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남 yenam Sep 09. 2019

24. 아이에 대한 기대보다 관심이 답이다

 “나도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어요.”

 학업 부담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등학생의 유서 중에 나온 말이다. 초등학생 10명 중 9명이 과외 종목은 평균 3.13개, 하루 평균 2시간 37분 과외를 받는다고 한다. 이러한 아이들 대부분은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고 말한다.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 중 18%가 ‘학원에서 이미 배운 내용을 반복해서’라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의 27%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아직 어린 이 아이들이 자살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성적’이었다.


 엄마들은 아이를 위해서 아이가 공부를 더 잘했으면 좋겠고, 하나라도 더 배우기를 바란다. 이러한 기대 속에서 아이들은 사교육에 빠져 허덕이고 성적에 목을 맨다. 이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와 갈등을 겪고 있다. 엄마는 더 좋다는 학원이나 실력이 있다는 과외를 찾는다. 오늘도 아이가 어떤 학원을 몇 시까지 가야 하고, 숙제는 무엇인지 스케줄을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부모의 기대가 커질수록 욕심이 되어 아이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게 된다. 아이는 내색하지는 않더라도 마음속으로 힘들고 우울함을 지니게 될 수 있다.

 한 밤 중 아파트 옥상 위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아이를 발견하여 경찰까지 출동한 경우가 있었다. 그 아이의 주머니 속에는 유서 한 장이 들어있었다.


 “엄마, 성적이 떨어져서 너무 슬퍼요. 잘 살 자신이 없으니 먼저 갈게요.”


 아이의 엄마는 경찰에게 붙들려 내려온 아이를 붙잡고 오열하였다. 이 아이는 어렸을 때부터 영재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부모와 주변의 기대 속에서 살아왔다. 시험을 볼 때면 매번 1등을 놓치지 않았다. 그럴수록 아이는 자신감을 얻는 것이 아니라, 불안감이 쌓여갔다. 중학교에 들어가 시험을 봤는데 1등을 하지 못했다. 시험을 보면 볼수록 성적은 떨어졌고 아이는 중압감을 이기지 못해 옥상에 올라간 것이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도 더 마음이 약하고 상처를 잘 받는다.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혼자서 궁지로 몰아세우며 끙끙 앓는다. 평소 내성적이거나 엄마와의 관계 형성이 잘 되어있지 않은 아이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내가 가르치는 학교 아이들의 90%는 수학 문제집을 통해 미리 예습하거나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해 온다. 단원이 마무리되어 성취도 평가를 보면 평균 점수가 매번 90점 이상이다. 그래서 나는 다음번 평가에서는 아이들이 좀 더 고민을 많이 하도록 문제를 어렵게 출제하였다. 평가를 보는 날이 되었다. 평소 매번 100점을 맞는 여학생이 있었는데 문제를 쉽게 풀지 못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 아이가 고민을 하면서 끝까지 잘 해낼 줄 알았는데 갑자기 울면서 나에게 배가 너무 아프다고 하는 것이었다. 아이는 배가 너무 아파 조퇴하고 싶다고 그랬다. 나는 아이를 보건실에 보낸 뒤, 엄마와 통화를 하고 시험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결국 조퇴하였다. 그날 오후에 아이 엄마와 통화를 하였다.


 “어머님, 하인이 가 오늘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나 봐요.”


 “네, 선생님. 하인이 가 오늘 몸이 안 좋은 거 같아요. 그나저나 오늘 수학 시험은 어쩌죠?”


 “하인이에게 시험은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몸이 괜찮은 날 언제든지 이어서 풀면 되니까 오늘은 푹 쉬게 해 주세요.”


 나는 하인이 가 갑작스러운 스트레스로 배가 아팠던 게 아니었나 싶었다. 왜냐하면 그다음 날 학교에 와서 수학 문제를 다 풀고 100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매번 100점을 맞아왔던 아이가 갑자기 문제가 어려워서 못 맞을 생각이 엄청난 불안감으로 다가왔고 스트레스가 되었을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문제를 다 맞힐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일이 있고 난 이후로 아이들에게 100점을 자주 맞는 것이 어쩌면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은 아이가 100점을 받아오면 매우 기뻐하신다. 그러다가 갑자기 80점, 70점을 맞으면 엄마들은 불안해한다. 한 엄마는 나에게 이런 말도 하셨다.


 “우리 애가 1, 2학년 때 받아쓰기를 100점만 받았어요. 틀린 적이 없었는데 요즘 국어 시험 점수가 왜 그렇죠, 선생님?”


 “우리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갈수록 공부를 안 하려고 그래요. 그러니 단원평가에서 맨날 미끄러지네요.”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엄마들에게 평가라는 것이 난이도도 매번 달라지고, 아이의 관심사나 환경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해준다. 그러니 100점을 맞지 못하는 것에 너무 신경 쓰지 말아 달라고 부탁드린다. 이런 말씀을 드렸는데도 동의를 못하시는 엄마들에게는 “우리 반에서 100점 맞은 아이가 한 명도 없어요. 이번에 문제를 제가 어렵게 냈나 봐요.”라고 말하면 그때서야 수긍을 하신다.


 엄마는 아이에 대한 기대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교육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은 공부와 성적에 관한 기대가 무엇보다도 높다. 영국 레딩대학의 무라야마 교수는 부모의 기대가 아이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부모가 기대하는 점수가 지나치게 높을수록 오히려 아이 성적이 낮아졌다. 무라야마 교수는 아이에게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기대하는 경우에만 성적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엄마의 지나친 기대는 아이에게 부담과 불안감을 안겨주어 결국 자신감이 떨어지게 만든다. 아이의 시험 점수가 떨어진 것을 실패한 것이라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지금 어떤 수준인지, 아이가 생각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함께 들어주면서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 점수가 떨어졌다고 혼을 내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법을 아이가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엄마가


“고생했어. 시험 보느라 힘들었지?”


하고 시험을 본 당일만큼이라도 관심을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공부하는 환경에서 정답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과정에 초점을 맞추라고 말한다. 이 말은 아이가 평소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아이가 다른 과목에 비해 점수가 낮을수록 그 과목 공부하는 것을 싫어한다. 아이들이 어떤 과목을 싫어하는 이유는 지겹거나, 자신이 잘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그 과목 선생님이 싫어서 과목이 싫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엄마는 ‘왜 공부를 안 하느냐’를 따지기 전에 ‘어떻게 하면 아이가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 답은 아이 마음속에 들어있다. 아이와 자주 대화하면서 현실적인 목표를 함께 세우고 성취해나간다면 아이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열정을 다해 사랑하지만 언젠가는 식는다. 열정이 식으면 권태가 오기 마련이다. 이때 기대와 부담이 크면 우울함으로 빠져든다. 이를 내려놓는 순간 성숙기로 간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이에 대한 기대가 커질수록 아이는 우울감에 빠질 수 있다.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 특히 성적에 대한 기대는 아이를 더욱 지치게 만든다. 아이는 풍선과도 같다. 엄마가 아이에게 ‘기대’를 계속 주입시켜주면 하늘 높이 뜰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 속에서 빠르게 높이 뜬 아이일수록 떨어질 때 더 큰 충격을 받는다. 천천히 올라가더라도 엄마는 옆에서 혹시 바람이 빠지지는 않는지, 바닥에 닿을 것 같지는 않은지 관심을 가져준다면 어느새 아이는 스스로 자신감을 집어넣어 하늘 높이 올라갈 것이다. 엄마의 기대보다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23. 아이에 대한 사랑도 지나치면 집착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