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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배 Sep 05. 2022

학교와 학원 그 뒤바뀐 자리 아무 문제 없을까?

초3 친구와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엉뚱이 소피의 못말리는 패션]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많이 쓴 수지 모건스턴의 대표작이다.

젊고 멋진 담임을 기대하는 아이들 예상과 달리 늙고 뚱뚱한 노엘 선생님이 담임이 되어 아이들은 실망한다. 그런데 노엘 선생님은 아이들 각각에게 25장의 조커를 나눠주고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를 비롯하여 [숙제하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벌을 받고 싶지 않을 때 쓰는 조커] [떠들고 싶을 때 쓰는 조커] 등 조커 하나 하나가 모두 규율에 눌려 아이들이 못하는 것들이어서 아이들은 기쁨의 충격을 받는다.


아이들의 자유, 자율을 존중하는 노엘 선생님 덕분에 첫 인상에서 받았던 아이들 실망은 만족과 기쁨으로 바뀐다. 노엘 선생님은 독서, 이닦기, 현장체험을 중요시하는 교육으로 아이들과 학교 생활을 잘 해나가지만 기존 군대식 교육에 익숙한 교장 눈밖에 나서 결국 해고되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고 초3 아이가 독서토의를 진행하며 이 조커 카드 중 자신이 제일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질문했다. 대부분 아이들은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를 꼽는 경우가 많았다. 그 까닭은 대부분 늦잠 자고 싶어서, 숙제 못해서 혼날까봐 등이었다.


그런데 한 아이의 답변에 난 큰 충격을 받았다.


"학원 시험이 있는 날 시험 준비 해야 하는데 학교 가면 못하잖아요. 학교 안 가고 학원 시험 준비 잘해서 레벨업 할 수 있으니까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를 갖고 싶어요."


이 아이에게 학교란 무엇이고? 학원이란 무엇일까?


그러면서 얼마 전 학부모와 나눴던 대화가 괜한 이야기가 아니구나 싶었다. 폐교를 걱정해야 할 만큼 학생 수가 줄어서 걱정인 학교가 있는 반면, 몇몇 학교는 한 반에 학생 수가 무려 35 명이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


"아니, 그 똑똑한 학부모들이 과밀학급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가만히 있나요?"


질문을 하자 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학교 뭐 그냥 잘 다녀오면 되니까..어차피 공부는 학원에서 다 하니까 인원 수 많은 것 크게 신경 안 쓰는 눈치예요."


교직에 있는 친구들 얘기도 다르지 않았다. 요즘은 학교에 아이들 남아서 방과 후 지도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한다. 학원 일정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정해진 시간에 맞춰져야 한다는 신세한탄이었다.


공교육이 중심이고 사교육은 보조적인 측면으로 시작된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어느새 학원 교육이 학교 교육을 집어 삼킨 꼴이 되어 버렸으니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학교 안이든 밖이든 아이들 교육만 제대로 한다면 무슨 상관이냐 싶지만, 사교육 역전 현상은 사실 다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공교육은 보편적인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어디에 살던, 부모 소득 수준이 어떠하든 균등한 교육 서비스가 제공된다. 반면 사교육은 말 그래도 부모 재산에 따라서 그 서비스의 질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사다리 걷어차기, 개천에서 용 나지 않는 세상, 지위와 부의 세습 현상은 결국 교육 현장에서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최근 면 단위 학교에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 초청 받아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 아이들 역시 스마트폰에 푹 빠져서 큰 문제라고 했다. 도시 아이들은 그나마 학원이라도 다니느라 틈틈이 스마트폰을 하지만, 시골 친구들은 학원도 거의 안 다니고, 다문화 가정 부모님들 역시 아이들을 적극 돌보지 못하는 형편인지라 100% 스마트폰에 노출되어 있어 앞으로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울한 예측을 하셨다. 


학교와 학원, 그리고 가정. 아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이 주체들이 어떻게 배치되어야 할지? 따로 따로 성찰할 것이 아니라 아이를 중심에 놓고 그 관계가 어찌 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결국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아이들 교육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총체적인 고민을 누군가 하고 있기를, 좋은 방안이 제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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