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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사순 May 14. 2022

마음의 여유

창밖을 보라

아는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고,

생전 와본 적도 없는 곳에 이사를 했지.

머리로는 고민을 하면서도 팔다리가 부지런하게 움직여져서 새로운 회사로 이직도 했고.

이삿짐을 풀면서 동네엔 어느 정도 적응하고 있었는데

출근날 짜가 일주일 늦춰졌어. 그러는 동안 갑자기 급 바빠진 회사일로 언제 출근하냐 사원증 만들게 사진을 보래 달라 등등의 전화가 이틀 간격으로 왔어. 나는 그저 담담한 맘으로 첫 출근을 준비했지.


출근 전 힐링


그런데 출근한 첫날 아침부터 나를 불러 앉히더니

더 일찍 나와야 한다면서  뭐라 뭐라 하네..

뭐..뭐라구? 25분이나 일찍왔는데

첫 출근 하자마자 기분이 안 좋아졌어.

연봉조정이 잘 안 된 것도 기분 안 좋았는데,

누가 안내해 준 것도 아니고 9시 보다 25분 일찍 왔는데도

뭐... 뭐. 라. 구?

나한테 주어질 기본적인 것들도 준비가 안되어있어서 밴댕이 속 같은 내속으로 이해하기도 힘들었는데, 내가 왜 이런 상황을 겪어야 하는 거지?

그러면서 회사 측에선 바쁜 일정에 얼른 투입하고 싶은 맘으로 발을 동동 굴렀을 건데..


퓨우~~~ 엄마가 삼재라고 말조심하고 싸우지 말랬다.


내 기분 나쁜 것만 크게 느끼는 것처럼

이 사람들도 나한테 결점만 찾아낼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들었어.


다 같이 힘들 땐데 둘째 날부터 나는 시름시름 온몸이 아프더니 수포가 돋아나 있었어. 대상포진 초기래. 몸살이 풀옵션으로 와서 서있기도 힘들어서 눈물이 다 나더라고..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그다음 날도 모두가  새벽 근무라 출근은 했는데 친구가 기운내고 울지 말란 말에 아침부터 눈물이 콸콸콸~~~~!!! 그걸 본 나이 많으신 직원분이 갱년기인 것 같다고 ㅡ..ㅡ


아무리 상사고 인사고과에 관여한다지만

언제까지 참고 넘길 수 있을까.


사람 무시하는 말투를 자기는 농담이라고 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한 사람을 잘 몰라서 오해를 하게 되는 건지

최대한 침착하고 싶다.


뭐 매번 회사를 옮길 때마다 속상하고 화나서 울어본 건 아닌데, 이번엔 왠지 친구들도 한 명 없는 낯선 타지에 와서 쓸쓸하고 서럽네.


전 직장에서 1년이 훨씬 넘어서야 적응하고

우리 부서 산행 갔다가 혼자 산길에 남겨져서 당황스러운 적도 있고, 네가 할 줄 아는 게 뭐냐 라는 대접을 받은 적도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오버랩되는 건지..

아무도 없는 모르는 산행이지만 괜찮아..난 산악부 출신이니까.


내가 고스란히 나인채로 내 역량과 능력을 보여 주고 증명할 수 있어야.. 그때가 곧 오겠지만 그래야 나한테 함부로 못할 거라는 내 생각. 그것이 곧 팩트!


과거에 난다 긴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었으면 뭐할 거야.

경력 많은 사람이면 뭐할 거야.

여기선 처음 온 사람인데...

여보세요? 네네..막말하는사람들 신고좀 할라구요.



하루하루가 쌓이고 모르는 사람들과 밥을 먹고

뭔가를 물어보고, 밥은 먹었는지 입맛엔 맞았는지,

아픈 건 괜찮은지 물어봐주는 관심 속에 하루하루가 지났어.

지금은 온몸이 아프고 밥도 잘 안 넘어가고

몸뚱이가 움직이는 속도가 느린 거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하러 온 거 맞거든.



부장님이 사주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단지 시간이 걸리는 것뿐인 거겠지,

곧 내 자리를 찾고 이 사람들과 편안하고 재미있게 웃으면서 지낼 날이 올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


기분이 불쾌하고 의심이 들고 외롭고 지치고

이런 건 아직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였던 것이니까.

우리엄마 갱년기 아닌데....너나잘하세요.

그리고 나 아직 갱년기 아니거든?

친구가 위로해주는데 감동해서 운 것뿐이거든?

조금만 기다려봐.

다 깨물어 뜯어주마..


다 깨물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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