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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취객 May 15. 2020

오늘도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해

세계일주와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방법론 4부작 (4)

    5년을 떠돌았음에도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5 대륙 전부 살아 보기, 지구를 한 바퀴 돌아보기는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 여전히 수중에는 여윳돈 하나 없고, 무엇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도 아직은 부족하다. 런던에서 뜬금없이 다시 도쿄로 돌아왔지만 아직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고 믿고 싶다. 시간이 아무리 걸려도, 혹은 돌아가더라도 언젠가는 세계지도가 내가 가본 국가들로 가득 차길 바란다. 그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나는 언젠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얻고 싶다. 세상 겁 많고 우유부단한 내가 벌써 5년이나 방랑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확고한 방향성과 정신승리급의 자기 확신이지 않았나 싶다.

59개국을 여행한 나의 세계지도, 아직 갈 길이 멀다.


    방향성은 내가 좋고 나쁜 상황에 얽혀도 안주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방랑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사실 방향성이라고 해서 확고하게 무엇을 이루겠다는 게 정해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롤모델로 삼은 사람들이나 위인전에 나온 많은 사람들은 삶의 철학과 목적, 계획이 확실했지만 나의 방향성은 그리 명확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남들이 하기 때문에 혹은 가족의 바람으로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스스로 원해서 하는 선택을 하고 싶었다. 


    그렇게 20대의 마지막까지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세계일주였다. 많은 여행과 다양한 국가에서의 해외 생활을 통해 폭넓은 경험을 쌓자는 단편적이고 두루뭉술한 목표였다. 그래도 어두운 바닷길 등대 같은 방향성을 정해 놓고 나니, 묵묵히 나아갈 수 있었다. 홋카이도에서 부족한 일본어에 힘들었던 시기에도, 오키나와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한국에 갔을 때도, 뉴질랜드와 런던에서 외로워서 술로 밤을 지새워도 꾹 참고하던 것을 계속했다. 반대로 오키나와에서 정규직 제의를 받거나 뉴질랜드에서 총지배인의 제안을 받았을 때도 고민과 고민 끝에 방랑을 계속했다. 


    돌이켜보면 방랑을 계속하면서 나쁜 일은 나쁜 일대로, 좋은 일은 좋은 일대로 방랑을 그만두고 싶게끔 했다. 하지만 오키나와, 뉴질랜드, 런던에서 안정감을 느낄 즈음 나는 떠났다. 우선순위가 방랑이었으니까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내가 최우선시하는 것이 무엇인가 자꾸 상기하려고 노력했다. 그 덕분에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마음 굳게 먹고 무엇이 우선인가 생각하고 떠났을 때, 내가 안정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들을 놀랍게도 새로운 곳에서 얻을 수 있었다.



    반면 자기 확신은 앞서 말한 방향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일종의 정신 승리이자 자기 최면이었다. 겉으로는 무디고 자신감 넘쳐 보여도 사실 겁쟁이인 나는 자기 확신의 최면이 없었다면 이미 모든 걸 포기하고 집에 돌아가 있을지도 모른다. 방향성과 마찬가지로 자기 확신도 만화책의 주인공처럼 거창하고 고귀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나는 모든 언어를 한 달 안에 터득하고 돈도 많이 벌고 여행도 계속하며 쉽게 살 수 있다.’라는 식의 자만심에 가까운 자기 확신은 절대 아니었다. 그런 자만감은 오히려 단 한 번의 실패에 우울의 구렁텅이에 빠지기 쉽다. 


    되려 내가 가졌던 자기 확신은, ‘뭐 어떻게는 되겠지, 어디 가서 굶어 죽지는 않겠지, 많은 것을 잃어도 최소한 행복할 순 있겠지’라는 식의 정신 승리였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되 기필코 행복할 것이라는 마음. 운이 좋다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사실 몇 번의 승진 시도나, 가고자 했던 회사 지원에 처참히 떨어지기도 했다. 그럴 때일수록 ‘어차피 최우선 목표는 여행이지 호텔은 아니잖아? 나를 몰라본 회사의 손해야. 나에게는 더 큰 기회가 올 거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덕분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나도 이제야 30대에 접어들었고, 많은 사람들보다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아니기에 정답은 모른다. 5년을 떠돌았지만 아직도 얻고자 하는 답을 찾지 못했다. 아니 정답이란 것은 애초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게 도움이 된 방향성과 자기 확신은 어쩌면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너무 자기 계발서 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다만 자기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론 중 하나이길 바란다.

 

   나의 꿈을 이루기는 앞으로 점점 더 쉽진 않을 것 같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든 여행 및 관광 산업은 죽다시피 했다. 몇 년간 비행기 가격이나 숙소 가격은 이전처럼 저렴하지 못할 것이며, 많은 호텔이 닫아서 나 또한 일자리를 쉽게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세계일주나 여행, 워킹홀리데이는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또 세계일주나 여행만이 아닌, 많은 꿈들이 숨죽이고 있을 것 같다. 지금은 말 그대로 생존이 우선인 시대다.


    그러나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그러니까 오늘도 꿈을 꾸자, 정답이 아닌 자신만의 답을 찾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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