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선배 Jul 14. 2022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를 어쩌나?

"아, 나 망했어. 난 안돼"


아이는 주먹으로 자신의 머리를 쾅쾅 친다. 다른 친구들은 불안한 눈길로 그 아이를 흘낏흘낏 본다. 나 역시 언제, 어떻게 개입을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오늘 수업은 카드놀이이다. 책 속에 나온 내용을 카드로 만들어 같은 짝을 찾아보는 활동이다. 재미를 위해서 옛 할머니들이 즐겨하시던 민화투 방식으로 진행했다.


평소 아이는 승부욕이 강했다. 그리고 칭찬욕구도 강했다. 늘 누가 제일 잘했어요?를 입에 달고 살았다. 끝없이 자신이 가장 뛰어남을 확인받고 싶어했다. 


지난 번에는 "이것 못하면 엄마한테 죽어요. 나는 이제 죽었어요." 하며 눈물을 뚝뚝 흘려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책 내용을 정리해보는 활동이었다. 아이들에게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정리를 잘하면 다음 주 정리하기 과제를 하나 줄여주겠다고 한 것이 사단이 되었다. 


사실 그 아이 어머니가 특별히 아이를 다그치는 분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아이 혼자 끝없이 자신을 들볶는 것이다. 아이는 매우 영특했다. 계산이 빨랐다. 승부에서 자신이 이길 수 있는지?를 얼른 판단해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약해지면 아예 포기해버리는 경향이 있었다.


카드게임 첫 판에서는 자신이 1등을 했다. 아이는 매우 행복해했다. 그러나 둘째 판에서는 아이가 실수를 했다. 짝이 맞지 않은 카드를 가져왔고 패널티를 받았다. 게다가 민화투 게임 방식이다보니 실력 외에도 운도 작용하는 측면이 있는데 둘째 판에서 아이는 영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자 아이는 다른 작전을 쓰기 시작했다. 이전 판에서 3등 한 아이에게 1등을 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를 노골적으로 응원하고, 편들고, 밀어주기 까지 했다. 그 아이가 1등을 해야 자기가 전체 점수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계산을 한 것이다.


아이들은 1등하면 뭐줘요? 라고 하는데, 사실 1등해도 아무것도 없는 게임이었다. 게임 과정에서 책을 찾아보고, 짝을 지어가면 책에서 나오는 개념을 정확히 익히기 위한 활동이었기 때문이다.


신형건 시인의 풍선이라는 시가 있다. 욕심이 풍선과 같아서..너무 작어도 보기 싫고, 너무 커도 문제라는 구절이 나오는데....승부욕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싶다. 승부욕이 너무 없으면 뭔가를 애써 하려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승부욕이 너무 강하면 팀 분위기를 해치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을 해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승부욕은 타고 난 기질일까? 아니면 가정과 학교, 사회 분위기를 통해서 학습되어진 것일까? 그 아이에게 유일하게 다행인 것은 그렇게 혼자 그러다만다는 것이다. 혼자 계산하고, 혼자 열내고, 혼자 분해하고, 또 혼자 낙담하고, 잠시 후 혼자 마음의 평정을 찾는다. 


경쟁이 난무하는 사회 속에서 경쟁 없이 사는 삶만을 가르칠 수도 없고, 어차피 늘 경쟁에서 이길 수만은 없는데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방법을 알려줘야 할텐데...그것이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기쁨을 느껴야 하는데, 내가 모두 승리하지 못했어도 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른 사람도 승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때 자신의 승리 역시 값지다는 것을, 자신이 승부에 너무 집착할 때 결국 자신이 승리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 마저 송두리째 날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두고 두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아이와는 특별히 경쟁의 상황을 되도록 만들지 않는 것이 우선은 아이를, 친구들을 보호하는 일이다.


더 많은 지혜가 필요하다. 수 천의 아이들을 만나고, 수 십 년의 교육경험을 갖지만 교육은 늘 어렵다.

작가의 이전글 때로는 달달한 막대사탕이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