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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코드 스웨덴 Jan 21. 2018

스웨덴 화장실은 왜 성별이 없을까

이런 화장실이라면 유니섹스로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스웨덴의 화장실은 스웨덴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사회의 단면인 것 같다. 스웨덴은 평등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과 언어까지 바꾸는 시대인 것이다. 스웨덴에 처음 왔을 때 문화 차이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곳은 화장실이었다. 성평등을 지지하기 위하여 과거에 남과 여가 구분되는 화장실을 없애고  sex 혹은 gender와 상관없이 모두 동일한 unisex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꾼 것이다. 여자와 남자가 함께 이야기하며 화장실 줄을 서 있는 것은 나에게는 정말 낯선 풍경이었다.


Han? Hon? Hen!

스웨덴은 영어의 he, she에 해당하는 han, hon을 unisex인 hen으로 바꾸며 gender-equal을 넘어 gender-neutral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사실 hen 이란 단어를 스웨덴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여전히 han과 hon이 기본 단어이다. 하지만 스웨덴은 평등에 대한 인식이 존재하고, 그 인식이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안정된 것들을 부수고 평등을 지지하는 이 문화는 완전히 Swedish”한 것이었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모 기업이 유니섹스 화장실로 바꾸면서, 나는 SNS에서 의도치 않게 그에 대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적은 글들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글들이 유니섹스 화장실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스웨덴의 화장실 문화에 대해서는 굉장히 만족하고 있지만, 과연 기존의 화장실들을 유니섹스 화장실로 바꾸는 것이 좋은 선택일 까에 대해서는 나도 답하기가 망설여졌다. 그에 대한 이유를 두 가지 말해보자면, 첫째로는 유니섹스 화장실을 도입하기 이전에 그 화장실을 사용하게 될 당사자들의 인식이 먼저 바탕되어야 하고, 둘째로는 누구든 불편하지 않을 화장실의 물리적 환경이 전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과 스웨덴이 성평등을 인식하는 분위기가 다른 것은 사실이다. 스웨덴도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세계적으로 성평등이 자리 잡힌 국가로 손꼽힌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는 '남녀가 유별한데 어떻게 같은 화장실을 쓰나' 라면 스웨덴은 '모두는 평등한데 왜 다른 화장실을 쓰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스웨덴이 평등한 사회를 만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모두가 평등하게 느낄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에서 오는 것 같았다.


이런 화장실이라면 유니섹스로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스웨덴의 화장실

스웨덴이 유니섹스 화장실을 도입한 이유는 성소수자(LGBT: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함이었다. 남성 여성으로 구분된 화장실에서는 갈 곳 잃은 여러 가지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주민등록번호가 2로 시작하는 'I define myself as female'이다. 기존의 화장실이 나에게 불편한 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웨덴 화장실이 나의 인권도 존중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화장실이 '여성과 남성'으로 나뉜 것이 아니라 '나와 타인'으로 구분되어서 개인 화장실이 주어진 느낌이다.


아래 사진은 우리 학교의 화장실 사진이다. 우리나라와 많이 다른 점을 두가지 찾아본다면, 첫째로는 화장실이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복도에 있다는점, 둘째로는 모든 칸이 방처럼 생겼다는 것이다. 한국 화장실의 경우에는 큰 화장실 안에 각각의 변기가 칸막이로 나눠져 있다면, 스웨덴에서는 모든 칸이 한 방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안에 변기와 세면대와 등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아무리 같은 성이라도 옆칸에 사람이 들어있다면 불편하기 마련인데, 화장실 한 칸이 방으로 이루어져서 프라이버시가 존중받는 것 같았다. 손 씻을 때에도 남자든 여자든 다른 사람과 마주할 일이 없다.



아래 그림은 스웨덴 식의 화장실이고 그 아래는 우리나라식의 화장실이다. 생각해보니 남자의 경우 스웨덴에서는 한국과 달리 소변기가 없으며 나란히 옆에 서서 볼일을 보지 않아도 되니 더욱더 편리할 것 같았다. 남성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과 마주할 필요 없는 이런 화장실이 더 프라이버시를 존중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출처:gattox.com, tacophile.com)



그리고 스웨덴은 화장실이 전반적으로 청결하고 쾌적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 이유는 스웨덴의 공중 화장실은 유료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회 사용로는 5크로나(700원정도)이며 대부분은 동전으로 내야 하지만 심지어는 카드로 결제 가능한 화장실도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어디서든 공짜로 화장실을 이용하다가 돈을 내려니 아까운 심정이 들지만, 그래도 돈을 내는 만큼 화장실이 청결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나름 만족스럽다.


또한 휴지통이 없는 것이 큰 요소인 것 같다. 용변에 사용한 휴지는 변기에 흘려보내고 위생용품을 넣을 수 있는 작은 위생 통과 손을 씻은 후 물기를 닦는 티슈를 넣는 통이 따로 마련되어있다. 참고로 말하자면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는 공중화장실에서 휴지통을 사용하지 않는 정책이 적용된다고 한다.




물론 유니섹스 화장실에는 범죄에 대한 우려와 위생 관리 등 고민해봐야 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에 도입하는것은 무리가 있다. (+ 수정 : 성중립 화장실 도입 이전에 반드시 몰카 등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서 사람들 인식이 변화하는 것도 사실이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국제학생들이 스웨덴에서 유니섹스 화장실을 처음 경험하고 만족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남녀가 구분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친구들도 많았다. 차별 없는 사회를 꿈꾼다면 그리고 이런 화장실이라면 유니섹스 화장실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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