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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는 시간: 포사이트 코리아 2026 탐방기

마케터가 놓치면 안 될 변화의 신호들...AI, 인구 절벽, 조직 재정의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 포사이트 코리아 2026 탐방기

마케터가 놓치면 안 될 변화의 신호들...AI, 인구 절벽, 조직 재정의


지난달 말 휴넷이 주관하는 연례 CEO 포럼 <포사이트 코리아 2026>에 다녀왔습니다. 휴가를 하루 내고 오랜만에 '학생 모드'로 돌아가 하루 종일 강연을 듣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AI 시대 마케팅의 미래부터 인구 절벽이 가져올 소비 시장의 변화, 그리고 조직 내 인재 개념의 재정의까지, 마케터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인사이트들로 가득했던 하루였습니다. 오늘은 그 현장에서 들은 핵심 내용들을 정리해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포사이트 코리아 2026, 마케터가 놓치면 안 될 변화의 신호들. 석혜탁 직접 촬영.

AI 시대, 마케팅의 패러다임이 바뀐다(Kearney 윤성훈 파트너)


포사이트 코리아(Foresight Korea) 2026의 마케팅 트랙의 문을 열었던 강좌는 Kearney의 윤성훈 파트너의 <AI에 의한 고객 여정의 마지막 진화, 위임하는 종의 탄생>이었습니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위임하는 종'이라니. 인류가 이제 AI에게 판단과 결정을 넘기는 시대가 온다는 뜻일까요?


변화의 속도, 생각보다 빠르다

강연은 AI 변화의 속도에 대한 데이터로 시작되었습니다. AI의 성능은 향상되었고, 주요 모델의 처리 속도 또한 5~10배 빨라졌습니다. 놀라운 건 사용 비용입니다. AI 사용(Inference) 비용이 크게 절감됐습니다. 지난 2년 간 주요 모델의 토큰당 가격은 99% 저렴해졌다는 사실. 이는 단순한 수치 개선이 아닙니다. AI가 이제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술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윤 파트너는 멀티 에이전트(Multi Agent) 도입 시점도 당초 예상했던 2030년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마케팅 영역은 AI Agent 도입과 고도화 속도가 가속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검색의 시대가 끝나고 있다

두 번째 장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검색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포털은 고객 여정의 시작과 끝이었습니다. 우리는 네이버나 구글에 키워드를 입력하고, 검색 결과를 하나씩 클릭하며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마케터들은 SEO(검색엔진 최적화)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고, 상위 노출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

Kearney의 윤성훈 파트너. 석혜탁 직접 촬영.


그런데 이제 Z세대는 검색창 대신 TikTok이나 ChatGPT에 질문을 던집니다. 2024년 Adobe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Gen Z의 64%가 TikTok을 검색 목적으로 활용한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에게 '검색'이란 키워드를 입력하고 링크를 클릭하는 행위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답을 받는 대화형 경험입니다.


위임하는 종, Homo Delegatus의 탄생

세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위임하는 종(Homo Delegatus)'이라는 개념이었습니다. AI는 이제 고객 여정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AI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구매 행동으로 연결되는 '쇼핑 창구'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브라우저를 열고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는' 행위가, 머지않아 소수의 행동 패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윤 파트너는 이를 'Answer Portal 시대의 도래'라고 정의했습니다. AI Agent가 우리를 대신해 판단하고, 고민하고, 결정하고, 심지어 디지털 활동까지 대신하는 시대. 우리는 더 이상 검색하지 않습니다. 질문하고, 위임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마케팅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중요한 건, 이제 사용자들이 'AI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기본 설정으로 AI가 깔려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에는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검색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AI Agent가 우리 브랜드를 추천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기존에는 고객이 포털에서 검색하고, 여러 사이트를 방문해 비교하고, 구매하고, 다시 후기 플랫폼에 가서 리뷰를 남기는 복잡한 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AI Agent 시대에는 단일 플랫폼 내에서 요청사항 전달 → 비교 후 결과 제공 → 구매 여부 전달 → 실행 및 피드백까지 모든 과정이 통합됩니다.


따라서 이제는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즉 'AI 유통형 마케팅 체계'를 내재화해야 합니다. 기존 SEO가 검색엔진에 최적화하는 것이었다면, GEO는 AI Agent가 우리 브랜드를 '참조'하고 '추천'하도록 콘텐츠를 구조화하는 것입니다.

AI가 모든 고객 접점을 재정의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떤 변화에 주목해야 할까요? 석혜탁 직접 촬영.

윤 파트너는 "AI is not a thing. It's the way work flows."라는 문장으로 핵심을 관통했습니다. AI는 하나의 '도구'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마케팅 도메인을 숙지한 상태에서 AI를 적용하는 시도가 중요합니다.


'Agent의 시대'로의 문법 전환

윤 파트너는 '포털의 시대'와 'Agent의 시대'를 명확히 구분했습니다.


기존 포털의 시대에는 Market Share 관점에서 생각했다면, 이제 Agent의 시대에는 Agent Share 관점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어떻게 고객에게 도달할 것인가?', '경쟁사 대비 노출 점유율은?'을 고민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내가 속한 조직의 활동이 Agent와 연결되는가?', 'Agent에게 기억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물어야 하는 시대로 바뀐 것입니다.


일하는 방식도 KPI 수립과 운영 중심에서 DATA 자산화와 적용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마케팅 활동의 결과를 KPI로 측정하고 관리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마케팅 활동의 결과물을 데이터화하고 고객의 Agent Episode를 매출로 연결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돈 버는 방식의 패러다임이 달라집니다. 과거에는 제품/서비스 차별화를 통해 고객의 인식과 선택을 받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Agent 모델별 타깃과 최적화 방안을 설계하고, Agent와 최적의 통신이 가능한 메타/맥락 데이터 구조를 구축해 AI의 참조와 선택을 받아야 합니다.


강연을 듣는 내내, 마케팅의 미래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와 있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AI Agent가 고객 여정의 중심이 되는 세상. 우리가 직접 검색하지 않고, AI에게 위임하는 세상. 그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위임하는 종, Homo Delegatus'의 탄생.

우리는 이제 AI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인구 절벽 시대, 마케터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한양대 국제대학원 전영수 교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지속가능경제학과 전영수 교수의 <인구 위기와 미래 기회> 강연.


포사이트 코리아 2026 마케팅 트랙에서 가장 기대했던 세션이었습니다. 제목부터 묵직했습니다.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언급하는 이 역설적 표현이 궁금증을 자극했습니다.

900_1759849429040.jpg 한양대 국제대학원 지속가능경제학과 전영수 교수. 석혜탁 직접 촬영.


전 교수는 두 개의 키워드로 강연을 열었습니다.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와 '퍼스트 무버(First Mover)'

Fast Follower + First Mover = 지속가능 자본주의


"한국 경제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가장 크게 기여한 키워드는 '패스트 팔로워'입니다. 소위 후발자의 이득이죠. 선발자를 잘 따라가기만 하면 비용 대비 편익이 뛰어난 성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습니다.


"문제는 그게 끝났다는 겁니다. 이제는 '퍼스트 무버'의 시대입니다. 우리 앞에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가 가는 길이 역사가 될 것이고, 어쩌면 자본주의와 관련된 새로운 작동 체계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확인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전영수 교수. 한국외대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게이오대 경제학부 방문교수를 역임한 일본경제 권위자이기도 합니다. 한국일본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석혜탁 직접 촬영.

선순환의 종말: 0.75라는 숫자가 의미하는 것

전 교수는 한국 경제가 지금까지 작동해 온 방식을 간명하게 정리했습니다.


소득이 소비를 만들고, 소비가 매출을 만들고, 매출이 고용과 투자를 늘리고, 재정도 함께 좋아지는 구조. 이 선순환 경제로 오늘까지 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구조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고출생이 저출생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인구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는 출산율입니다. 작년 기준 한국의 출산율은 0.75명.


전 교수는 이 숫자를 구체화했습니다. 인구 유지선이 대강 2.1명인데, 한국은 0.75명 수준입니다. 부부 둘이서 아이 하나도 채 낳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지속 불가능한 숫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상하리만치 태연합니다.


비교가 필요했습니다. 우리가 따라가던 선진국들의 출산율은 평균 1.78명 정도입니다. 한국의 0.75명이 얼마나 극단적인지 체감되는 순간이었습니다.


58년 개띠 80만, 70년 개띠 100만, 그리고 지금

과거는 달랐습니다.

1958년 개띠는 약 80만 명이 태어났습니다. 1970년 개띠는 더 많습니다. 약 100만 명입니다. 출산율이 6.5명이었던 시절도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전영수 교수 본인도 72년생, 바로 이 세대입니다.


문제는 이들이 곧 생산가능인구에서 피부양인구로 넘어간다는 것입니다. 연금 이슈가 불거지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핵심은 이겁니다. 80만~100만 명을 떠받쳐야 하는 사람들이 고작 20만 명대라는 것.


5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 1명이 5명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습니다. 유지 불능입니다.


출산이 줄어들면서, 소득-소비-매출-고용-투자-재정으로 이어지던 선순환 구조가 작동을 멈추고 있습니다. 인구라는 기반 자체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은 왜 줄어드는가

서울은 전 세계 수도 중 유일하게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도시입니다.

집적의 기능, 클러스터의 기능을 가진 수도라면 인구는 당연히 늘어나야 합니다. 실제로 도쿄는 지금도 늘고 있습니다. 수도 중에서 흔치 않게 인구가 줄어드는 곳이 서울입니다.


1990년대 천만까지 올라갔던 서울 인구는 지금 930만 명입니다. 많이 줄었습니다.


가족이라는 고위험 카드

전 교수는 왜 인구가 줄어드는지 그 본질을 짚었습니다.

지금 세대에게 가족을 결성하는 일은 굉장히 고위험 카드입니다.


연애는 사치, 결혼은 지옥, 출산은 난민, 육아는 금쪽이, 이혼은 캠프.

가족을 구성하는 일련의 단어들이 전부 어두운 수식어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삶은 혼자 사는 삶입니다.


그리고 전 교수는 숫자로 이 변화를 보여줬습니다.

한때 우리의 표준 가족(이 단어의 적절성은 논외)이라고 생각했던 4인 가족(5인, 6인 포함). 1970년대만 해도 전체 가족 패턴 중 칠 할이 넘었습니다.

"현재 4인 가족은 가족 패턴 중에서 몇 퍼센트나 차지할까요?"

전 교수의 질문입니다.

강연장이 조용해졌습니다. 12%입니다.

900_20250930_152402.jpg 전영수 교수는 서울시 인구변화대응/대개조위원회 위원, 고용노동부 모태펀드 선정위원, 감사원 및 법무부 인구정책 자문위원 등의 활동도 수행 중입니다. 석혜탁 직접 촬영.


마케팅의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

전 교수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습니다.

"마케팅의 핵심입니다. 여러분의 마케팅 기본은 전부 가족 소비가 전제돼 있어요."


4인 가족이 12%라면, 후속 세대들이 선택한 1인분의 삶은 얼마나 될까요?

1인 가구는 전국 평균 44%, 서울은 50%가 넘습니다.


4인 가족은 70~80%에서 12%로. 1인 가구는 소수에서 50%로. 완전히 뒤집힌 풍경입니다.


전 교수가 마지막으로 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세대 후에도 가족이 존재할 거라고 믿습니까?"

질문은 던져졌고, 답은 명확했습니다. 우리가 '표준'이라고 믿었던 가족 모델은 이미 소수가 되었고, 마케팅은 여전히 과거의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편의점이 유통의 중심이 되는 이유


전 교수는 앞으로의 유통 현장도 전망했습니다.


키 포인트는 편의점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편의점에서 물건을 삽니다. 하지만 곧 편의점에서 서비스를 사게 될 것입니다.


편의점이 파워풀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1인화'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대형마트는 가족 단위 소비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큰 카트, 대용량 상품, 주말 가족 쇼핑. 하지만 편의점은 다릅니다. 작은 욕구들을 하나하나 매칭하는 작업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포화 논쟁이 계속 일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폐점과 함께 출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편의점 수는 일본보다 한국이 더 많습니다. 1인화가 우리가 더 빠르고 세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을 마케팅에 잘 활용하면 기회가 됩니다. 가족 소비가 아닌, 1인 소비를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신 고객의 중심: 외할머니

전 교수가 제시한 미래 고객의 핵심은 의외였습니다.

외할머니입니다.

외할머니를 어떻게 품어내느냐가 앞으로 굉장히 중요할 것입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자녀가 있다면, 실제로 그 아이를 키워주는 사람은 외할머니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통지문도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존경하는 학부모님께'였지만, 지금은 '존경하는 학조부모님께'입니다. 실제로 아이들을 키우는 건 외할머니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젊은 부부는 외할머니 집 근처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세대 공존형 주거 형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고, 이미 아파트 설계도 그렇게 바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공감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우리 집은 장모님, 즉 아이의 외할머니의 희생과 헌신 위에서 굴러가고 있습니다. 감사하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혼자 사는 70년대생의 24시간

전 교수는 또 다른 고객층을 제시했습니다.

70년 개띠인데 혼자 사는 사람.

하루 종일 듣는 강좌다 보니, 중간에 점심 식사도 나왔습니다^^

그의 제안은 구체적이었습니다. 이들의 24시간을 한번 분해해 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분해의 현상들 안에서 그들이 답답해하는 것을 비즈니스로 풀어주는 방식으로 연결해 보라는 것입니다.


원래 중년은 늘 주변에 가족이 있었습니다. 그 환경 안에서 모든 것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발생하지 않습니다.


혼자 아침을 맞이하고, 혼자 저녁을 먹고, 혼자 잠듭니다. 가족이라는 완충재 없이 24시간을 채워야 하는 중년. 이들이 느끼는 빈자리가 곧 비즈니스 기회입니다.


사회문제가 곧 마케팅이다

전 교수는 강연을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비즈니스의 핵심은 사회문제를 면밀히 고려해서 마케팅 방향타를 잡는 것입니다.


출산율 0.75, 1인 가구 50%, 외할머니 육아, 혼자 사는 70년대생. 이것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실제 문제이자, 동시에 마케팅이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제품과 서비스는 사회문제의 해법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팔리고, 그래야 지속됩니다.


일본에서 배우는 미래의 청사진: 저성장·고령화 시대 마케팅 전략(유자베이스 정희선 애널리스트)


다음은 유자베이스 정희선 애널리스트의 <일본에서 배우는 저성장, 고령화 시대의 마케팅 전략>입니다. 한국이 앞으로 마주할 미래를 이미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구체적인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900_20250930_170048.jpg 유자베이스의 정희선 애널리스트. 석혜탁 직접 촬영.


왜 일본을 주목해야 하는가

강연은 명확한 전제에서 시작했습니다. 일본은 대한민국이 맞이할 구조적 문제를 앞서 경험하고 있다는 거예요.


1990년 이후 2% 미만의 저성장 지속, 인구 감소로 인한 소비시장 축소, 그리고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까지.


한국과 일본의 고령화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에서 한국은 일본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고령화의 속도는 훨씬 빠릅니다. 2050년 한국의 고령화 비율은 35.1%로, 일본(36.3%)과 거의 같은 수준에 이를 전망입니다.


저성장 시대,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했나

정희선 애널리스트는 저성장 시대 소비 시장의 세 가지 특징을 제시했습니다. 가치에 민감, 소비 양극화, 시장 축소.


코스파(Cost Performance · 가성비), 타이파(Time Performance · 시성비), 스페파(Space Performance · 공간가성비)라는 개념도 등장했습니다.


- 코스파 : "내가 지불하는 1원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는?"

- 타이파 : "나의 1시간에 할 수 있는 활동량은?"

- 스페파 : "내가 지불하는 비용으로 얼마만큼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지?"


일본 소비자들은 단순히 '싼 것'이 아니라 '1원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를 꼼꼼히 계산하며 똑똑한 소비를 하고 있었어요. 가격 인상이 필요한 시점에서 단순히 비용 전가가 아닌, 명확한 가치 차별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 PB와의 경쟁에서 브랜드가 제공하는 고유한 가치를 소비자에게 명확히 전달해야 하죠.


소비 양극화: 빈 시장 개척과 저가 기능성

양극화 트렌드에서 두 가지 전략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나는 저가 프리미엄 전략(3COINS), 다른 하나는 저가 기능성 전략(워크맨)이었죠.


*3COINS

- 물가가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끌고 있음.

-100엔샵에서 만나기 힘든 디자인 및 기능성 높은 제품들을 판매

- 100엔 물건보다 3배 이상의 가치를 지닌 300엔 물건으로 어필

(저가임에도 프리미엄을 느낄 수 있는 절묘한 포지셔닝)


*워크맨

- 작업복을 만들다가 일반 고객 대상의 브랜드 론칭

- 2019년 670억 엔에서 2024년 1,330억 엔으로 매출이 거의 두 배 성장


가치를 높이는 노력과 새로운 가치 제안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시장 축소: 새로운 고객군 발굴

인구 감소로 수요가 줄어드는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은 기존에 간과했던 고객군을 발굴하고 있었습니다. 대표 사례가 chocoZAP입니다.


chocoZAP은 '운동하지 않는 사람'에 주목했습니다. 2022년 7월 론칭 후 급성장해 현재 약 1,770개 점포, 회원수 135만명에 달하는데요.


언제든 편하게 들르는 피트니스 센터라는 콘셉트입니다.

소규모에 샤워시설도 없고, 평상복을 입은 채 하루 5분이라도 운동을 하자는 것으로 운동에 대한 심리적 문턱을 낮춘 전략이 주효했습니다.


운동에 대한 허들을 낮추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포인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고령화 사회, 문제가 아니라 기회다

강연의 후반부는 고령화 사회 대응 전략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정 애널리스트는 '고령자가 느끼는 문제'를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정서적 외로움과 신체적 불편함.


먼저 정서적 외로움 관련해서는 소셜 로봇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특정한 기능 없이, 단지 인간과의 정서적 교감을 위해 만든 로봇. 고령자의 신변 보호 역할도 겸하는 이 제품은 반려 동물을 키우기 힘든 1인 가구에게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신체적 불편함 관련해서는 빈집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일본의 빈집(空き家) 문제는 심각합니다. 약 900만 채, 전체 주택의 약 14%에 달하며, 3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에 대응해 빈집의 구입 및 임대를 중개해 주는 플랫폼이 다수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분산형 호텔 콘셉트예요. 무인역을 호텔 프런트로, 빈집을 객실로, 지역주민이 호텔 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모델이었죠. 단순히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지역 전체를 하나의 경험 공간으로 재구성한 겁니다.


이렇듯 사회문제를 비즈니스 기회로 전환하는 시각이 요구됩니다.

고령화나 빈집 같은 '문제'를 단순히 해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마케팅의 본질은 결국 '소비자 이해'입니다.

일본 기업들이 보여준 사례들은 단순히 가격을 낮추거나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삶 속에서 진짜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어요.


한국도 곧 일본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합니다. 변화하는 소비자를 관찰하고, 그들의 숨겨진 니즈를 발견하며,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것. 일본의 사례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참고서였습니다.



인재의 재정의: 하이브리드 리소스 시대의 대응 전략(동국대 경영학과 이중학 교수)

이중학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다음은 조금 다른 결의 내용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최근 마케팅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생성형 AI'입니다. 콘텐츠 제작, 고객 세분화, 캠페인 최적화까지 AI가 관여하지 않는 영역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조직은 여전히 'AI를 쓰는 마케터'를 찾을 뿐, 'AI와 협업하는 마케팅 조직'을 설계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중학 교수의 강연에서 제시된 'Human Resource'에서 'Hybrid Resource'로의 전환은, 바로 이 마케팅 현장의 혼란에 명확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고객 접점을 책임지는 마케팅 조직이야말로 인간과 AI의 협업이 가장 절실하고, 동시에 가장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조직이 하이브리드 리소스 개념을 받아들인다면, 단순히 '마케팅 도구'로서의 AI를 넘어 '마케팅 팀의 구성원'으로서의 AI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는 채용, 평가, 조직 문화 전반의 재설계를 의미하며, 결국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전달하는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행할 수 있을까요? 이중학 교수의 강연은 그 청사진을 제시합니다.

이중학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인적 자원에서 하이브리드 자원으로: 패러다임의 전환

이중학 교수는 강연의 서두에서 'Human Resource'에서 'Hybrid Resource'로의 개념적 전환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용어 변경이 아닙니다. 조직 내 가치 창출의 주체가 더 이상 사람만이 아니라는 선언입니다.


미래 조직은 어떤 업무를 인간이 수행할지, AI에게 위임할지, 혹은 양자가 협업할지를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이 교수가 예로 든 모더나(Moderna)의 사례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회사는 HR과 IT 부서를 통합해 3천 개의 AI 에이전트와 5,800명의 인간 직원을 하나의 통합된 '워크포스'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기업과 자산운용사에서 경력을 쌓으며 느낀 점은, 우리 조직들이 여전히 AI를 '보조 도구'로만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교수의 지적처럼, AI는 이제 업무 환경 그 자체입니다. 마치 인터넷이 선택 사항에서 필수 인프라가 된 것처럼, AI 역시 조직의 기본 레이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AI를 잘 쓰는 법'이 아니라 'AI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업무 설계'로 사고의 중심이 이동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조직 시스템의 재설계: 채용과 평가의 근본적 변화

이 교수는 채용과 성과 평가라는 HR의 핵심 기능이 근본부터 재정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채용 프로세스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과거에는 "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았다면, 이제는 "AI와 협업하며 이 과업(task)을 완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직무기술서(JD) 자체가 변해야 합니다. "엑셀 능숙자"가 아니라 "데이터 분석 AI 도구를 활용해 전략적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는 자"를 찾는 식으로 말입니다.


성과 평가는 더 복잡한 문제입니다. 이 교수가 제기한 질문은 철학적이기까지 합니다: "하이브리드 팀에서 AI가 만들어낸 성과를 누구의 공으로 평가할 것인가?"


여기서 핵심은 평가 지표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단순 결과물(output)이 아니라 '인간-AI 협업의 효율성', 'AI 활용의 창의성', '워크플로우 개선 기여도' 같은 새로운 차원의 지표가 필요합니다. 이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조직 문화와 리더십의 문제입니다.


AI 덕분에 높아진 생산성과 인간의 동기 저하라는 역설도 주목할 만합니다. 대기업에서 흔히 보는 현상입니다. AI가 업무를 너무 잘 해내면, 정작 직원들은 자신의 기여도를 느끼지 못하고 무력감에 빠집니다. 성과 평가의 공정성 논란도 깊어집니다. 이는 보상 체계만이 아니라 일의 의미와 존재감에 대한 근본적 재설계를 요구합니다.


조직 구조와 문화: 오케스트레이션 리더십의 시대

이 교수는 강연 후반부에서 조직 구조와 문화 차원의 변화를 다뤘습니다.

무엇보다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바뀝니다.


이 교수가 강조한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이라는 표현이 적확합니다. 리더는 이제 단순히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AI가 어우러진 복합 시스템을 지휘해야 합니다.


제가 근무했던 기업에서는 여전히 '부서-팀-개인'이라는 전통적 위계 구조가 견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교수의 제안처럼, 이제는 직무·기능 단위를 해체하고 과업(task) 중심으로 재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마케팅팀'이라는 고정된 조직이 아니라, '신규 고객 확보'라는 과업을 중심으로 인간 전문가 3명, AI 데이터 분석 에이전트 5개, AI 콘텐츠 생성 도구 2개가 한 시즌 동안 프로젝트 팀을 구성하는 식입니다. 애자일 방법론과 AI 시대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조직 문화 측면에서는, 실패와 실험을 허용하는 분위기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전문가의 역할 재정의

강연을 들으며 제가 가진 전문성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전문가의 가치는 이제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AI가 줄 수 없는 맥락과 판단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시장의 미묘한 심리, 규제의 의도, 이해관계자 간 역학 같은 비정형 영역에서 인간 전문가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집니다.


동시에, AI를 오케스트레이션하는 능력, 즉 AI를 어떻게 배치하고 활용할지 설계하는 메타 역량이 새로운 전문성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중학 교수가 제시한 하이브리드 리소스 개념은 단순한 미래 예측이 아닙니다. 이미 시작된 현실이며, 조직과 리더, 그리고 전문가 개인 모두에게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명제입니다.


앞으로 우리 조직은 이 변화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곧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변화의 시대, 지금 준비해야 할 것들


포사이트 코리아 2026을 통해 확인한 건 명확했습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그 속도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


AI Agent가 고객 여정의 중심이 되는 세상, 인구 절벽이 소비 구조 전체를 뒤바꾸는 세상, 그리고 인간과 AI가 하나의 팀으로 협업하는 세상. 이 모든 변화는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재진행형입니다.


마케터로서, PR 전문가로서, ESG 연구자로서, 그리고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변화를 관찰하고, 본질을 이해하며,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것. 일본의 사례에서 배우고, AI 시대의 문법을 익히며, 사회문제를 비즈니스 기회로 전환하는 것.

하루 종일 강연을 듣고 나니 머리가 복잡하면서도 명쾌해졌습니다. 갈 길은 명확해 보이는데, 실행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이 순간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변화의 시대,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바로 지금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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