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구들 9호] 이지은의 에세이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털복숭이 작은 친구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정기 간행물입니다. 월1회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콩란아~ 콩란아~"
엄마가 콩이를 부르는 이름이다. 오늘은 콩이가 콩란이가 되는 순간. 강아지를 키우는 누구라도 공감할 것이다. 그들의 이름은 하나지만, 별명은 여러 개. '콩이'가 이름이라면 '콩알이', '콩순이', '콩자반' 등이 별명이 된다. 외모나 성격으로 오는 별명으로는 왕눈이, 겁쟁이가 있다. 문득 어렸을 적 들었던 노래가 떠오른다.
"내 동생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 동생.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
엄마가 부를 때는 꿀돼지~, 아빠가 부를 때는 두꺼비~, 누나가 부를 때는 왕~자~님"
노랫속 동생도 얼마나 다양한 별명에 반응해야 했을까. 그가 애잔해지는 순간이다. 꿀돼지, 두꺼비, 왕자님에 모두 반응해야 했던 곱슬머리 내 동생처럼, 우리의 귀여운 강아지들도 그들에게 부여된 새로운 별명에 귀를 쫑긋하고, 오늘은 또 반려인이 나를 어떠한 이름으로 부를까 궁금해할지도 모를 일이다. 콩이는 어렸을 때는 자신의 이름을 크게 인식하지는 않았다. '콩이'라고 불러도, 어떠한 호칭으로 불러도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다. 그래서 장난으로 다양한 이름으로 콩이를 불렀다.
"청국장아~ 이리 와. 청국장~"
그러면 콩이는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다.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콩이의 이름이 되는 순간이다. 장난 삼아 '곰돌이'라고도, '당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물론 요즘에는 이런 장난을 잘 안 하고 콩이도 반응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 이름에만 반응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벌써 10살이고, 머리도 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는 어쩌다 '콩이'가 되었나. 콩이는 태어난 지 2개월 안 되었을 때, 우리 집에 왔다. 아기 때 언니 품에 안겨 우리 집에 입성했다. 작은 불독 같이 생긴 장모 치와와, 말티즈 믹스견을 무어라고 불러야 할지 그 이름을 고민하던 때였다. 언니는 '콩이'라는 이름을 아기 강아지에게 지어주었다. 토속적인 이름이 이 작고 순한 강아지와 어울린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콩'이란 게 우리 주변에서 익숙한 존재이다 보니, 집에 있는 다양한 '콩'에 자기 이름인 줄 알고 반응할 때가 있다. 이를 테면 엄마가 주방에서 콩밥을 지으며 '콩'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순간이나 밥상에서 "콩 좀 먹어라" 할 때도 콩이가 귀가 쫑긋해지는 순간이다.
우리 집 터줏대감이었던 똘이도 별명이 여러 개였다. 똘이는 새로운 사건사고가 있을 때나 틈만 나면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똘이 박사, 귀큰이 얼작이, 도도똑똑똘이(도도하고 똑똑한 똘이), 똘(아이) 혹은 돌아이... 그 외 다수이다. 똑똑하니 '박사'이고, 귀가 크고 얼굴이 작아 '귀큰이 얼작이'다. 물론 똘이는 콩이와 달라서, 다른 이름으로 똘이를 부르면 '흥'하고 들은 체도 안 한다. 별명에서도 보듯, 도도한 똘이다. '똘이'라고 제 이름을 불러도 콧대 높게 잘 돌아보지도 않는 판에, 다른 이름으로 부른 들 똘이에게 성이 찰까. 그래도 "똘이야~"라고 부르고, 그 이름에 반응해서 꼬리를 흔들며 다가올 때. 그때는 마치 첫걸음마를 뗀 아이를 보는 엄마의 눈에서 꿀이 떨어지듯 똘이를 바라본다.
물론 아무리 강아지에게 다른 이름을 붙여 주고, 별명을 만들어 줘도 오래가지는 않는다. 결국 '똘이'는 똘이고, '콩이'는 콩이다. 둘이 합쳐 똘콩이, 우리 집은 '똘콩이네'다. 한국어로 토속적인 이름을 붙여주다 보니, 때로는 '레오'나 '망고'나 '슈테판'이라든지 뭐 그런 다른 멋들어진 외국 이름을 가진 강아지들을 보면 괜스레 우리 강아지들 이름을 되돌아보게 된다. 왜 우리들은 강아지 이름에서 창의성을 더 발휘하지 못했는가. 똘똘하다고 똘이, 검은색이라고 콩이라는 이름을 붙인 게 최선이었는가, 우리의 작명 센스를 반성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평생 애정을 쏟은 이름이고, 10년 넘게 애정 어리게 부른 이름이다. 그래서 우리 집을 부르는 '똘콩이네'라는 이름도 자랑스럽고 소중하다.
가족들과 함께 팀으로 나간 마라톤 대회에서, 우리 팀 이름을 뭐라고 적어 낼까 고민하다 적은 그 이름, '똘콩이네'. 똘이와 콩이네 가족으로 함께 한 추억은 내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똘이와의 추억을 간직하며, 콩이와 함께 더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나가야지. 오늘도 새로운 별명을 고민하며, 강아지를 다시 한번 애정 어리게 부를 것이다. "콩순아~"
글쓴이.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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