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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 Kim Nov 29. 2020

루틴이 전부다

<타이탄의 도구들> "폭발적인 아이디어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타이탄의 도구들>은 성공적인 삶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습관을 기록한 책이다. 페이스북, 우버, 알리바바 등이 초기 기업일 때 '될 성 부른 떡잎'이란 걸 알아보고 이들을 발굴한 투자자 팀 페리스가 알랭드 보통, 말콤 글래드웰, 파울로 코엘료, 피터 틸과 같은 세계적인 경영자, 억만장자, 석학과 대화를 나누며 발견한 성공 방식을 무려 350페이지를 할애해 쓴 책이다.


여기서 재미있게 읽은 부분 중 하나가 '폭발적인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법'이다. 저자가 만난 베스트셀러 작가 세스 고딘은 이렇게 말한다.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해 힘겨워하는 사람들은 사실 신통찮은 아이디어도 별로 떠올리지 못한다. 반면에 좋은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들은,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를 그보다 몇 배는 더 많이 갖고 있다."


황당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놓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도 몇 개쯤 반짝 나타난다는 이야기이다.


그가 제안하는 아이디어를 성장시키는 법은 '아이디어 노트'를 만들어 열 가지를 적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아이디어 근육을 발달시키고 필요한 상황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신감을 키워 준다는 것인데, 아침 일찍 일어나, 혹은 회사의 오전 근무 시간에 실천해볼 만한 재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아이디어가 번쩍 하고 떠오르지만, 다음날이 되어서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이었는지 민망해하고 자기 자신을 한심해했던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스 고딘은 "우리는 스스로에게 완벽한 아이디어를 꺼내라고 심한 압박을 가하지만, 완벽주의는 아이디어 근육의 '적'이다. 우리의 뇌는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당황스럽거나 바보 같거나 고통을 줄 거 같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걸 막으려고 한다. 이런 방어기제를 차단하는 방법은 뇌가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도록 강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구미가 당기는 처방이다.


아이디어의 주제는 무엇이든 좋다. 열 가지가 생각 안 난다면? 스무 가지를 적으면 된다. 중요한 건 꾸준한 연습. 우리에게 필요한 건 완벽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를 언젠가 떠올리고 발견하는 것이니까.


저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어려워하는 초보자들을 위해 열 가지 아이디어 작성 목록을 추천한다.

그 목록은 다음과 같은데, 재미 삼아 -다음 날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이었는지 이불을 뻥뻥 걷어찰 게 뻔하지만- 이 질문들에 답을 해보려 한다. 좀 바보 같아도 재미있지 않은가! 조금 부끄럽더라도 토요일 밤에 이 정도의 재미라면 넷플릭스에서 영화 한 편을 보는 것보다 좀 더 생산적인 일이 아닐까란 생각이 살짝 든다.



⦁ 내가 새롭게 만들 수 있는 낡은 아이디어 10가지
⦁ 내가 직접 발명할 수 있는 우스꽝스러운 물건 10가지 (인공지능 변기 같은)
⦁ 내가 쓸 수 있는 10권의 책
⦁ 내가 아이디어를 보낼 수 있는 사람 10명
⦁ 내가 촬영할 수 있는 팟캐스트나 동영상 아이디어 10가지
⦁ 중간 상인을 없앨 수 있는 업계 10곳
⦁ 다른 사람들은 종교처럼 떠받들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 10가지 물건(브랜드)이나 가치 (대학 진학, 내 집 마련, 메이저리그, 스마트폰 등)
⦁ 내가 예전에 쓴 짧은 메모나 게시물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10가지 방법
⦁ 친구가 되고 싶은 전혀 모르는 사람 10명(그런 다음 그들과 연락하는 첫 번째 단계가 무엇일지 모색한다)
⦁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10가지 방법
⦁ 어제 배운 것 10가지
⦁ 오늘 평소와 다르게 할 수 있는 일 10가지


오늘(자정이 넘어갔으므로 잠자고 일어난 뒤) 평소와 다르게 할 수 있는 일 10가지에 답해보고 싶다.



1. 아침 7시에 일어나 (내일은 일요일이다) 이불 정리를 한다.

2. 10분간 오로지 나의 생각에 집중하는 명상 시간을 갖는다.

3. 20분간 일기를 쓴다. (이 책에서는 일기를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아주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는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올려보겠다. 그 방식에 따라 일기를 써 내려갈 생각이다. 무지 재미있을 것 같다!)

4. 평소 하던 발레 스트레칭 30분 + 턴듀와 파세 연습을 추가로 20분 더 한다.

5. 최초로 아침 시간에 에디팅 일을 4분의 3 정도 마친다.

6. 발레 수업에 5분 일찍 도착해 선생님을 기다린다.

7. 부모님께 퉁명스럽게 말하는 대신, 이만큼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한다.

8. 인도네시아에 출장 가 있는 오빠에게 건강 조심히 지키고, 아가는 걱정 말고 잘하고 있으라는 낯간지러운 문자를 보내본다. 우웩

9. 웹소설 3편을 작성한다.

10.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서 새벽 1시 전에 침대에 눕는다.




이 활동을 하는 이유는 생각보다 심오하다.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를 내 직장에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 나의 지성을 키우기 위해서? 모두 맞는 말이겠지만 핀트가 조금 다르다.


우리는 일상에서 매력적인 생각을 떠올릴 시간이 너무도 부족하다. 나에게 주어진 감사한 조건들이 참 많은데, 우리는 잘못된 것들을 떠올리는 악순환에 자주 빠지곤 한다. 얼마나 많이 거절당했는지,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지, 누군가에게 상처 받고 마음의 문을 닫은 적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배신당했는지, 누군가를 실망시켰거나 내가 실망했던 부정적인 일들을 주로 떠올리며 하루를 마감한다. 그런 기억들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까? 저자는 결단코 '아니"라고 대답한다.


세스는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낼 수 있는 마인드와 환경을 갖기 위해선 먼저 일이 굉장히 잘 풀린 경우를 떠올려야 한다고 한다.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을 감행했던 가슴 벅찬, 뿌듯했던 시간 말이다. 그런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으로 재정립할 수 있게 된다.


이 활동이 단순히 아이디어 근육을 키워 줄 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긍정적인 방식을 갖도록 만들어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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