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보와 중국 사신의 지혜 겨루기” 이야기를 중심으로
오늘은 초등 3학년 학생 두 명, 유진이와 아윤이와 함께 ‘입말로 들려주는 우리 겨레 옛이야기’ 속 떡보와 중국 사신의 지혜 겨루기 이야기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단순한 재미로 받아들이는 듯했으나, 수업이 진행되면서 이야기 속의 깊은 의미를 깨닫고 다양한 표현 방식을 이해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수업 초반, 유진이가 “떡보는 바보 같지만 천재 같아요”라고 표현했다. 처음에는 이 표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지만, 유진이는 떡보가 상대방의 질문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묘하게 올바른 답을 내놓는 상황을 떠올리며 설명했다. 아윤이도 이에 동의하며 “떡보가 때로는 바보 같지만, 어떤 순간에는 지혜로워 보인다”고 말했다. 나는 아이들이 떡보의 행동에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모두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두 학생은 “단순히 바보라서 잘못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무지 속에서 나온 지혜일 수도 있다”는 관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자신들만의 분석을 더해갔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이야기 속 사건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성격과 행동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업 중간에는 떡보가 중국 사신의 신체적 약점을 비유적으로 반격하는 장면이 나왔다. 나는 여기서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표현과 비유적인 표현의 차이를 알려주었다. 예를 들어, 떡보가 “바람이 사신의 입을 스쳤구나”라고 표현한 부분을 두고, “이 표현이 사신의 약간 비뚤어진 입모양을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임을 설명했다.
유진이와 아윤이는 이 비유를 아주 재미있어 했다. 유진이는 “진짜 말을 그렇게 했으면 기분 나빴을 텐데, 이렇게 표현하니까 기분도 덜 나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이 표현의 유머와 지혜를 알아차리는 모습을 보며, 전통 이야기가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을 넘어 표현의 풍부함을 알려줄 수 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이야기 속에서 떡보와 중국 사신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다. 나는 이 부분에서 ‘동상이몽’이라는 사자성어를 소개했다. “같은 침대에서 자지만 다른 꿈을 꾼다”는 의미를 설명하자, 아윤이는 “같은 말을 해도 전혀 다른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네요!”라며 놀라워했다.
아이들은 이 한자 성어를 이야기 속 장면에 적용해 보며, 떡보와 중국 사신이 각자의 생각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상황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이후로도 두 아이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 서로의 의견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법을 배워가며 토론에 깊이를 더했다.
오늘 수업의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타당한 근거를 찾는 능력이 조금씩 발전했다는 점이다. 떡보의 상황에 대해 단순히 “바보 같다”라고만 표현했던 유진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떡보가 먹을 것을 너무 좋아해 자기 목숨보다도 떡을 우선시하는 게 바보 같은 것 같다”고 구체적인 이유를 덧붙였다. 아윤이 역시 유진이의 의견을 들으며 “정말로 지혜로운 것과 단순히 운이 좋은 것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기 생각을 더욱 명확히 설명했다.
오늘의 수업을 통해 두 아이가 이야기를 보다 깊이 이해하며 표현력과 논리적인 사고를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며, 교사로서의 보람을 크게 느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독서의 재미를 느끼고 사고력과 표현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다양한 이야기를 주제로 함께 공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