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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Jul 25. 2024

[가정] 둘째 출산. 두 아이의 육아. 상상 그 이상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둘째. 나의 두 번째 아이.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아이이다. 내가 오랫동안 얻기 위해 노력했고, 기다림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간절한 마음으로 원했던 아이이다.


나는 둘째 아이를 가지기 위해 회사를 다니며 병원을 다녔고, 그때 내가 했던 마음고생과 몸 고생은 비록 첫째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겪었던 것과는 달랐지만 그것 또한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나에게는 힘들었다.


그래도 결국 난 오랜 기다림과 노력 끝에 간절히 원하던 둘째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내가 처음 임신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을 때 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내가 둘째 아이를 임신하게 된 순간부터 어찌 보면 난 두 아이의 힘겨운 육아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도 아침저녁으로 요가와 반신욕을 했고, 회사나 집에서 틈틈이 산책도 했고, 책도 많이 읽었다. 그리고 나는 배가 불러와서 몸이 힘들어졌을 때부터는 침대에서 나 혼자 잠을 잤었다.


하지만,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내가 회사를 안 다녀서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첫째 아이를 가졌을 때보다 그때에 했던 많은 것들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매일 아침 일어나서 아이를 챙겨 유치원에 보내고 나서 점심 먹고, 집 좀 정리하고 있다 보면 벌써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내가 아이와 함께 집에 있을 때는 나에게 그 어떤 것도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이가 나에게 쉬지 않고 말을 걸고, 무언가를 요구했기 때문에 난 그때마다 거기에 응해줘야 했다. 그


리고 매일 밤 잠을 잘 때에도 나는 아이와 침대에서 함께 자야 했기 때문에 내가 자다 보면 거의 침대 가장자리에 가서 간신히 붙어 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나는 첫째 아이 때와는 다르게 힘든 임신과정과 임신기간을 거치고 드디어 둘째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35주에.


난 이번에도 첫째 아이 때처럼 갑자기 한밤중에 양수가 터져서 급하게 병원에 가서 낳게 되었다.


그렇게 낳은 나의 둘째 아이는 일찍 태어나서 그런지 몸무게도 2kg가 겨우 넘고, 생후 100일 때까지는 잘 먹지도 못하고, 먹더라도 대부분 토를 했다. 그 외에도 둘째 아이는 첫째 아이가 어릴 때와는 다르게 울기도 많이 울고, 까탈스럽고, 예민했다.


그러니 나는 둘째 아이를 낳고 키우던 한동안 나의 모든 신경과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온통 둘째 아이에게 쏟을 수밖에 없었고, 그나마 나머지 남는 기운들로 첫째 아이를 겨우 챙겼다.


내가 첫째 아이 하나만 키울 때도 분명히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고, 답답하고 그래서 우울증 같은 것도 오고 그랬었는데, 둘째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그때 그랬던 것은 그나마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내가 첫째 아이를 키울 때는 그래도 나 하나에 애 하나라 아이가 잠을 자거나 혼자 무언가를 할 때면 나도 잠을 자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가끔 책이나 TV를 보고 했었는데, 둘째 아이를 키울 때는 나 하나에 애가 둘이니 내가 한 명으로부터 잠시 자유로워졌다고 해도 나머지 다른 한 명을 챙겨야 했기 때문에 정말 쉴 틈이 없었다.


그나마 내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유일하게 쉴 수 있을 때는 아이들이 잠을 잘 때뿐이었다. 잠을 잘 때 쉰다고 이야기하니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사실 아이 둘을 데리고 잠을 자게 되면 잠도 자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다시 정정하겠다. 아이 둘을 키우면 잘 때도 쉬는 것도 아니고, 자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잠을 자느라 조용해진 아이들 옆에서 그저 누워서 눈만 감았다 떴다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러니 나는 진정 아이 둘을 키우며 하루도 몸이 편할 새가 없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어디 몸만 그랬을까? 마음은 또 어떻고, 어떻게 보면 몸보다 마음이 더 분주하고 바빴다.


나는 둘째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자식들에게 눈치라는 게 생겼다.


내가 아이가 하나였을 때는 아이에게 사랑하는 만큼 표현하고, 해주고 싶은 만큼 해주면 되었다. 하지만 아이가 둘이 되니 자식들을 사랑하고 예뻐하는 것도 각각의 자식들에게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을 예뻐하고 사랑해 줄 때도 한 명이 없고 나머지 한 명하고만 있을 때만 정말 마음껏, 아낌없이 표현하고, 두 명과 함께 있을 때는 둘이 똑같이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사랑한다고 말을 해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밥을 주고, 같이 놀아주고, 하물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TV 만화채널 트는 것까지도 누구를 먼저 챙기고, 누구에게 무엇을 더 해주냐에 따라 그때마다 신경이 쓰이고, 역시 눈치가 보였다.


내가 만약 둘째 아이를 먼저 챙기거나 더 챙긴다 싶으면 첫째 아이는 시무룩해지거나, 대놓고 삐졌고, 내가 첫째 아이를 먼저 챙기거나 더 챙긴다 싶으면 말도 못 하는 둘째 아이도 울면서 나에게 오거나 가끔은 소리를 지르고는 했다.


그래서 나는 매번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해줄 때마다 아이들의 눈치를 살피며 해주었고, 또한 마음속으로 순서를 정해 번갈아 해 주면서 서로 최대한 실망하는 법이 없도록 노력했다.

이처럼 나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눈치를 보고 하느라 한시도 쉴 새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것은 당연한 것이 이 또한 엄마인 나는 하나이고, 아이는 둘이고, 그리고 우리는 늘 같은 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예전에 두 아이를 키운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가 아이를 한 명 키우다가 두 명을 키우게 되면 2배로 힘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4배로 힘들어진다고 했었는데, 나는 내가 직접 겪어보니 4배도 좀 부족한 것 같다. 난 8배로 힘이 든 것 같다. 내가 아직까지 둘째가 많이 어리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서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현재 나는 그렇다.


내가 첫째 아이 하나만을 키울 때는 그래도 힘들 때마다 눈물도 나고, 남편에게 하소연도 많이 하고 그랬었는데, 오히려 둘째 아이를 낳고 아이 둘을 키워보니 웬만큼 힘들어서는 눈물도 잘 나지 않고, 남편에게도 아예 할 말이 나오지가 않는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놀이공원에 가서 롤러코스터를 타게 될 경우 별로 무섭지 않을 때는 오히려 소리를 질러대며 적당히 무서움을 즐겼고, 정말 무서울 때는 악 소리도 안 나왔던 것처럼 그런 것과 비슷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독박육아만 아니었어도 이 정도로 힘들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누가 매일 나 대신 둘째 아이 우유 한 번만 먹여줘도, 기저귀 한 번만 갈아줘도, 첫째 아이 밥을 챙겨줘도, 그런 것 다 떠나서 밤에 잘 때만이라도 내가 아이 한 명만 데리고 자도 나는 두 아이를 키우는 것이 훨씬 더 편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둘째 아이를 낳고, 두 아이를 키우며, 이렇게 아이들과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나도 아이들도 많이 성장하고, 성숙해졌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힘들고 아프면서 부딪히는 것만큼이나 서로를 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사랑하고, 아끼게 되었다.


그래도 언젠가 먼 훗날 나에게 지금 힘들었던 이 시절이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하고 행복했던 때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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