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워크』: 21세기의 초능력
여유와 성과를 동시에 잡는 비결
칼 뉴포트는 조지타운 대학의 컴퓨터 공학부 교수로, 연구 업적뿐 아니라 엄청난 생산성으로 유명한 학자이다. 그는 지난 십 년간 꾸준히 우수한 논문을 썼고, 박사학위를 땄으며, 조지타운 대학에 조건부 종신 교수로 채용되었으며, 이 모든 일을 하면서 네 권의 책을 썼다. 그가 이 책을 쓴 2016년에 이룬 성과는 더욱 독보적이다. 그는 <딥 워크>를 출간하면서도 무려 아홉 편의 논문을 써냈고, 이로 인해 조지타운 대학의 테뉴어 심사를 통과해 종신 교수가 되었다.
그가 지난 1년간 이룬 성과만을 들었을 때 우리는 그에 대해 하루 종일 일에 매달리는 워커홀릭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또는 가정에 소홀하고, 잠잘 시간을 줄여가며 연구에 몰두하는 그런 학자 이리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정적인 아버지이자, 일에 미치지도 않았다. 오히려 다른 직장인들보다 더 많이 쉬고, 더 많이 독서하며, 더 많이 운동한다.
그는 오후 5시 반 이후로 거의 일을 하지 않는다. 그는 오후 5시 반 이후의 시간을 온전히 가족들과 대화하고, 취미 생활을 하는 데 쓴다. 다시 말해 그가 이룬 모든 성과들은 오후 5시 반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가 이뤄낸 엄청난 생산성의 비밀은 21세기의 초능력이라고도 불리는 '딥 워크'에 있다.
딥 워크 (Deep Work): 인지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완전한 집중의 상태에서 수행하는 직업적 활동. 딥 워크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능력을 향상하며, 따라 하기 어렵다.
'딥 워크'라는 개념은 이전에 읽었던 황농문 교수의 책에 나오는 '몰입'과 매우 유사한 개념이다. 그러나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딥 워크의 중요성과 장점만을 설파하는데 그치지 않고 딥 워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매우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전에 읽었던 그 어떤 몰입에 관한 책보다도 내게 유용했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눠져 있는데, 1부는 왜 지식 노동자들에게 딥 워크가 필요한지, 딥 워크를 방해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다룬다. 2부는 빌 게이츠, 카를 융 등 위대한 성과를 올린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딥 워크를 수행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왜 딥 워크를 해야 하는가?
첫 번째 이유는 학습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으며, 지금 사용되는 기술은 단 10년만 지나도 낡은 기술이 될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자신의 가치를 유지하려면 복잡한 것을 빠르게 익히는 능력을 습득해야 하는데, 이것에는 딥 워크가 필요하다.
두 번째 이유는 디지털 네트워크 혁명 때문이다. 오늘날 유용한 가치를 하나 창조하면 그것은 거의 무한한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다. 그래서 보상을 매우 크게 키울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결과물이 뛰어나지 않을 경우, 소비자는 온라인으로 더 나은 대안을 매우 쉽게 찾을 수 있다. 결국 성공을 위해서는 능력의 한도 내에서 최선의 성과를 내야 하는데, 이 일 또한 몰입이 필요함은 자명하다.
지식 노동자들이 딥 워크에서 멀어지는 원인은 무엇인가?
첫 번째 원인은 네트워크 도구의 발전이다. 네트워크 도구의 부상과 스마트폰의 발명은 대다수 지식 노동자들이 대부분의 업무 시간을 메일 읽기, 인터넷 검색에 사용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활동은 업무 중간중간에 주의를 크게 분산시키며, 집중력을 무너뜨린다. 이런 산만한 정신 상태로는 깊은 생각을 요하는 복잡한 일을 하기 힘들다.
두 번째 원인은 분주함을 생산성의 동의어로 이해하는 기업의 잘못된 평가 방식 때문이다. 논문 수가 곧 실적인 교수와는 달리, 대다수 지식 노동자들은 일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따라서 많은 기업이 직원이 얼마나 분주하게 움직이는지, 얼마나 오래 근무하는지를 가지고 업무 성과를 평가한다. 이런 평가 방식 탓에 지식 노동자들은 겉으로 일을 많이 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항시 이메일을 보내거나 답하고, 끊임없이 회의를 잡고 참석하는 등 일부러 ‘분주한 척’하는데, 이런 근무 태도 또한 몰입을 심각하게 방해한다.
딥 워크를 실행하는 네 가지 규칙
1. 몰두하라
저명한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온종일 딴짓을 하고 싶은 욕구와 싸운다. 또한 이 욕구에 저항하는 의지력은 한정되어 있다. 즉, 의지는 무한하게 발휘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니라 많이 쓰면 지치는 근육과 같다. 그렇기에 딥 워크 습관을 개발하는 열쇠는 단지 집중하겠다는 의지만 품는 수준을 넘어서, 온전하게 집중하기 위해 필요한 의지력의 정도를 최소화하는 일과와 의식을 수립하는 것이다. (환경 설정의 중요성)
ex) 인터넷 서핑하면서 산만한 오후 일과를 보내다가 어려운 과제로 넘어가려면 상당한 의지력을 소모해야 한다. 만약 오후가 되면 조용한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에 일과와 의식을 수행한다면 같은 과제를 위해 필요한 의지력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 딥 워크를 일상에 접목하는 네 가지 방식
1) 수도승 방식
– 하나의 큰 목표를 위해, 피상적인 일들을 아예 없애거나 크게 줄여버림. 수도승처럼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방식
ex) 과학 소설가 닐 스티븐슨
- 그의 홈페이지에는 이메일 주소뿐 아니라 우편 주소도 없다. 물론 SNS도 전혀 하지 않는다.
2) 이원적 방식
– 시간을 크게 나눠서 일부는 딥 워크에, 나머지는 다른 일들에 쓴다.
ex) 카를 융
- 연구를 할 때는 조용한 별장에서 온전히 집중하고, 연구를 하지 않는 날에는 늦은 밤까지 환자를 보며 임상활동을 하고, 강연을 했다. 심층적이지 않은 일(이메일, 전화, 생계를 위한 강연 등)에 상당한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ex) 애덤 그랜트
- 한 학기에 강의를 모두 몰아넣고, 다른 학기에는 논문 집필에만 몰두한다.
3) 운율적 방식
– 매일 정해진 시간 동안 딥 워크 하기 (리듬을 만드는 것)
4) 기자 방식
– 자투리 시간이 나는 대로 딥 워크 하는 것
초심자들에게는 부적합하다. 피상적 모드에서 신속하게 딥 워크 모드로 바꾸는 능력은 훈련을 통해서만 생긴다. 충분한 훈련 없이 이뤄지는 이런 전환은 의지력을 심각하게 고갈시킨다.
* 주의 집중을 극대화하는 딥 워크 의식
1) 장소와 시간
딥 워크 장소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딥 워크 전용으로 쓸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효과가 더욱 커진다.
2) 작업 방식
딥 워크를 체계적으로 진행할 규칙&절차 필요
ex) 인터넷 사용 금지,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20분당 작성한 글자 수 같은 지표를 활용할 수 있다.
3) 보조 수단
충분히 몰입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조 수단이 필요하다. 좋은 커피를 마시며 작업을 시작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을 최소화하도록 자료를 미리 정리해두거나.
*딥 워크를 위한 4DX 방법론
1) 가장 중요한 목표를 수립하라
더 많이 할수록 적게 이룬다는 것을 기억하라.
소수의 가장 중요한 목표에 실행력을 집중하라.
2) 목표를 위해 딥 워크에 들인 시간을 지표로 삼아라
딥 워크 한 시간을 체크하고 늘리려고 노력하라.
3) 딥 워크에 들인 시간을 눈으로 확인하라
4) 성과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자리를 만들어라
* 일과가 끝나면 일에 신경을 꺼라
게으름은 죄악이 아니라 두뇌에 필수적이다. 역설적으로 일을 하려면 게으름이 필요하다.
일과가 끝나면 다음 날 아침까지 일과 관련된 생각을 일절 하지 않는다.
이유 1. 휴식기는 통찰력을 높인다.
이유 2. 집중력 회복
이유 3. 하루에 딥 워크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제한되어있다. (초보 1시간, 전문가 4시간)
일을 다 못 끝냈더라도 나중에 어떻게 완료할지 계획을 세우면 자이가닉 효과의 영향이 크게 줄어든다. (자이가닉 효과: 완료되지 않은 과제가 정신을 지배하는 경향)
2. 무료함을 받아들여라
강한 집중력을 기르려면 훈련이 필요하다. 또한 집중은 의욕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라는 통념이 있지만, 산만함에 의존하는 버릇을 버리지 않으면 집중력을 기르기 힘들다.
스탠퍼드 대학의 클리퍼드 나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을 바꾸는 행동은 두뇌에 오랫동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런 행동은 사람을 고질적으로 산만하게 만든다. 두뇌가 즉각적인 산만함에 익숙해지면 집중하고 싶을 때도 중독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 인터넷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법
흔히 추천되는 인터넷 안식일 (일주일에 하루 인터넷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일주일에 하루만 좋은 식사를 한다고 해서 체중이 줄어들겠는가?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하루만 피한다고 해서 산만한 자극제에 대한 욕구가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 다른 날에는 대부분 그 욕구에 굴복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대안 – 가끔 산만함에서 벗어나 집중하는 시간을 정할 것이 아니라, 가끔 집중에서 벗어나 산만함을 허용하는 시간을 정하라. -> 인터넷을 쓰는 시간을 정하고 써라.
조금만 무료해지면 저자극/고가치 활동에서 고자극/저가치 활동으로 전환하려는 버릇을 버려라.
요점 1. 인터넷을 쓰지 않는 시간을 지키는 것이 핵심
요점 2. 일이 막히더라도 바로 인터넷을 사용하지 마라
요점 3. 일과 후에도 인터넷 사용 시간을 정해둔다.
* 데드라인의 힘
과제에 대한 빠듯한 시한을 설정하고 집중하라.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할 것.
* 생산적 명상 훈련
걷거나 뛰는 등 머리를 쓸 필요가 없는 활동을 할 때 특정한 직업적 문제에 집중하는 것
조언 1. 잡념과 되새김에 주의하라
두뇌는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면 과도하게 원기를 소모하는 일을 피하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 그 한 가지 방법이 문제를 더 깊이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계속 되새기는 것.
조언 2. 생각을 구조화하라
구체적인 다음 단계 문제를 정의하고, 그 부분을 생각하는 데 집중하라.
EX) 글을 어떻게 완성할까? -> 어떻게 효과적으로 글머리를 열 것인가?
3. 소셜 미디어를 끊어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셜 미디어는 대개 득 보다 실이 많다.
현재 사용하는 네트워크 도구가 나의 목표에 있어 크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아니면 거의 영향이 없는지 파악하라.
* 재미를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지 마라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더 신중하게 생각하라.
저녁과 주말에 무엇을 할지 미리 정해 놓아라.
4. 피상적 작업을 차단하라
고정 일과 생산성 – 특정한 시간 이후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목표를 정한 다음 그 안에 생산성을 발휘할 전략을 찾아라.
남의 부탁 들어주는 것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인터넷 서핑, 이메일 답장 등의 피상적 작업을 최소화한다.
일정을 아주 명확하게 짬으로써 버리는 시간을 최소화한다.
맺음말
저자는 교수가 된 후에도 딥 워크를 하기 위해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하는 동안 세 가지를 준비했다고 한다.
1) 딥 워크를 위한 시간을 더욱 신중하게 정하고 갑작스러운 일이 생겨도 지키기.
2) 길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생각을 풀어 나가는 능력 개발
3) 집중할 수 있도록 외부와 단절된 장소 찾기
그리고 교수가 된 후에는 다음 네 가지 원칙을 지켰다고 한다.
1) 시간을 잡아먹고 별로 도움되지 않는 요청은 냉정하게 거절
2) 연구실을 벗어나 고립된 곳에서 더 많이 일함
3) 딥 워크를 한 시간을 기록
4) 시간이 날 때마다 머릿속에서 문제 풀기
그는 이렇게 1년이 지나자 딥 워크를 숨 쉬듯 하게 되어 저녁에 일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1년간 논문 아홉 편을 쓰고, 책까지 쓸 수 있었다고 한다. 다만 꽤나 정신적으로 피곤해서 앞으로는 강도를 낮출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집중하는 삶을 살 것이다. 그것이 최선의 삶이기 때문이다.
- 위니프리드 갤러거
칼럼니스트 위니프리드 갤러거의 말처럼, 여유 있고 행복한 삶을 위해 딥 워크는 최선의 선택이다. 책 속에 나온 원칙들을 통해 나의 하루를 조금 더 가치 있게 보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