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나는 minority 소수이다. 외국에 살면 당연한 거지 뭘 그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수자로 살면서 한국에서 ‘다수’의 일원으로 살 때와 전혀 다른 것을 느낀다. 인종차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다수가 아닌것에 오는 일종의 소외감이라고 할까? 사람마다 그 민감도는 달라서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사는 사람도 있고, 그냥 그러려니 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소수라고 가장 크게 느꼈을 때는 일상보다도 티비를 볼 때이다. 보통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 위주로 보는데 뉴스 채널마다 그 특성이 갈린다. (지극히 나의 주관이며 뉴스에 한한다) 호주의 공중파는 channel7, Channel 9, SBS 그리고 ABC가 있는데, 7,9은 굉장히 백인 중심이다. 뉴스 앵커도, 기자도 대부분 백인이다. 이에 비해 SBS와 ABC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느껴진다.
아침에 보는 ABC의 News breakfast의 구성은 대략 이렇다. 남자와 여자의 앵커, First nation (애보리지널) 운동선수 출신인 스포츠 캐스터, 게이인 날씨 캐스터, 휠체어를 탄 SA 담당 기자, 히잡을 쓴 NSW 담당기자. 참 다양한 사람들이 뉴스를 구성하고 있다. 저녁 시간 때는 주로 SBS World News를 보는데, 다른 채널이 국내 뉴스만 다르는데 비해 SBS가 유일하게 세계 뉴스를 골고루 중계하기 때문이다.
백인 위주의 뉴스 채널은 왠지 부담스럽다. 그냥 내가 포함되지 않는 사회의 느낌이랄까. 그에 비해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주는 채널을 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중에 내가 하나구나 라는 느낌을 받는다. 10대의 아시아계 아이가 매일 뉴스를 보는데 백인만 나온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느낌이 들까?
며칠 전에 Kim’s convenince 의 주연배우들이 백인 중심의 작가 및 매니지먼트를 꼬집는 코멘트를 했다는 뉴스를 봤다. 아시안 여자가 누드톤의 레깅스를 입어 나른 사람들이 너 옷 벗은 것처럼 보인다는 농담 같지 않는 농담을 스크립트로 썼고, 나중에는 한국인 작가가 떠나 한국인 작가가 없는 한국인 이민자 이야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한국인 이민자를 대변하는 드라마가 나와 너무 반겼는데, 나중에 점차 보기 불편해지는 것을 느꼈는데 나만 느낀 게 아녔구나 싶었다.
미디어가 소수를 다양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직간접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우리의 사회의 이러한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하는 것이라고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이가 티비에 나온다고 동성애를 조장하는 게 아니라 동성애자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비혼모가 슈돌에 나온다고 비혼모를 미화하는게 아니라 우리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뿐이다. 그러한 점에서 슈돌에서 사유리가 나오는 것은 참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다.
내가 한국에 돌아간다면 나는 다시 다수로 돌아갈 것이다. 그냥 평범한 한국인. 여러 명 중 하나.
하지만, 타고나 조건 때문에 다수로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열린 사회라는 것은 어떤 모습의 구성원도 사회가 받아 들 일 수 있는 유연함이 있는 사회 아닐까?
한국에서 홍석천 씨 말고도 다른 셀럽들이 공중파에 나와 게이 농담도 하고, 한국인이 아닌 다른 인종의 사람이 한국어 뉴스도 할 수 있고 다양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모두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