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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홉수 Dec 28. 2022

재벌집에, 막내아들은 아닐지라도

부모와 연결된 나의 삶, 이미 인생 N회차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종영했다. 우연히 영상을 본 뒤로 몇 년만에 본방사수까지 한 드라마였다. 웹소설 원작으로 한 속도감 있는 전개와 배우들의 명품 연기들이 특히 좋았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주인공이 타인의 인생을 다시 살아가며 이미 알고 있는 미래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큰 줄기가 됐다. 주인공의 통쾌한 복수극이 흥행요소였지 않나 싶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결말이 산으로 가는 방송사 드라마의 한계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드라마가 끝난 후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시청자가 '재벌집 막내아들' 주인공이진 않을까. 우리는 모두 재벌집에, 그리고 막내아들은 아닐지라도 어느정도 미래를 예측할 수는 있다. 바로 부모님을 통해서다. 


 누구나 나이를 먹어갈수록 내가 싫어하던 부모님의 모습을 자신 속에서 생각보다 자주 발견하게 된다. '나만의 개성'이라고 여겼던 것도 부모님의 생각이나 행동에서 비슷한 면을 찾게 될 때도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세상 모두가 아는 과거를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라면, 우리들은 타인은 물론 자신조차 몰랐던 부모님의 일부가 다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식이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닮는다거나 삶을 답습한다는 건 아니다. 타고난 기질이나 가족들의 분위기가 내 많은 영향을 끼친다. 나의 삶은 부모는 물론 조상들의 인생 N회차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부모에게 물려받은 기질을 무조건 부정하지 않으면서 살아가는데 유리한 쪽으로 이용하거나 발전하는 것 아닐까. 말수가 없는 사람이 내일 당장 달변가가 되진 못한다. 하지만 대화 스킬을 늘린다면 달변가보다 내뱉는 단어의 수는 적어도 더 진실된 자세로 상대를 대할 수는 있다. 달변가들도 모든 것을 잘할 수 없다. 그들 또한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재벌집 막내아들' 주인공처럼 미래의 주요 사건들을 미리 알 수 없지만, 부모를 통해 나에 대해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다. 윤현우(송중기 분)가 진도준(송중기)의 인생을 다시 사는 것처럼 우리도 부모의 삶을 다시 살아가는 것일 수도 있다.


 진양철(이성민) 진양그룹 회장은 극 중에서 아들, 딸이 아닌 진도준을 신뢰했다. 그룹을 가장 이끌어갈 재목으로 자신과 가장 닮은 손자를 선택했다. 드라마 속 이야기지만 크게 현실도 다르진 않다. 진양철 회장도 자식 같은 순양그룹을 잘 이끌어갈 진도준을 선택하므로써 N회차 인생을 살기 바라진 않았을까.


 드라마 결말은 허무하긴 했다. 15회까지 흥미진진하게 이어오던 윤현우가 살아온 진도준의 삶이 한낱 꿈이라는 설정에 진도준의 '재벌집 막내아들'이 아닌 윤형우의 '국밥집 첫째아들'이라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판타지처럼 보이는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의 삶에서 계속되고 있을지 모른다. 누구는 고깃집 첫째 아들로, 누구는 간판집 둘째 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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