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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코드 스웨덴 Sep 22. 2018

칼 요한과 칸타렐레

스웨덴에서 버섯따기



스웨덴 숲은 항상 나의 로망이었다. 3년 전 스웨덴에서의 반년 간의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갔을 때, 스웨덴을 생각하면 숲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스웨덴 숲은 한국의 산처럼 높고 다채로운 등고선이 아름다운 선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단조롭고 웅장한 나무들이 마음을 평안하게 만든다.


스웨덴 숲은 여름에는 블루베리가 자라고 가을에는 버섯이 자란다. 나는 블루베리 따기와 버섯 따기가 왠지 모르게 너무나도 스웨덴스러운 일인 것 같아서, 블루베리가 자라는 여름과 버섯이 자라는 가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버섯을 따는 것이 너무나 기대가 돼서 여름이 시작될 무렵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가을에 버섯을 따겠노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그때마다 친구들은 부모님을 따라서 어렸을 적부터 버섯을 땄던 이야기라던가 우리 엄마가 얼마나 버섯의 종류를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한 자랑을 하며 나의 기대감을 돋붙었주었다. 나도 이번 가을에는 꼭 버섯을 따겠다고 다짐하고 날씨가 좋은 날을 벼르고 있다가 저번 주에 드디어 버섯을 따러 숲에 다녀왔다.


우선 자전거를 타고 숲으로 들어갔다. 버섯을 딸 때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사람이 아직 다녀가지 않은 장소를 찾는 것이다. 블루베리 같은 경우에는 워낙 블루베리가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서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 가에서도 여전히 나의 몫이 많이 남아있지만, 버섯 같은 경우에는 안전한 식용버섯의 종류도 한정적이고 베리만큼 많이 자라지 않아서 아무도 찾지 못한 장소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나는 숲으로 들어가는 길에 다른 사람들 자전거 바구니에 버섯이 가득 차있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아 저 사람들이 이미 내 버섯을 다 따갔으면 어떡하지'라고 경쟁심이 들었다.


스웨덴의 버섯
칼 요한과 칸타렐레

칼 요한

이 버섯의 이름은 칼 요한이다. 나는 스웨덴어는 단어를 알려줘도 한번에 잘 외우질 못하는데, 칼 요한은 흔한 스웨덴 사람 이름이라서 쉽게 외울 수 있었다. 마치 버섯을 철수나 영희로 불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칼 요한은 스웨덴 숲에서 흔하게 나는 버섯인데, 벌레가 좋아하는 버섯이라서 기둥을 잘라가면서 벌레가 먹었는지를 확인하고 집에 가져와야 한다.



칸타렐레

스웨덴 마트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스웨덴의 대표 버섯 칸타렐레다. 향이 강해서 벌레가 먹지 않아서 항상 깨끗한 상태로 발견할 수 있다. 생김새도 특이하고 다른 버섯들과 구별하기 쉬워서 스웨덴 사람들이 가장 따기 좋아하는 버섯이라고 한다. 나는 보통 된장찌개에 넣어먹는데, 스웨덴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버터와 양파를 같이 볶아서 빵에 얹어먹으면 맛있다고 한다.





Rödgul Trumpetsvamp과 Trattkantarell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버섯이다. 오른쪽은 Rödgul Trumpetsvamp 왼쪽은 Trattkantarell이다. 사진으로는 더 비슷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차이를 구별하기가 쉽다. 줄기 부분이 Rödgul Trumpetsvamp는 조금 형광빛이 도는 노란색이고 Trattkantarell는 탁한 갈색이다. 두 버섯 모두 값이 조금 많이 나가는 버섯인데 나는 숲에서 이 버섯들을 많이 발견해서 부자가 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이름 모를 버섯들

스웨덴 숲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버섯이 살고 있어서, 버섯을 찾으면 먹을 수 있는 내가 알고 있는 버섯인지 아닌지를 눈으로 잘 확인하고 만져봐야 한다. 숲에서 처음 버섯을 봤을 때 너무 신기해서 만져봐도 되냐고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위험한 버섯일 수도 있으니 만지지는 말고 정 만져보고 싶으면 발로 차라고 했다.





링곤베리

드디어 링곤베리를 발견했다! 링곤베리는 스웨덴의 대표 베리인데, 열매 자체만으로는 먹지 않아서 슈퍼에서도 링곤베리 열매 그대로는 본 적이 없었다. 링곤베리는 보통 잼으로 만들어서 미트볼에 곁들여 먹는다. 예전에 이탈리아 친구랑 걸어가다가 길에서 링곤베리 같은 열매를 발견한 적이 있다. 우리 둘 다 링곤베리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몰라서 몇 개는 집어먹어보고 몇 개는 챙겨서 걸어가다가 마주친 스웨덴 아줌마에게 이 열매가 링곤베리가 맞냐고 물어봤었는데 그 아주머니는 링곤베리가 아니고 그냥 잡 베리니 절대 먹지 말라고 했었다..




이제는 스웨덴도 웁살라도 정말 내 고향 같고 집같이 느껴지는 것 같다. 숲에서 버섯을 따면서 들었던 생각이 만약에 내가 스웨덴에서 계속 살지 못하고 나이가 많이 들어서 웁살라에 다시 돌아와 봤을 때 내가 좋아하는 Håga 숲이 사라지고 아파트나 다른 건물들이 들어와 있으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웁살라에 평생 살았던 친구에게 네가 자라면서 웁살라가 많이 변했냐고 물어보니 최근 5년 안에만 해도 너무 많은 아파트가 지어져서 웁살라 가구 수가 25%나 늘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 웁살라는 살 집이 너무 부족해서 나 같은 학생들도 렌트할 방을 구하는 것조차도 힘든 상황이다. 그래도 뭔가 웁살라는 변하지 않고 항상 지금처럼 소박하고 평화로운 숲이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오늘의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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