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혜탁 칼럼니스트 Feb 01. 2023

한복가게에 붙은 따뜻한 글귀를 보며

-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한복가게에 붙은 따뜻한 글귀를 보며

-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안에 들어오셔서 몸 녹이시고

버스 기다리셔도 됩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요~!



종로 한복 가게에 붙은 따뜻한 글귀 ⓒ 석혜탁 촬영


최근 종로에 갈 일이 있었다. 운전해서 가기엔 복잡할 것 같아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한 차례 환승을 해야 해서 정류장을 배회하던 중, 한 가게에 부착된 위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안에 들어오셔서 몸 녹이시고

버스 기다리셔도 됩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요~!


급강하했던 기온으로 겹겹으로 옷을 껴입어 한파에 대비해야 했던 날이었다. 이름 모를 낯선 이들에게 부담 갖지 말고 매장에 들어오라고 한 저 호의에 괜스레 가슴이 따뜻해졌다. 언제부터인가 날카로운 말을 주고받는 데 익숙해진 우리. 서로 ‘부담’을 팍팍 주는 일에 열을 올리는 우리네 팍팍한 삶…참 단비 같은 글귀였다. 


주말 이른 시간이라서 아직 문을 열지 않았던 이 가게에 꼭 다시 한번 들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때 꼭 따뜻한 커피를 사가리라. 부담 갖지 마시라는 말을 덧붙이며. 나의 작은 마음을 받아주시면 좋겠다.


시인 안도현은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연탄 한 장)>)”이라고 말했다. 한복을 판매하는 이 가게의 주인은 저 짧지만 단단한 문장으로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었다. 요즘 새까만 연탄을 보기 힘들 듯, 이런 따뜻함도 쉽게 접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 귀하다. 

 한복을 판매하는 그 가게의 주인은 짧지만 단단한 문장으로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었다. ⓒ 석혜탁 촬영



그리고 안도현은 그 유명한 시 <너에게 묻는다>에서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고 말했다.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며 말이다. 지금은 그렇게 함부로 찰 연탄재도 잘 보이지 않지만.


2023년을 맞이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달력 한 장을 새로 넘겨야 할 때가 왔다. 이 시점에 우리도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려는 마음을 작게나마 가져보면 어떨까. 


온정은 돌고 도는 법이다.


석혜탁sbizconomy@daum.ne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