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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코드 스웨덴 Sep 30. 2020

올해 여름은

나는 호수가 앞에 있는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친구들과 만나서 절벽이 있는 곳에 누울 만한 돌을 찾아 앉아 있다가 몸이 따뜻해질 때쯤 호수에 들어가 수영을 했다. 스웨덴에서 첫여름은 조금은 두려우면서도 신비한 곳이었다.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것도 익숙지 않아서 친구들이 물 멀리 수영을 나가도 나는 발이 닫는 곳에서만 머물렀다. 이제는 수영도 스웨덴도 일상처럼 익숙해져서 땅에 발이 닫지 않는 것이 그리 무섭진 않다.


사람이 자기 밥벌이를 하게 되는 순간부터는 인생이 단순해진다던데 지금 내가 그렇다. 호수에 들어가 물 위에 둥둥 떠서 있으면 바라보는 하늘도 평화롭고 내가 살고 있는 땅도 편안하게 느껴진다. 물에 귀를 담그고 누워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면 새삼스레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하루가 괜히 좋아진다. 올해는 수영으로 내가 사는 이 쿵스 홀멘 섬에서 반대편 섬으로 넘어가 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주저하는 틈에 벌써 날씨가 무척이나 쌀쌀해졌다.


나는 내가 저번에 살던 집을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집주인이 자신의 동생이 이 주변에서 직장을 다니게 됐다며 미안하지만 방을 빼줘야 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좋아하는 사람과 이별하게 된 것처럼 가슴이 철렁하고 슬펐다. 나는 한국에 계시는 엄마와 통화하면서 이사를 가게 되어서 슬프다고 말했다. 엄마는 새집에 가면 예전 집에 언제 살았나 싶을 만큼 새집이 또 좋아질 거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엄마는 내가 이 집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군!’이라고 생각했었다. 막상 이사를 해보니 엄마 말이 맞았다. 새 집이 예전 집 보다 더 편하고 좋다.


창문을 열면 참 예뻤던 저번 집


사내 게시판에는 동료의 부고 소식이 들려온다. 새삼스레 판데믹의 무게가 느껴진다.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가까운 누군가와 갑자기 이별을 할 수 있는 것이 판다믹이구나. 3월부터 시작한 재택 근무는 이제는 나의 일상이 되어버려 코로나의 존재도 이제는 원래 그래 왔던 것처럼 익숙해져 버렸다. 스웨덴의 집단 면역이라는 것도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싶었는데 이제는 뭐 나름 그 성과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점차 확진자 수가 줄어들어 지금 스웨덴은 곡예하듯 마스크 없는 새로운 일상들로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나는 친구와 만나 점심을 먹었다. 친구는 나에게 요즘 기대되는 일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다지 생각나는 미래의 계획이 없었다. 없다고 대답하니 친구는 그래도 기대되는 일 하나쯤은 있어야 행복한 오늘을 보내지 않겠냐고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나는 오늘이 좋고 별다른 계획 없는 내일이 기대가 된다. 지금 내가 딱 그런 상태인 것 같다. 나는 어제와 같이 변함없는 오늘이 좋고 아무 계획도 없는 내일도 좋다. 그저 그만 행복한 오늘이다.



새로운 집 앞에서 수영하는 강아지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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