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버트 Feb 05. 2018

미래의 디자이너의 희노애락

<친절한 뉴욕> 리뷰

# 절대 안 읽을 것 같은 책
 
사람이 임계점을 넘는 노력을 한다면 안될 일은 없겠지만, 미술, 특히 디자인은 나름 노력과 투자를 했음에도 쉬이 익숙해지지 않는 분야였다. 처음 미술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음악과 같은 예술 분야이기에 무엇인가 통할 것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미술의 기본은 음악의 그것과는 매우 달랐다. 게다가 딱히 미술에 대한 흥미도 동하지 않은터라 오래 버티지 못하고 포기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평생 안 읽을 것 같은 책’ 을 읽으라는 과제를 받은 뒤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고 디자인/미술 섹션으로 발길을 옮긴 이유이기도 하다. 이론만을 담은 개론서를 피하고 그나마 읽기 쉬운 에세이 형식의 책을 찾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뉴욕의 디자인 스쿨 학생들의 일상과 생각을 담은 <친절한 뉴욕> 이었다.
 
# 디자인 책을 빙자한 뉴욕 생활 가이드북
 
분명히 디자인/미술 섹션에서 이 책을 골랐지만 단언컨대 이 책은 디자인 학생들의 개론서 따위의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요약하자면 ‘초보 뉴요커들의 생존기’ 라고 할 수 있다. 책의 구성은 크게 뉴욕에 위치한 디자인 스쿨인 SVA (School of Visual Arts), Parsons New School for Design, 그리고 Pratt School을 다니고 있는 3명의 학생의 자전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각 챕터마다 한 학생은 자신이 이 학교를 들어온 계기부터 자신의 일상, 디자인 프로젝트, 그에 대한 소감과 느낌, 그리고 개인적인 뉴욕 생활 TIP을 소개한다. 챕터 말미에는 소개된 학생을 가르친 교수를 소개하며 인터뷰를 진행한다. 
 
챕터 사이사이에는 뉴욕 거주 한인 학생들이 꼽은 다양한 스토어들, 박물관들, 그리고 맛집(?) 을 소개한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뉴욕 시티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추천하는 장소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덕분에 인터뷰를 한 학생은 고작 3명뿐이지만 책에 실린 정보는 예상보다 풍부하고 유용하다.
 
#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대중문화에서 묘사하는 뉴요커들의 이미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들은 도시적이고, 자유롭고, 한편으로는 치열한 그런 삶을 사는 것 같다. 실제로 이 학생들은 뉴욕 생활을 윤택하게 해준 자신들의 ‘스팟’ 들을 소개하면서 뉴욕 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이 챕터 중간에 묘사하는 그들의 실제 삶은 그리 행복한 삶은 아니다. 유명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기대치는 매우 높다. 이에 부응해야 하는 그들의 프로젝트는 많은 거절, 비판, 심지어 비난으로 상처받을 수 밖에 없다. 그들은 비교적 담담하게 준비 과정을 서술하지만 첨부된 많은 습작들과 실패작은 그들이 당시 얼마나 큰 고통을 감내했을지 상상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 그렇지만 아름답고 꼭 필요한 디자인
 
그렇게 눈물과 고통으로 가득한 과정이었지만, 그들의 결과물은 결국 해피엔딩의 주인공이 된다.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디자인의 가치를 평가절하한다. 내용만 중요하면 디자인은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주장과 함께. 하지만, 치열한 시장 속 경쟁에서 ‘한 끗’ 을 가르는 디자인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비록 나는 디자인의 기본을 파악하지 못한 채 이 책을 읽었지만, 그 중요성과 그 중요성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의 고난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는 그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이 기회가 아니었으면 ‘절대 안 읽을 것 같았던’ 이 책에서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국 모든 것은 공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