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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남 yenam Sep 21. 2019

25. 따뜻한 스킨십은 아이를 달라지게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의 붉은 털 원숭이 실험이 있다. 할로우는 새끼 원숭이를 어미에게서 떼어놓고 두 개의 가짜 원숭이 인형이 있는 방에 놓았다. 하나는 철사로 만들어진 몸에 젖병을 매단 원숭이 인형이었고, 다른 하나는 마분지와 따뜻한 천과 털로 감싼 인형이었다. 새끼 원숭이는 어느 인형에게 갔을까? 먹이를 찾으러 철사 인형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새끼 원숭이는 천으로 만든 인형에 딱 달라붙어 잠을 잤다. 이 실험은 스킨십이 어떤 보상 차원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스킨십 자체가 애정의 형성에 큰 작용을 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붉은 털 원숭이는 인간의 유전자와 95% 일치한다. 

 아이도 새끼 원숭이만큼 엄마의 스킨십이 아이 애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여러 자녀교육서나 육아서 또는 인터넷을 보면 아이를 많이 안아주는 것이 좋다는 말도 있고, 너무 자주 안아주면 손이 타서 안 된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다양한 정보들을 접한 엄마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엄마의 느낌대로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꼭 안아주는 것, 스킨십을 하는 것은 사랑의 표현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포옹의 느낌을 느껴봤을 것이다.

 

 아이에게 독립심을 키워줘야 한다는 이유로 아이를 억지로 떼어놓는 엄마들도 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것이 ‘애착’이다. 이를 위해서는 엄마의 스킨십은 필수적이다. 최근 서양에서도 아이의 신체접촉이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들이 나오면서 동양의 육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요즘 미국 뉴욕에 우리나라의 포대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엄마들도 촌스러워서 쓰지 않는 포대기를 뉴욕 엄마들이 쓰고 있는 것이다. 포대기의 가장 큰 장점은 엄마의 등과 아이가 밀착한다는 점이다. 나도 어렸을 때에는 포대기에 업혀 자랐다. 엄마와 아이가 서로의 체온과 호흡을 느낄 수 있는 포대기를 뉴욕 엄마들에게 관심을 끌게 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엄마들은 아기 띠를 하거나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다닌다. 우리는 서양의 육아용품을 명품이라 치부하면서 자랑하듯이 하고 다니지만, 그 용품들을 수출한 서양 사람들은 우리나라 전통 육아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점점 커지면서 이렇게 안아주거나 업어주는 게 부담스러워진다. 어렸을 때부터의 잦은 스킨십은 나중에 아이들이 컸을 때까지 오래 지속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아이들과 놀이나 운동 등을 통해서 자연스러운 스킨십으로 시작할 수 있다. 아이들과 놀라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놀아야 할지 모르는 엄마들도 있다. 거창한 놀이 도구나 많은 시간을 들여서 할 필요는 없다. 하루에 10분이라도 간단하게 스킨십을 하면서 할 수 있는 놀이는 많다.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쉬는 시간에 함께 놀려고 노력한다. 놀이는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손뼉을 마주친다거나 손을 잡을 수 있는 등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담임을 맡은 교실에는 쉬는 시간에 여러 가지 놀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교실 뒤에는 작은 농구골대도 있고, 보드 게임들도 있다. 미니 사탕뽑기 기계도 마련해놓고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이렇게 도구로 노는 것은 쉽게 싫증을 낸다. 그래서 나는 놀이 도구 없이도 친구들끼리 할 수 있는 놀이를 가끔씩 소개해주고 함께 해본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놀 수 있는 장난감이 많지 않았다. 컴퓨터도 없는 시대에서 놀 수 있는 것은 밖에서 뛰어놀거나 맨 손으로 노는 것이었다. ‘쌀보리 게임’, ‘전기 놀이’, ‘007 빵’ 등 내가 어렸을 때 했던 놀이들을 아이들과 함께 할 때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실뜨기 놀이’는 여자아이들과도 자연스럽게 실 하나로 가까워질 수 있는 놀이였다. 


 엄마들도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런 놀이를 하다 보면 스킨십도 할 수 있고 관계가 편안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도 좋지만 아이와 함께 운동을 해 보자. 운동을 함께 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우선, 포옹이나 스킨십을 아이가 거부할 때가 있다. 아이가 기분 좋지 않은 일을 겪었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짜증이 난 상태에서 무턱대로 아이를 안으면 아이는 엄마를 밀어낼 것이다. 이럴 때에는 아이와 공을 주고받는 간단한 운동이나, 배드민턴처럼 공에 집중하며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학교에서도 아이들 감정은 수시로 바뀐다. 체육 시간에 운동장에 나왔는데도 기분이 몹시 나빠 보이는 아이도 있다. 나는 그때마다 그런 아이들에게 “○○아, 오늘 기분 안 좋아 보이네. 앉아 있다가 기분이 조금 괜찮아지면 함께 체육 해보자.”라고 말한다. 그러면 열의 아홉은 몇 분 뒤 “선생님, 저도 할게요.”하면서 쭈뼛쭈뼛 다가온다. 그러다가 몰입해서 운동을 하다 보면 어느새 그 아이가 웃고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우리도 일이 안 풀리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운동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걷거나 산을 오르고, 공을 던지면 어느새 기분이 풀린다. 아이는 어른들보다 더욱 빠르게 감정이 바뀐다. 오늘 아이가 기분이 나 빠보이거나 힘들어 보이면, 아무 말 없이 아이를 데리고 나가 운동을 하면서 함께 땀을 흘려보자.


 가수 이적의 엄마이자 여성학자로 유명한 박혜란은 그녀의 저서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에서


 “대화는 반드시 말로 하는 것은 아니다. 내 생각으로는 부모 자식 간의 대화에서 말보다 더 중요하고 확실한 것이 바로 스킨십인 것 같다. 스킨십처럼 친밀한 대화가 또 어디 있으랴.”


 라고 말했다. 그녀의 말처럼 스킨십은 몸으로 하는 대화이다. 아이와 많은 시간을 스킨십과 함께하면 이로운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아이에 대해서 더 많이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아이와 엄마는 끈끈한 관계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 엄마와의 애착 형성이 잘 되지 않으면 커가면서 사람을 대하고 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엄마가 아이와 지내는 시간을 늘리면서 지내라고 말한다. 하지만 워킹맘들이나 여러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자꾸 죄책감을 가진다. 애착은 꼭 양적인 시간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엄마가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만이라도 온전한 사랑으로 즐겁게 보내면 된다. 도저히 시간이 없는 엄마들은 아이들이 잘 때 옆에서 함께 누워 자는 것도 좋다. 미국 코넬대학교 인류학과 교수인 메레디스 스몰은 애착이 몇 시간 만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이가 커가는 전 과정에 걸쳐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정해놓지 말고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기라고 말한다. 실제로 아이들이 자는 모습을 보면 천사가 누워 있는 것 같다. 아이를 키우기 힘들고 일에 지친 엄마들에게 곤히 잠자는 아이를 지긋이 바라보며 함께 잠에 들고일어나 보길 권해 본다. 이는 아이의 정서 발달에도 많은 도움을 주지만, 무엇보다도 엄마 자신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데 더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하루에 몇 번씩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는가? 스킨십은 ‘사랑하는 사람 간의 상호 접촉에 의한 애정 교류’이다. 스킨십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의 분비를 촉진시킨다고 한다. 포옹과 같은 스킨십은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안정을 가져다주고 지능까지 발달시켜준다. 포옹이 어색하다면 자연스럽게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쉬운 것부터 시작해보자. 이마저도 쉽지가 않다면 놀이나 운동을 함께 하며 자연스러운 스킨십으로 아이를 애정으로 감싼다면 아이는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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