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버트 Feb 05. 2018

결국 모든 것은 공부다

<완벽한 공부법> 리뷰

# 내가 디스크라니

<완벽한 공부법> 이 출간될 당시 (2017년 1월 6일) 나의 몸무게는 98kg 였다. 딱히 키가 큰 것도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게 모르게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대치동 학원가에는 이런 나약한 영혼에게 손짓하는 많은 맛집들이 있었고, 나는 (공부를 딱히 열심히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그러한 손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만의 작은 행복’ 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맛집들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우연한 기회로 미국에 유학을 갔을 때는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한식의 칼로리도 낮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 본토의 기름이 그득그득한 음식과 고등학교의 식사 패턴이 만났을 때 그 충격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살은 소리소문 없이 불어만 갔고 근거없는 자신감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당연히 고쳐질리는 만무했다. 가끔 보는 체중계의 숫자가 세 자리를 넘어가기 시작했다. 

결국 사건이 터졌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직전인 2016년 말에 나는 걸을 수도 없을 정도로 하반신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심하면 한 번에 30보 이상 걷지 못할 때도 있었고 종종 그 통증에 잠을 깨기도 했다. 불안한 징조는 병원에서 현실이 되었다. 허리 문제일거라 생각은 했지만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해보였다. 의사선생님은 내 키만한 약 묶음을 처방해주었고 심지어 약이 듣지 않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까지 덧붙여주셨다.  

# 첫 만남

뚱뚱해서 병이 났다는 말을 듣고 그 날 저녁 치킨을 뜯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를 멍청이라고 부를 것이다. 나는 멍청이였다. 하필 그 진료 뒤에는 친한 친구의 귀국 기념 밥 약속이 예정되어 있었고 나는 ‘신의를 지키지 않는 쫄보’ 로 보이지 않기 위해 그 약속에 나갔다. 2년만에 만난 그 친구의 첫 마디는 ‘왜 이렇게 살이 쪘냐’ 라는 말이었다. 뒷맛은 씁쓸했지만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서 유머로 응수하며 깐풍기맛 치킨을 기다렸다.  

몇 분 후 치킨이 나왔다. 맛있게 먹다가 친구의 옆자리에 있는 종이백이 눈에 띄었다. 평소에 쓸데없는 책을 산다고 면박을 받던 친구인지라 자연스럽게 ‘이번엔 어떤 해괴한 책’ 을 샀는지로 이야기의 주제가 넘어갔다. 총 4권의 책이 백 안에 들어있었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완벽한 공부법> 이라 쓰인 파랗고 두꺼우며 화려한 타이포그래피 따위가 없는 투박한 책이었다.  

꽤 비싸보이던 책이라 구입한 이유를 물어보니, 일단 잘 팔리는 책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자신의 이번 학기 성적이 떨어져서 공부법부터 다시 공부하려고 샀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많은 자기계발서를 따라하다 낭패를 봤던 경험이 있어 몇 페이지를 펄럭이며 면박을 주다가, 우연히 “몸” 이라 쓰인 챕터를 보았다. 공부법을 주제로 한 책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은 제목이었다. 강제로 뺏어가는 바람에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공부법에 감히 “완벽한” 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그 자신감에 흥미가 생기면서 동시에 “몸” 과 “공부” 가 무슨 관계가 있는 건지 궁금했다. 다음 날, 광화문 교보문고를 나선 나의 손에는 그 책이 들려있었다. 

# 공부하자, 내 몸을

홍보를 할 의도는 없다. 하지만 한 챕터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나지막한 탄성을 내뱉는 그 순간만큼은 여기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그 책이 다루는 주제는 기존의 다른 공부법 내용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어떤 주장에 수반되는 근거와 자료가 너무 방대하고 조직적이라 막연히 ‘내가 해봐서 아는데’ 식의 논리와 달리 나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설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그 책은 나의 변화의 시작이 아니었다. 나를 변화시킨 한 가지는 그 책의 저자인 신영준 박사님의 영상이었다. “성과를 내는 법” 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동영상에서 박사님은 <완벽한 공부법> 의 여러 원칙을 통해 극적으로 체중을 감량한 경험을 보여주었다. 그 책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따라하고 싶다”. 95kg의 과체중 대학생은 센치한 새벽 시간에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내 몸을 위해 공부하고 살을 빼자” 고. 

# 시작하면서 : 믿음, 메타인지, 목표

과거에 살을 빼려는 시도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나도 같은 수업을 받는 몸 좋은 다른 학생들을 동경했고 우연히 찍힌 사진 속 내 모습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매 시도마다 실패했다. 지금에서야 말하면 그 당시의 나는 책에서 언급한 제대로 된 “믿음”, “메타인지”,  그리고 “목표” 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기 전 이 3가지를 제대로 정립해서 행동에 반영했다. 

믿음 : 거듭된 다이어트 시도와 실패의 반복으로 나는 ‘학습적 무기력’ 에 빠졌다. 체중 감량에 관련된 모든 활동이 부질없게 보였지만 극적으로 다이어트에 성공한 다른 사람들의 ‘카더라식’ 경험담에는 쉽게 현혹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방법은 나의 현재 몸 상태와는 전혀 맞지 않았고 이러한 실패 경험은 부정적 피드백 사이클을 더욱 더 가속화시켰다. 

=>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다이어트는 장기전이며 꾸준히 몸이 정해놓은 임계점을 넘는 ‘노력’ 을 해야 성과가 난다는 사실” 을 확실히 익혔다. 

메타인지 : 나는 내 몸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지방이 축적되고 있음에도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내가 살이 찌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저 몸이 이를 근근이 버텼기 때문이었다. 결국 몸이 이를 버티지 못해 디스크를 진단받을 때까지 나는 나의 생활습관 (식습관, 운동 습관) 이 올바른 줄 알았다. 

=> 전문 측정기계를 통해 본 나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스스로가 얼마나 심각한지 깊게 고민했다. 또한 나도 모르는 칼로리와 게으름을 정확히 잡아내기 위해 피트니스 트래커를 구입해서 24시간 내내 차고 다녔다. 먹은 것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기록’ 했다. ‘기록’ 을 통해 나타난 데이터는 단 1%의 거짓도 없는 진실을 보여주었다.  

목표 : 정확한 목표가 없었다. 그저 ‘몸이 날씬해졌으면 좋겠다’ 따위의 허술한 목표를 세워놓은 것이 다였다. 

=> 정확한 숫자와 데드라인을 정했다. 당시 내가 세운 목표는 "2018년 1월 1일 12시에 체중을 쟀을 때 앞자리를 6이 나오게 만드는 것’ 이었다. 또한 이러한 목표를 내 주위 10명에 알리고 그들과의 연락을 의도적으로 끊었다. 1년 뒤에 보자는 약속과 함께. 

# 진행하자 : 동기, 노력, 감정


“기대를 잃어버리는 가장 큰 이유는 성공의 경험을 맛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기부여를 받으려면 초반의 성공이 중요하다.”
“외재적 보상이 단순히 과제를 수행했다는 사실 자체로 주어질 때는 내재적 동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지만 ‘성장’ 의 증거로 주어진다면 내재적 동기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첫 운동의 기억을 떠올리자면 욕부터 나온다. 후덥지근한 여름, 흐르는 땀, 디스크 압박으로 인한 다리의 통증, 뒤에서 왔다 느리게 걷는 나를 스쳐 지나가는 날씬하고 건강한 다른 사람들과 나 자신 사이의 끝없는 비교... 어느 것 하나도 나의 다이어트를 응원해주지 않았다. 야속한 몸은 몇 발자국 뛰었다고 배고프다고 아우성을 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미 내가 목표를 알린 그 10명에게 무엇이든 증명해야 했고 (그 10명은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무엇보다 이번만큼은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눈 딱 감고 식단 기록과 저녁 운동 1시간을 ‘가장 중요한 목표’ 로 삼고 3주 동안 지속했다. 

3주의 열매는 작지만 달콤했다. 첫 몸무게에서 대략 3kg가 빠져나갔다. 물론 그 4kg에는 체중계의 오차나 초심자의 행운 따위가 내포되어 있겠지만, 10년 동안 한 번의 성공이 없다가 그렇게 만나게 된 ‘작은 성공’ 은 이 계획을 지속하기에 충분했다.  

다음 성공은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 식욕을 참아야 했고 운동량을 늘려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이따금 이전의 몸무게로 돌아갔다. 그렇지만 처음으로 앞자리가 바뀐 그 날 이후에는 쉽게 몸무게가 올라가지 않았다. <완벽한 공부법> 에서 강조한 ‘임계점’ 을 넘은 듯한 기분이 들어 한번은 뛰면서 춤을 추기도 했다. 사실 몸무게가 늘었을 때도 일부러 춤을 추거나 신나는 노래로 플레이리스트를 가득 채우기도 했다. 이는 <완.공.> 의 <감정> 챕터에서 기인한 것이 크다.  

# 조심하자 : 환경


“환경은 우리가 만들지만, 그 환경이 우리를 다시 만든다"


나는 우리 부모님을 참 사랑한다. 하지만 그 사랑은 오후 7시까지다. 아버지는 퇴근길에 날이 갈수록 홀쭉(?)해지는 아들을 위해 이따금 (사실 자주) 주전부리를 사오고는 하셨고 어머니는 저녁에 항상 푸짐한 요리를 우리 가족에게 대접했다. 나의 운동 시간이 오후 6시 30분인 이유이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1시간 30분 ~ 2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오면 8시를 훌쩍 넘는데 이 경우 자동적으로 남은 음식이 다음날 아침으로 넘어가 그마나 양심에 덜 찔리며 먹을 수 있다. 몰입을 방해하는 스마트폰이 없는 환경을 만들라고 조언하는 <완.공>의 내용을 살짝 응용해 만든 나름의 환경설정이었다. 실제로 이는 하루 섭취 칼로리를 줄이는 부수적 효과까지 내었으며 더 나아가 나중에는 저녁 없는 생활이 적응이 되어 저녁을 의도적으로 생략하는 날이 더 많아졌다. 저녁을 안먹으면 죽는 줄 알았던 지난 날과는 상당히 대조된 모습이었다. 

# 검증의 시간

그렇게 1년이 흘렀다. 그 과정에서 무수한 슬럼프와 요요가 왔지만, 남에게 증명하고자 했던 나의 목표는 점점 성장형 목표로 바뀌어갔으며 전반적인 생활 습관의 향상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2017년 12월 31일, 오후 11:00까지 지인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11:59 PM 까지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제야의 종소리가 오르고 체중계 위에 섰다. 나오는 숫자를 보고 핸드폰을 가져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잠들었다. 



# 깨달은 것

사실 굉장히 무모했다. 전문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지 않고 그저 <완.공.>에 쓰여 있는 ‘공부’ 를 잘하기 위한 비법을 ‘운동’ 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 쓴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거둔 소소한 성과와 함께 <완.공> 의 머리말의 이 한 문장이 그들에게 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전혀 다르게 보이는 고민 같아도 핵심에는 ‘공부’ 가 있다.”


책에서 다룬 내용은 ‘공부’에 관련된 것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강조한 ‘임계점을 넘는 노력', '크면서 세밀한 목표', '환경 설정', 그리고 '성공을 넘어선 성장' 같은 중요한 요소들은 비단 공부에만 한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결국 모든 것은 '공부' 고, '공부' 는 모든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두 책의 공통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