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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Nov 15. 2024

스위스 트래킹, 인생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다

멘리헨 33번 트래킹 코스

는 그동안 '트래킹'이라는 단어가 내 삶과는 전혀 관계없는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자연을 거닐고, 산을 오르고, 험한 길을 따라 걷는 일이 나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저 그런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이라 여겼다. 하지만 스위스로 떠난 여행에서, 나는 그 단어의 의미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경험을 하게 되었다.

    

스위스의 아름다운 알프스를 바라보며 필라투스 케이블카를 타고 한참 위로 올라갔을 때,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곳에서 트래킹을 즐기는 아주 조그맣게 보이는 몇몇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의 걸음은 경치의 아름다움만큼이나 여유롭고 안정적이었다. '저렇게 걸으면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때 그저 멀리서 그 풍경을 바라보는 것에 그칠 것만 같았지만 마음속 한편으론 약간의 동경심이 있었나 보다.      


바로 다음날 우연히 마음속에서 '한번 해봐야겠다'는 조금이나마 했던 탓인지 드디어 동행과 '한번 가볼까'하며 트래킹의 길에 올랐다. 혼자서라면 엄두도 못 냈을 일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놓쳤던 여유와 여백이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위스의 맑은 공기를 들이키며, 고요한 산길을 따라 걷는 그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경험과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연이 주는 평온함과 자유로움이 마음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었다.


아이거 산의 만년설과 광활하게 펼쳐진 대 자연을 보며 평지인 멘리헨 33번 트래킹 코스를 따라 두시간 정도 걸으면서 거대한 자연의 경외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경험을 통해, 트래킹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일이 아니라, 내면의 평화를 찾는 여정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걷는 것'의 소중함을 미처 알지 못했던 나는, 이제 트래킹을 통해 삶의 진정한 속도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 후로 나는 앞으로도 그런 경험을 하고자 트래킹 하는 희망을 갖으며 자연 속에서 길을 잃는 기분을 만끽하고자 한다. 비록 아직은 초보자지만,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세상이 얼마나 넓고, 그 안에서 나의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스위스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트래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들은 무엇을 찾고, 무엇을 얻기 위해 트래킹을 하는 걸까? 결국 그들은 자연과의 연결을 통해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고자 하는 것 같다. 나도 이제 그들의 일원이 된 것만 같다. 트래킹이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삶의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방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퇴직 후의 삶을 생각할 때, 평생 트래킹을 즐기며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길을 걷고, 수많은 자연의 풍경을 내 눈으로 직접 보며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풍요롭고 의미 있을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만약 그런 삶을 살게 된다면, 그때야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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