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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 May 17. 2023

의견 vs 사실 vs 주장


이전에 블로그 글에서 이 주제에 대해 한 번 다룬 적이 있다.


프랑스 대학에서는 객관적 사실과 개인의 의견을 엄격히 구분해서 가르치고 평가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프랑스는 토론이나 개인의 의견을 중요하게 다룰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학문을 공부하는 대학에서는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적었다.


그 이유로 프랑스인들은 개개인이 특정 주제에 대해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에 이를 따로 연습시키는 건 학교에서 중요한 일이 아닐 것이라는 추론을 해보았다.


그렇다면 프랑스 학교에서 평가할 때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나열해야 하는가?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이번 글에서 보충할 내용이다.


물론 여전히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의견을 쓰는 건 금지된다. 예를 들어 조별 과제 중 우리 팀은 미국 중심의 1강 패권 시대가 ‘예상할 수 없이’ 끝났다고 한 제목에 썼다. 선생님은 이런 표현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하셨다. 개인의 가치 판단이 나도 모르게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학문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런 주장은 수업에서 배운 사실을 단순 나열하는 것보다 시험에서 훨씬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이다. 한 TD 선생님은 단순히 사실만 나열하면 맞는 정보를 썼다고 해도 20점 만점에 최대 10점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고 하셨다.


그렇다면 의견, 사실, 주장은 서로 어떻게 다를까? 의견은 주관적 영역이고 가치 판단이나 취향의 영역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실은 수업 시간에 배울 수 있는 지식이다. 아직 주장에 활용되지 않은 사실들은 단순한 지식의 암기일 수도 있다. 사실만 나열하면 채점자에게 내가 이 주제를 정확히 이해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가 어려울 것이다.


반면 주장은 사실들을 근거로 삼아 학문적으로 타당할 수 있는 내용을 내놓는 것이다. 단순한 사실의 나열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배운 지식들에서 강조되는 부분이 있고 필요 없는 내용은 과감히 버릴 필요도 있고 내용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주장을 하면 시험이나 과제 주제를 이해했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의견과 사실과 주장은 언듯 보면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서로 다른 것이며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학기에 배운 것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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