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MU 정규 3집 '항해' 수록곡 '달'
유난히 밝은 달
거대한 원형 속에 보이네 너의 미소
샤워하고
걸쳐 두른
샤워가운
베란다로 나와
자막 없이
밤하늘 보고
번역 없는
바람 소릴 듣지
눈물이 고이네
슬퍼서
달이 너무 슬퍼서
비가 오면 좋겠어
오늘 밤엔
유난히 밝은 달
거대한 원형 속에
보이네 너의 미소
나도 살짝 웃어 보이면
저 달에 비칠까
적당히 습한 공기가 너의 손길 같아
심야 깊은 밤의 온기가 너의 말투 같아
귀 기울이면
눈물이 고이네
슬퍼서
달이 너무 슬퍼서
네가 오면 좋겠어
오늘 밤엔
유난히 밝은 달
거대한 원형 속에
보이네 너의 미소
나도 살짝 웃어 보이면
저 달에 비칠까
유난히 밝은 달
우리가 유일하게
공유하는 것 아직도
나도 살짝 웃어 보이면
샤워하고 걸쳐 두른 네 향기
난 오늘도 달에 밤 인사를 건네
음소거로 소리 없이 흐느낀
난 오늘도 달에 밤 인사를 건네
샤워하고 걸쳐 두른 네 향기
난 오늘도 달에 밤 인사를 건네
음소거로 소리 없이 흐느낀
난 오늘도 달에 밤 인사를 건네
AKMU는 이찬혁이 전역 후 지난해 9월 정규 3집 '항해'를 발표했다. 이찬혁은 2년간 해병대에서 복무하면서 이 앨범을 구상했다. 앨범명 '항해'는 이찬혁의 군 생활 시절 경험에서 탄생한 앨범이다. 끝없는 바다를 바라보며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 알 수 없는 설렘은 총 10곡을 만들어냈다.
타이틀곡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는 가을 계절에 어울리는 이별 감성으로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그동안 경쾌하고 발랄한 음악을 선보였던 AKMU는 이 앨범을 통해 이제는 어엿한 아티스트로서 자리매김했다. 통통 튀는 음악뿐만 아니라 폭넓은 연령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앨범의 네 번째 트랙인 '달'은 이찬혁의 파트가 대부분인 곡이다. 이수현의 보컬을 강조해왔던 AKMU 곡 중 보기 드문 노래다.
'달'에서 주인공은 달을 바라보며 헤어진 연인을 떠올린다. '자막 없이 밤하늘 보고, 번역 없는 바람 소릴 듣지'라는 가사에서는 옛 연인을 향한 그리움이 가득 묻어 나온다. 자막 없고 번역 없는, 오롯이 홀로 밤에 떠오른 달을 바라보고 있는 감성이 그대로 전달된다.
이찬혁은 순간들을 잡아다가 가사에 끌어온다. '적당히 습한 공기가 너의 손길 같아 심야 깊은 밤의 온기가 너의 말투 같아'라는 가사는 그리워하는 상대와 밤의 온기가 교차된다. 상대가 바로 옆에 있는 듯한 느낌을 오직 가사를 통해 전달한다. '음소거로 소리 없이 흐느낀 난 오늘도 달에 밤 인사를 건네'에서는 듣는 사람들이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이찬혁은 '항해' 발매와 함께 생애 첫 소설 '물 만난 물고기'를 출간했다. '항해'에 수록된 곡들의 에피소드가 하나씩 이어지며 이야기가 완성된다. '달'은 책에서 주인공이 달을 바라보는 장면을 묘사한 장면과 맞닿아있다.
'물 만난 물고기' 출간됐을 때는 '앨범 홍보용'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책을 읽어 보니 내용 곳곳에는 이찬혁의 글재주는 물론 예술에 관한 생각들이 깊이 있게 담겨 있었다. 여느 소설가보다도 나은 책이었다.
이찬혁은 데뷔 전 'K팝스타' 경연 때부터 사물을 의인화하거나 또 다른 시선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가사를 써왔다. 이찬혁의 '물 만난 물고기'가 소설로써 전혀 어색하지 않았던 것도 가사들을 통해 표현법들을 익혀놓은 덕분인 듯하다. '달'은 뮤지션 이찬혁, 그리고 소설가 이찬혁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