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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취객 Apr 28. 2020

방랑 5년 차, 프로 떠돌이입니다.

진득하니 한 곳에 머물지 못하는 떠돌이의 본격 핑계 가득 보고서

    한국을 떠나 해외 이곳저곳에서 방랑 생활을 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언 5년 차. 갑작스레 일본으로 건너와 홋카이도에서 3개월, 오키나와에서 6개월, 뉴질랜드 퀸즈타운에서 9개월, 런던에서 1년 반, 그러고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도쿄에서 6개월 차 생활을 하고 있다. 캐리어 하나 들고 이 나라 저 나라 기웃거리며 여행하다 보니 벌써 둘러본 곳이 40개국. 엉겁결에 시작된 호텔 커리어도 5개 호텔에서 일한 경험이 또 어언 5년 차. 외로울 때마다, 즐거울 때마다, 새롭고 또 지겨울 때마다 마셨던 맥주와 칵테일, 술들이 무려 수백 잔 수백 병. 만난 사람은 이제는 셀 수 없어 그저 수 천명이라고 해두자. 이 얼마나 정신없고 두서없고 뭐가 뭔지 모르겠는 자기소개이자 현 상황 보고인가?


    처음에는 분명 세계일주를 하겠다고 시작된 나의 여행기는 이제 여행이라고 하기엔 다소 정체성을 잃어버려 방황이자 방랑이 되어버렸다.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뉴질랜드 남섬에서 살지를 않나, 6개월조차 못 버틸 것 같았던 런던에선 1년 반이나 있더니 모든 게 끝나야 돌아올 것 같던 아시아로 잠시 돌아왔다. 내 여행, 아니 방랑은 단 한 번도 의도한 방향으로 흘러 간 적이 없었으나 사실 무언가를 의도한 적이 없었으니 크게 보면 바라는 대로 자알 흘러갔다고 할 수 있겠다.


    방랑이라는 것이 그리고 해외생활이라는 것이 듣기보다 썩 행복하기만 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세상 고난 다 이겨내겠다는 용기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막상 떠나면 어영부영 알아서 되어 가다가도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빠르게 지나가버리는 시간에 후회막심한 것 같다. (네. 제가 매일매일 게으름에 몸부림치고 또 후회 중입니다.) 잃는 것도 얻는 것도 참 많은 이 오랜 시간의 방랑이 언제까지 어떻게 이어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시간이 많아져 가는 요즈음, 생각도 많아져 가면서 내 방랑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하고 또 스스로도 질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작심삼일로 적어 놓고 기록해둔 기억의 편린들을 오밀조밀 모아 글을 쓰다 보면 가야 할 방향도 가는 방법도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 글을 다시 써 보기로 했다. 이 글들이 조금씩 모여 나 스스로도 정리되지 않은 마음들을 다잡고 싶은 것이 작지만 확실한 첫 번째 목표. 행여 지나가다 이 글을 읽게 되어 ‘아 이 세상엔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라고 생각해 볼 자투리 시간을 많은 사람에게 주고 싶은 것이 조금 넓은 두 번째 목표. 새로운 도전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까 봐 두렵지만 마음속엔 여전히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은 새로운, 생각보다 어렵진 않은 방법론이 되어주고 싶은 것이 세 번째 목표.


    오늘도 나는 방랑 5년 차 프로 떠돌이이지만 글쓰기는 매일매일이 1일 차 초보 글쟁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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