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7
**게으름 덕분에 한동안 쉬었던 발리 대가족 여행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굳이 부모님까지 모시고 움직이는 대가족여행에서 레프팅을...
굳이 볼 것도 할 것도 많은 발리까지 와서 레프팅을...
식구 모두 아직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레프팅을 발리까지 와서 하려고 맘 먹은 건, 그 동안 우리의 아융강 레프팅을 이용한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반신반의. 미취학아동부터 할배, 할매까지 모두 정말 무리가 없는 건지...
여행기간 : 2018.1.4~1.13
작성일 : 2019.2.10
동행 : 대가족 3대, 11명
여행컨셉 : 가족 여행
아융강을 따라 몇 개의 레프팅 업체가 성업중인데, 우리는 오래전부터 토카드와 거래를 하고 있다.
중복되는 상품은 하나만 한다는 원칙.ㅋㅋ
발리에서 챔스 형님이 여러 곳을 경험해보고 내린 결론을 믿고 쭉~
실제 이용해보니, 가장 큰 장점은 레프팅 강사들이 재담과 장난끼가 아닐까 싶더라. 근데 실제 여행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특히 어떤 가이드를 만나는지가 만족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 마련이니까.
일단 수영복 필수.
토카드 레프팅 센터에 도착,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던 고양이가 느닷없는 꼬맹이들 군단에게 봉변을...^^
타고 왔던 차는 여기에 세워두고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센터에서 운영하는 차를 탄다.
아융은 우붓의 대표적인 협곡인데, 상류로 한참을 올라가서 다시 이곳까지 급류를 즐기며 내려온다.
상류, 레프팅 출발지점에 차려진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노를 하나씩 받아든다.
센터 인근에도 다수의 레프팅 업체가 있었는데, 대부분 비슷한 곳을 레프팅 출발지점으로 잡고 있는 모양이다. 이곳에도 다수의 레프팅용 건물들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사이즈에 맞는 부의를 하나씩 더 받으면 준비는 끝.
마치 전장으로 떠나는 소대가 남기는 사진같은...
모두 살아돌아오길~~
우선 협곡 아래 계류를 향해 계단길을 내려가야 한다.
생각보다 많이 내려간다. 절벽 아래 협곡이라는 뜻.
경호강이나 청량산 옆 레프팅 장을 스쳐 지나간 적이 있는데, 이런식의 협곡은 아니었다는... 야융강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따로 내지 않는다면 중간에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을 것 같은 구조다.
오늘 이 시간에 우리 가족들 말고도 두어 팀이 더 있지만, 우리 쪽수가 거의 대다수!
무릎이 좋지 않은 부모님들이 힘들어 하실 쯤, 저 아래 계류가 보이기 시작한다.
정말 이때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경험을 드릴 수 있을까 싶어서, 약간의 무리를 감수하고 강행했는데, 생각보다는 그렇게 고생스러워 하진 않으셔서 다행.... 아님 당신들 때문에 젊은 애들 여행 망칠까봐 이를 악물고 최선을 다하셨는지도 모르고...
여튼 친구분들과 다녔던 패키지 여행과는 전혀 달라서 좋은 경험이었다고 두고두고 말씀하시는 걸로 봐서는... 자식된 입장에선 진작 이렇게 모시고 같이 다니지 않은 후회와 이제라도 또래 친구분들이 전혀 경험할 수 없었던 색다른 경험을 안겨드린 게 다행이라는 안도... 뭐 맘이 그렇다.
여러 대의 배가 놓인 강가에서는 보트에 바람을 채운다 거나 레프팅의 기초강습을 하는 등 분주하다.
지 키보다 더 큰 노를 하나씩 든 어린 용사들^^
레프팅은 동생 가족과 우리가족으로 두 배로 나눠서 한다. 각각 강사 한 분씩 같이 타고 출발~
헉!!
결론적으로 레프팅이 이렇게 재밌는 건지 몰랐다는...
출발과 동시에 급물살을 탄다.
게다가 온통 강 바닥이 큰 바위들로 되어 있어서 물살이 종 잡을 수 없게 뱃전을 때리고 방향을 제맘대로 바꿔버린다.
노련한 강사 덕분에 좌초하지는 않겠지만, 이거 왠만한 롤러코스터 저리가라 수준.
즐거워하시는 어머니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범퍼카와 롤러코스터의 혼합형 놀이기구 같은...
강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바위 때문에 좁고 물살이 빠른 수로를 정신없이 부딪히며 통과하기 일쑤다.
가장 박진감 넘치는 구역의 바위 틈에 사진기사가 두 명 보이더니 이런 사진들을 포착해 낸다.
물론 유로로 판매하지만, 가족들의 이런 표정을 또 어디서 간직할 수 있겠나. 무조건 구매^^
바로 뒤를 따라오는 동생네와 아버지의 배도 현란한 트위스트는 마찬가지^^
이럴때를 대비해서 고프로나 아이폰용 수중 하우징이라도 하나 구매했어야 하는 건데...
그 사진기사들이 잡아준 포지션 말고도 폭포수 아래로 배를 몰고 들어가는 신기한 경험은 워낙 정신이 없어서 기억도 가물가물한다.
덩치만 컸지 완전 개구진 우리 강사는 노로 물 표면을 때리면서 협곡 전체에 메아리를 만드는 장난을 치며 애들을 놀래키기 일쑤. 다들 깔깔대고 웃는다.
배를 타며 가다보면 살짝 안전하고 조용한 구간도 있는데, 양 옆 절벽에 신화나 전설을 옮겨 놓은 것 같은 부조들이 길게 이어진다. 그 위로 자연스레 앉은 이끼까지, 고대의 어느 왕궁을 모험하는 인디아나 존스 영화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주는 재미가 있다. 조각들도 하나같이 작품들이고.
놀이공원의 후룸라이드 따위와는 비교불가!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비.
순간적으로 소낙비가 장대처럼 내려 퍼부었는데, 물속인지 공기중인지 헷갈릴 정도의 비속에서 유유히 흐르는 고요한 구간을 지나는 느낌이란... 평생 지우기 힘들 것 같다.
협곡 양안을 깎아세운 절벽이 실물인지 선경인지 빗발 사이로 흐릿하게 보였던 그 기억을 우리 가족들은 모두 공유했다는 게 최고의 경험이었다. 사진을 담지 못했지만, 망막에 강하게 찍힌 그 기억을 우리 가족들은 공유하고 있다.
어머니도 두고두고 말씀하시는...
우리처럼 오전에 래프팅을 마치면 처음 옷을 갈아입었던 토카드 래프팅 카운터로 도착한다. 도착하면 발리식 간단한 뷔페가 차려져 있다.
식사를 하고 래프팅을 하는 것보다 강한 육체 노동(?)을 한 후 식사가 더 좋은 듯^^
발리까지 와서 래프팅을 왜 하는 거냐던 식구들은 이구동성, '안했으면 어쩔뻔 했냐'는 반응. 여행을 준비한 입장에서 이런 피드백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ㅋㅋㅋ
아융강 래프팅에서 한 아쉬운 점이라면, 생각보다 좀 길다. 늘 노를 젖거나 운동을 해 왔던 사람들은 괜찮겠지만 쉬이 지치는 도시인들에게 후반부는 약간 힘에 부칠 수도 있다. 물론 아무것도 안해도 배는 알아서 강사가 몰아주지만...
식당은 우붓 숲과 그 숲으로 난 다리를 배경삼아 고즈넉하다.
꾸미지 않은 상태 그대로라서 더 좋은...
우리말고 홍콩에서 왔다는 젊은 친구들과 아직 가라앉지 않은 래프팅의 흥분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며 식사중.
식사는 정말 최상이다... 라 할 것까진 없지만, 나쁘지 않다. 근데 과일은 별로. 실은 발리 전체가 과일은 별로 맛이 없다. 기후가 맞지 않는 건지. 당도도 덜하고, 필리핀이나 태국에 비하면 밋밋한... 그냥 수분 섭취^^
대가족이 움직이는 여행에서 모두의 지향을 만족할 순 없겠지만, 하루 정도 원숭이들과 반얀트리 속에서 또는 대협곡의 급류 속에서 자연과 강한 입팩트를 경험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었다.
다들 만족한 하루 ~
그러나 히든 카드는 지금부터라는 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