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잊고 살면서
30대가 된 나를 인정한지도 얼마 안 됐으면서
날렵하고 민첩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주말 아침 눈이 떠지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유달산에 자주 오른다.
파랗고 맑은 날을 좋아한다.
일요일인 오늘 역시 그런 날.
막상 나가니 안개가 자욱했다. 그 뒤에 파란 하늘이 숨어있을까.
떨어진 벚꽃잎을 밟으며 차근히 산을 올랐다.
산도 바다도 안개가 자욱해서 그림 속에 있는듯했다.
이등 바위를 넘어서 사진 몇 장, 주인 따라 나온 강아지 두 마리와 인사도 하고,
다시 일등 바위로 향한다.
이런 날씨를 어떻게 알고 출사하러 온 사람도 많이 보였다.
축제 기간이라 단체 관광객들도 많이 지나쳤다.
나는 내려가고 사람들은 올라오고 가끔은 '안녕하세요' 즐겁게 인사도 한다.
날렵하고 민첩한 할머니가 되고싶다.
문득 외할머니가 생각났다.
소띠인 우리 외할머니.
70대까지는 이산 저산 이곳저곳 부지런히 다니셨던 분,
100세에 가까운 외할머니는 다리를 다치신 뒤 쭉 요양 병원에 계신다.
명절 때나 한번 씩 보던 외할머니, 혼자 주무시는 게 신경 쓰여 놀러가면 매번 같이 잤었다.
내가 이렇게 활동적인 것도 외모의 어떤 부분도 외할머니를 많이 닮은 것 같다.
그녀가 보고싶다.
23년 4월 9일의 유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