등이 아래를 향해 다단으로 걸려서 행진한다.
앞쪽에 계단이 있는 모양이다. 모든 사람들의 진행 방향은 동일. 길 잃을 걱정이 아니라, 도대체 오늘 안에 가질까가 걱정^^



계단 앞에서 한참을 서서 보내자 좀 지루해 하는 머시마 둘.
그래도 뭐 이때까지는 표정들이 괜찮았던 편이다. 잠시후 악마로 돌변하는데..



계단에 진입했지만, 정체는 더 심하다. 한 칸 내려가는데 하세월.
그럴수록 아들들 표정은 점점 더 썩어가고...



끝에 뭐가 있길래?
아마도 뭔가 대단한 게 기다리고 있어서 거기서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니까 정체가 되는 게 아닐까?
뭐가 있는 지는 모르지만, 계단 자체도 참 이쁘다.



옆에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로는 저 찻집이 센과 치히로의 주요 배경이 된 유명한 곳이란다.
이쁘다. 어차피 줄이 줄어들 생각도 않는데, 가는 동안이라도 즐기자는 맘으로 사진도 담아 본다.



"센과 치히로에 나오는 곳이래? 사진 찍어 줄께... 아니 좀 웃어주면 안되겠니?
겨우 억지 웃음을 짓는 둘째 ㅜㅜ



사람들이 많아 좀 치여서 그렇지 골목이며 건물들이 아기자기 하고 계단쪽으로 튀어나온 난간들도 운치있고... 가는 길도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오우~
아래로 좀 내려와서 올려다보니, 이것도 멋진데~



붉은 등에 비친 마눌님 얼굴도 이쁘고^^



다 내려왔다. 계단보다는 약간 더 넓은 공간이 있긴 한데...
끝이다. 뭐 없다...
아, 그럼 결국 이 이뻐보이는 계단길이 원래 목표였다는... ㅋㅋㅋㅋㅋ
결국 이거였구나 하고 깨닭을 때쯤... 불안불안하던 아들들의 삐뚤어질테다식 표정과 꿈뜬 동작들이 애들 엄마까지 폭발하게 만들고야 말았다.

애들이 뭔 죄고, 이런 건지 몰랐던 아빠 잘못이지...
조금만 더 버텨달라고 하소연을 해 본다. 이럴때 한 명은 당근 전략으로 가야하는 걸 일찌감치 깨우친 우리 부부 공갈 사기단의 노하우랄까.



무던한 세남매의 동생네는 아직 잘 버텨주고 있다. 
공간도 협소하고... 애들도 보채고... 비는 계속 오고... 이제 슬 몸도 피곤하고...

 


그래도 어딜 가든 단체 사진 남기자던 스스로와의 약속은... 어렵사리 지켰다. 
썩은 표정의 아이들과 훈련된 미소만 날리는 어른들의 합동 사진을 끝으로 왔던 길을 되짚어 간다.





지우펀...

홍등과 특색있는 문양의 집들 때문에 사진들은 아무렇게나 찍어도 이쁘게 나오는 곳이다.

가이드한테 언제 오면 사람들이 좀 없냐고 물으니...


"새벽?"

이란다.^^ 

그래, 하야오가 작품 구상하면서 왔을 때는 이렇게 사람들이 많지 않았거나, 여명 속에서 홍등이 반짝거리는 새벽이었을 테지?


지금도 가끔 가족들 모이면 타이페이와 발리갔던 여행 얘기를 한다. 모두들 타이베이에 대해서는 점수가 짜다. 다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

한 번에 두 도시를 섭렵할 수 있다고 꼬드겼던 기획자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게 아픔이고...

대만은 20대나 30대 초반에 애들 없이 배낭여행으로 오면 딱 좋겠다 싶은 곳이다. 

굳이 기획자의 입장이 아니라도 아프다. 맘은 아직도 그러고 싶은데 이제 식솔들이 쳐다보고 있어서 그럴 수 없는 아빠, 남편의 입장이 되면 원래 그런 건 갑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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