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펑의 개구쟁이] 독서논술 수업
지난 수업은 말레이시아 전통 마을의 삶을 담은 그래픽 소설 "캄펑의 개구쟁이"를 중심으로 진행되었고, 아이들과의 생생한 대화를 통해 배움과 웃음을 함께 나눈 시간이었습니다.
"자, 얘들아," 제가 책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왜 책 속 화자가 자신이 어렸을 때 일을 이렇게 자세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 시절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잖아."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지우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습니다. "부모님이 알려주셨거나, 일기 같은 걸 본 거 아닐까요?"
"그렇지!" 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그럼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의 기억을 빌려 이야기하는 방식을 뭐라고 할까?"
지우는 고민하며 답했습니다. "간접화법인가요?"
"비슷해! 이걸 보고 '인용'이라고 해. 그럼 이번엔 책에서 부모님의 기억이 직접적으로 인용된 부분을 찾아볼래?"
선희는 책장을 빠르게 넘기며 손가락으로 한 줄을 짚었습니다. "여기요! ‘아빠는 그날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계셨다고 해요’라고 나와요."
"정답이야! 가족의 기억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예시야. 그런데 라트는 왜 이런 내용을 넣었을까?"
선희가 손을 들며 대답했습니다. "가족의 이야기가 우리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 같아요."
"맞아! 가족사와 정체성이 이 책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야."
토론이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특히 ‘회초리를 건네는 의식’ 장면에서 아이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선생님, 진짜 부모님이 선생님한테 애를 때리라고 했어요?" 민지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습니다.
"말레이시아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런 문화가 있었단다," 제가 설명하자, 아이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 당시엔 선생님에 대한 신뢰의 표시였지.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니?"
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절대 안 돼요! 폭력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돼요."
선희는 조금 망설이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땐 그런 게 당연했을지도 모르잖아요. 사람들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요."
"맞아," 제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문화적 관습은 시대의 가치와 도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지. 오늘날에는 학생의 권리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단다."
책 속에서 종교 의식, 특히 기도 전 정화의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선생님, 왜 기도 전에 씻어야 해요?" 선희가 궁금해하며 물었습니다.
"그걸 '우두(Wudu)'라고 해. 신과의 연결을 존중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의식이지," 제가 설명했습니다. "너희도 집중하거나 존중을 표현할 때 하는 행동이 있니?"
"우리는 어른들께 절을 해요," 지우가 말했습니다.
"또는 가족 식사 전에 핸드폰을 치우기도 해요," 선희가 덧붙였습니다.
"그렇지! 이런 행동들이 바로 준비와 존중을 나타내는 거야. 이슬람교의 우두와도 연결할 수 있겠지?" 제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주인공이 고향을 떠나 도시 학교로 향하는 장면에 대한 토론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을 솔직히 나누었습니다.
"슬프지만 설레는 것 같아요," 민지가 말했습니다. "많이 배우겠지만, 익숙한 곳을 떠나야 하니까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갈 때랑 비슷한 느낌 아닐까요?" 지우가 덧붙였습니다. "기쁘면서도 걱정되는 그런 기분이요."
"정확한 비유야!" 제가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라트가 너희 친구였다면 뭐라고 말해줬을 것 같니?"
"절대 고향을 잊지 마!" 선희가 단호히 외쳤습니다.
수업을 마무리하며 저는 우리가 함께 나눈 대화의 깊이에 감탄했습니다. 이 수업은 단순히 텍스트를 분석하는 시간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 역사, 개인적인 경험을 연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 목표는 학생들이 이야기를 통해 정체성과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었고, 아이들의 진지한 참여는 제가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을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