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딴딴 뚱딴딴 딴딴뚱~
취미는 딴생각, 특기는 딴짓입니다.
10년 직장 생활 도중 마흔에 애를 낳고 육아휴직으로 1년이라는 아주 긴(회사원이 된 후 가장 장기 휴직)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을 때, 나는 이 1년이나 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려가며 고민했더랬다.
그러나, 그런 내 모습이 아주 우스울 만큼 육아휴직 1년의 시간은 금새 지나갔다.
오히려 회사 다닐 때보다도 시간이 없다고 느껴졌다. '바쁘...다'라는 표현보다는 그냥 '정신이 없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어쨌든 그 정신 없는 시간 속에서 나는 행복하고도 고되고, 고되다가도 행복했다.
그러다, 얼렁뚱땅 복직을 하게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복직을 하기 싫었다. 아마도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회사 가기가 싫지 않은가? 그리고 실제로 1년 동안 출퇴근을 하지 않았더니, 외부 힘이 작용하지 않을 때 물체가 정지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의 법칙이 나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듯햇다. 정말 발이 떼지지 않았다.
하지만 매월 정직한 시간에 원리금납일일을 알려주는 문자는 내 발을 기어코 떼어 내 회사로 향하게 했다.
그래도, 막상 회사에 나오니 좋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적막, 커피가 올려져 있는 나의 책상, 어른의 문장이 가득한 원고들.
'그래, 회사도 나름 좋은 구석이 있어!'
물론, 예측했겠지만 이 긍정 마인드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나의 취미는 딴생각하기인데, 이 취미는 아주 어릴 적부터 나와 함께 했다. '만약에~' 병에 걸린 사람마냥,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보면 어김없이 '만약에~'가 튀어 나온다.
'만약에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데, 딱 한번만 갈 수 있고 절대 돌아올 수는 없어. 그럼 넌 몇살로 갈거야??' 항상 이런 류의 딴생각이 대화 속에 끼어들곤 한다.
나의 딴생각은 대부분 쓸모가 없지만, 나는 이런 딴생각이 재밌고 좋다.
심지어 어떤 딴생각은 매력적이기도 하고, 어쩌면 무언가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아이디어의 발아이기도 하다.
문제는 딴생각들이 어딘가에 수렴이 안된다는 것, 그러니까 딴생각에서 그냥 멈춘다는 것이다.
나는 글쓰기가 재밌다고 느끼면서도, (아마도 나의 약한 지구력 때문이겠지만) 지속적인 글쓰기, 계획성 있는 글쓰기가 잘 되지 않는다. 이 문제를 내내 고민하다가 회사에 복귀하면서 내가 한 딴생각은 바로 일을 하면서 글감을 찾아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복귀 직후 '작가의 서랍'에 산발적으로 떠오르는 딴생각을 적어 놓았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산만한 수능 국어 편집자의 집중력 훈련 루틴”이라는 제목으로 브런치에서 연재 형식으로 책을 한번 '완성'해 보자. (으흐흐, 편집자 말고 나도 저자가 되는거야!)
제1화. 일하다가 딴생각하다가, 결국은 해내는 편집자
– 산만한 국어 편집자의 집중력 루틴
시작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딴생각을 한다.
기획 회의를 하다가 갑자기 '나이 마흔이면 인생 2회차인데, 뭔가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문제 검토를 하다가 '중세 국어 공부 진짜 재밌었는데, 그때 대학원을 갔다면 나는 뭘 하고 살고 있을까?'
수능 국어 독서 지문을 분석하다가 '그래, 어쩌면 가상 세계가 진짜 존재할지도 모르지. 이걸로 소설을 써 볼까?'
물론 이런 딴생각이 실제 딴짓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이로 인해 퇴근 시간이 점점 뒤로 밀려난다.
나는 스스로를 산만한 편집자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마감은 지켜야 하고, 콘텐츠는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서 결국 찾아낸 루틴이 있다.
바로, 국어 편집자의 집중력 루틴!
: 국어 지문 3줄로 ‘딴생각 멈춤 구간’ 만들기
루틴 방법
1. 지문을 정해놓고, 타이머 5분 켜기
2. 지문을 정독하다 '딴생각'이 나면 멈추고 생각 타이핑하기
(딴생각이 아깝지 않도록 나중에 이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인식시킴)
3. 다시 지문 정독 후 3줄 요약으로 종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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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바뀐다
‘딴생각 멈춤 구간’에 정리한 '딴생각들'을 나중에 다시 이어서 상상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있으니,
페이퍼에 적고 넘기고 본 업무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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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이란 ‘판단의 속도’가 아니라 ‘정리의 타이밍’
와, 진짜 산만하다.
오늘은 여기까지 작가의 서랍을 오픈하고 육아 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