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나를 알아주고 인정하는 시간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회사 일 생각이 머리를 꽉 채웁니다.
아무리 떨쳐버리려 해도 쉽지 않습니다.
출근하기 전까지만이라도 제 자신에 집중하려 애써도 소용없습니다.
회사 일이 자꾸만 침투합니다.
최근 조직 개편으로 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책임이 커졌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로 스스로 엄청난 부담을 느낀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일 생각이 되어버렸습니다.
새벽마저 빼앗긴 느낌입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이번에 맡은 일은 결과를 내기 쉽지 않습니다.
투입되는 노력에 비해 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노력이 100이라고 하더라도 결과는 0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 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성공하면 당연한 것이고, 실패하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오롯이 혼자 이걸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저를 압박합니다.
누구나 어렵다고 인정하는 일.
누구도 맡으려고 하지 않는 일.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그걸 제가 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최선을 다하자라고 생각했다가도, 왜 이런 상황이 제게 온 것인지 원망도 듭니다.
제가 맡을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회사는 제가 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당신이 해야 합니다."
"당신밖에 없습니다."
거절할 수 없는 말들입니다.
직장인이니까요.
내년부터 시작이라 아직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 일을 해내기 위한 전략도 구상해야 합니다.
조직도 만들어야 합니다.
인력도 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제 마음의 준비가 안됩니다.
"준비, 출발!" 하면 바로 달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제가 의욕이 충만해야 하는데.
좀처럼 그 의욕이 채워지지 않습니다.
아마 그래서 더더욱 새벽에 눈 뜨자마자 회사 일로 머리가 꽉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하기 싫은 감정과 해야 하는 현실. 그 사이의 간극을 극복하고자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마음은 도망가고 싶은데, 몸은 가야 하니까.
결국 저는 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순간 최선을 다할 겁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무슨 수를 쓰더라도 결과를 만들어 낼 겁니다.
그게 저라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그전에, 지금 이 순간은 저를 좀 위로하고 싶습니다.
그토록 하기 싫어하는 일을 회사 상황 때문에 떠맡아야 하는 제 자신.
조금은 이해해주고 싶습니다. 조금은 감싸주고 싶습니다.
다른 동료들은 저를 위로합니다.
"힘내세요."
"잘하실 거예요."
"당신이니까 할 수 있어요."
고마운 말이지만, 그 말들이 짐을 덜어주진 않습니다.
정작 이 무게를 짊어지고 가야 하는 건 저 자신이니까요.
그래서 저 자신을 인정하고 안아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고마운 위로도 저에게 힘이 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스스로 힘을 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제 자신을 안아주고 인정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늘 새벽이 바로 그 시간입니다.
새벽은 저의 편입니다.
회사의 편도 아니고, 누구의 편도 아닌, 오직 저의 편입니다.
언제나 그랬습니다. 새벽 시간만큼은 제가 저를 위로할 수 있습니다.
"힘들지?"
"하기 싫지?"
"무섭지?"
"괜찮아."
"네가 그렇게 느끼는 게 당연해."
"약한 게 아니야."
"도망가고 싶은 게 정상이야."
누구도 해주지 않는 말을 제가 저에게 해줍니다.
새벽은 그런 시간입니다.
내일도 눈을 뜨면 회사 일이 머릿속을 채울 겁니다. 여전히 무겁고, 여전히 하기 싫고, 여전히 두려울 겁니다.
아마 12월 내내 그럴 겁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내일도, 모레도 새벽이 올 테니까요. 제가 유일하게 저 자신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새벽은 매일 찾아올 겁니다.
내일도 저를 안아줄 시간이 있을 겁니다. 모레도 가능합니다.
그 시간이 있기에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습니다.
새벽은 저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항상 제 편입니다.
저를 위로하고, 저를 안아주고,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