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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향인 May 23. 2024

엄마는 결혼한 거 후회해?

일상기록

5개월만에 한 머리가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술명이 '매직셋팅'이었건만 매직이라는 말이 민망할 지경으로 머리는 시술 전보다 더 부스스했다. 물론 미용사는 내 머리 상태가 몹시 안좋아서 매직을 '90%만 넣겠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하긴 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제 막 매직시술을 한 머리인데 조금 찰랑거리는 척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닌가. 헤어오일을 발라도 별 소용이 없고 고개를 한번 숙였다가 들면 더욱 더 부스스하게 일어나는 머리꼴을 보며 나는 부아가 치밀었다.


게다가 머리는 왜 또 그렇게 짧게 잘랐는지. 분명 5~7센티만 잘라달라고 했는데 어째 자꾸 바리캉을 들이대더니 머리가 적어도 10센티는 넘게 잘려나갔다. 다소 민망한 웃음을 보이던 미용사는 이내 당당하게 "이제 여름이니까 산뜻하고 좋지 뭐" 라고 한다. 왜 내가 마음 좀 잡고 미용실에 정착해 보려 하면 미용사들은 이렇게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걸까. 안그래도 미용사가 말을 가리지 않고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었고(머리하러 갈 때는 화장을 하지 않는데 내 맨얼굴을 보고 "기미 장난 아니네" 라고 하는 등), 손님들 앞에서 보조직원이 하는 일을 대놓고 비꼰다거나 그 직원이 없을 때 손님에게 그의 흉을 보는 행동들을 하여 미용실 갈 때마다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거기다 머리까지 망쳐놓았으니 더이상 거기에 갈 이유가 없어졌다.


하지만 미용실을 바꾸기로 했다고 하여 맘에 들지 않게 된 머리가 원상복구되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다시 예전에 하던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건 시간이 지나 머리에 좀 적응이 될 때까지 가족들을 들들 볶는 것이다.

카톡으로 가족을 들볶는 현장

빈말일 가능성이 높지만 어쨌든 밍기가 머리를 이쁘다고 해 주어 나는 잠시 마음을 풀었다. 가족 아니면 이런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하며 칭얼거릴 곳도 없다. 물론 머리 말고도 나는 또 다른 주제로 가족을 들볶을 때가 있다.

가족 들볶음 2탄

주에 두 번은 운동을 하기로 했건만 동네 헬스장 장기 휴업 사태로 운동을 못하게 된 이후 내 결심은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 아침에 출근할 때는 오늘 퇴근하고 운동해야지! 하지만 퇴근 무렵이 되면 운동을 하지 않을 오만가지 핑계를 찾게 되는데, 이 카톡을 한 날은 그 핑계조차도 생각나지 않아 또 가족들에게 칭얼거린 것이다.


어젯밤 건명이가 불쑥 물었다. "엄만 결혼한 거 후회해?" 올해가 결혼한 지 22년째.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또 어떤 일들은 현재진행형이며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하지만 가족이 아니면 과연 누가 "내 머리 이쁘다고 해줘!" 혹은 "운동하지 말라고 해줘!" 라는 대책없는 부탁에 흔쾌히 응답해 줄 것인가. 세상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편이 되어 줄 사람들이 내 곁에 있다. 결혼 안 했으면 어쩔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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